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과 파묘
1. 곡성(哭聲)
이름은 ‘이르다’의 명사형으로, 사람이나 사물 또는 장소, 개념 등을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부르는 말이다. 그래서 구체적 대상과 관계를 시작하려면 그에 이름을 부여하고 생각하거나 부르게 마련이요, 그럼으로써 관계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 시인 김춘수가 “꽃을 꽃이라 부르니 그 꽃이 내게로 왔다”라고 노래한 것은 바로 그런 사실을 내비친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이름은 단순한 이름만이 아니다. 그 이름 안에는 그것이 가리키는 안팎의 모든 것이 내포되어 있다. 비록 그 안팎의 모든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손 치더라도 오롯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걸 모두 콕 집어내어 “이것이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가 닿을 수 없는 깊고 넓은 심연(深淵)이 있다고 했을 것이다.(데리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哭聲)>이 상영 중이다. 영화 스토리의 중앙에 종구(곽도원 분)가 있다. 사랑스런 딸 효진을 곁에 두고 있는 평범한 경찰관인데, 평화로운 마을에 괴이한 죽음이 나타나면서 종구가 조사에 나서지만 객관적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독버섯 때문이란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다. 다시 죽음이 이어지면서 외지에서 온 사람(쿠니무나 준 분) 때문이란 소문으로 퍼져나간다. 급기야는 종구의 딸에게 이상한 발진과 함께 발작증이 생겨 무당을 불러 굿을 해보자는 중론이 일어 이에 응해보지만 괴이한 현상은 시들지 않고 딸의 병세만 악화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두 시간 반 동안 펼쳐지는 영상 중에 여러 사람들이 죽어가면서 오열하는 소리가 이어지지만 왜 그런 것인지 그 인과관계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사실과 추정, 과학과 초자연, 종교와 미신이 혼란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달라 괴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극 중의 마을사람들도 관객도 공포감만 쌓여갈 뿐이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누가복음 24장, 37-39절)
화면이 페이드 인(Fade In) 되면서 자막에 성경구절을 올려놨으나, 영화에서 설정한 믿음의 대상은 그 누구도 아니었으니, 나는 영화 곡성에서 가 닿을 수 없는 곡성(哭聲)의 심연만을 보았을 뿐이라고나 할까보다.
자연의 뒤에 숨은 초자연이여! 그 숱한 곡성(哭聲) 뒤에 숨은 인간사의 말들을 어찌 헤아려 들으랴~
2. 파묘(破墓)
일본의 음양사 기순애는 조선의 기맥을 끊으려고 명당자리에 쇠말뚝을 박는다. 그것도 모자라 일본 장수의 관을 그곳에 묻는데, 조선의 매국노 밀양박씨 가문에선 그것도 모르고 그 자리에 묘를 덮어쓰지만 그 가문에 원인 모를 화가 연속해서 일어난다. 이런 화를 없애려고 무당과 풍수사를 불러 파묘를 시작하자 다시 이에 가담한 사람들에게 연속적으로 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런 화를 딛고 결국 일본 장수의 관과 쇠말뚝을 제거함으로써 평온을 찾는다는 게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의 대체적인 줄거리다.
3. 영화 <곡성> 과 <파묘>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고 있다. 이런 현상을 다룬 영화를 오컬트영화라 한다지만, 연전에 선보인 <곡성>도, 지금 흥행하고 있는 <파묘>도 그런 부류의 영화다.
영화 곡성도 파묘도 근대적 계몽기 이전의 전통적 민간신앙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면서 에피소드로서, 또는 이야기의 한 줄기로서 저주스러운 일본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과거 일본의 압제를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 두 영화에 극명한 차이점이 보이는데, 곡성은 현대적 감각과 전통적 미신신앙이 함께 어우러져 혼미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파묘는 전적으로 미신신앙만이 전편에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를 아이티(IT) 강국이라 하는데, 국민들의 대체적인 정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이티에 민속신앙, 민속신앙에 아이티를 접목하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기도 한데, 나는 지금 손이 우는가? 가슴이 우는가? 머리가 우는가?
(영화 파묘)
첫댓글 IT와 오컬트를 융합하면, 고대 비밀주의와 현대 기술이 만나는 독특한 이야기가 탄생할 것 같습니다.
예컨데 고대 마법의 원리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인공지능이나, 오래된 주문과 현대 암호학의 결합을 통해 해결되는
미스터리 같은 설정등...
해박하고 폭 넗은 안목을 갖고 게신 선배님이 쓰시면 멋진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요?
그 가능성을 비온뒤 님에게 기대해봅니다.
파묘 인기가 좋다고 하던데...
곡성과 파묘
잘 읽었습니다
네에.
한번
봐야겟네요
네에.
파묘 명대사
흙에서 만물이 생성되고
모두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전국 상위 1%들에게
풍수지리는
종교이자 과학이다
종교적이 많아 사바하는 해석은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그 저그저 그렇고 그렇고 ~~~
무서운 건지 웃기는 건지 알쏭달쏭 ㅎ
동감입니다.
2편의 영화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네에 고마워요.
스포츠와 다큐를 즐기는 저는 영화엔 관심이 없어서 석촌님의 글을 통하여 알고만 갑니다. ㅋ
파묘는 저도 별로 였어요.
단지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가 궁금했죠.
민간 신앙 부적이나 점술
민속 신앙 유교에 바탕을 둔, 토템 신앙 등등 샤머니즘 흥미롭게 보고 읽고 살지만 거기에 마음간 적 없으니 좋다 싫다라는 감정도 없지요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기 라는 흐름은 살면서 가끔 본능적으로 느끼곤 했지요 젊을 적엔 더욱이나
별로라는 말씀?
저는 양다리인데
파묘는 그렇고그렇데요.
저는 이해할 수 없는 게
묘자리가 나쁘기로서니
그것 때문에
나의 존재 이유였던
후손들에게 해가 가게 한다?
부모는 살아서도 다 내주는 존재거늘
죽어서 묫자리 때문에
자식과 손자, 증손자에게 못할 짓을 한다?
말도 안 되는 마인드 같은데
그걸 그렇게 신봉하다니..ㅋ
그게 모두 자연을 신비의 대상으로만 알았던 고래의 토테미즘 민속신앙 등 사상이 현재에도 잔재로 남아 우리의 정신계를 일부 지배하는 때문이지요.
미 신 황당한 스토리에 왜그렇게 열광하지 이해 불능
각자 취향이 다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