민노총 간부 “한달간 200명 참여”… 경찰 “막을 방법 없어”
민주노총 건설노조 지부가 12일부터 한 달간 서울지방경찰청 마포 청사 앞에서 수백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매일 열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이른바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사건’ 등의 피의자로 경찰의 압수 수색과 소환 조사까지 당한 건설노조 간부가 주도하는 집회이지만,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로는 막을 수가 없어 경찰도 집회를 허가했다고 한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이 집회의 신고자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도권 북부지역본부의 김모 지부장 외 200명이다. 김 지부장 등은 12일 오후 2시를 시작으로 내달 10일까지 매일 서울지방경찰청 마포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집회 목적으로는 ‘공안 탄압,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고 신고서에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집회 신고자인 김 지부장은 건설 현장에서 건설사를 상대로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고 노조 전임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한 ‘건폭 사건’의 피의자로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들이 집회를 예고한 서울지방경찰청 마포 청사 안에 있다.
김 지부장은 또 지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민중당(현 진보당)에 6500만원의 후원금을 노조원들을 통해 ‘쪼개기’ 방식으로 불법 제공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서울지방경찰청 청사 안에 있는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도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
이런 혐의들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지난달 14일과 24일 김 지부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김 지부장은 지난 6일에는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문 모 사무국장과 함께 경찰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수사받고 있는 김 지부장이 수백 명을 동원해 수사기관 앞에서 한 달간 집회를 열겠다는 것인데도 경찰은 이 집회를 허가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고를 받은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집회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자신을 수사하는 경찰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의심되더라도 해당 집회를 금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범죄 피의자가 수사기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한 달간 개최한다고 해도 집시법 등으로 불허(不許)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첫 집회가 열리는 12일에도 김 지부장 등에 대한 경찰 조사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1인 시위 등으로 억울함을 나타내는 일은 봤지만 이런 식으로 수백 명을 끌고 와 장기간 집회를 하려는 경우는 처음 본다”면서 “집회 목적이 수사팀을 압박할 의도라는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