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가수들의 감동스런 라이브 경연으로 2011년 대한민국을 흥분시킨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나가수 최대 히로인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적우를 꼽는다. 무명이었던 그가 나가수를 통해 신데렐라 구두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나가수 출연으로 대중에 각인 폭발적 가창력으로 관객 압도
20년 무명생활 견뎌낸 원천은 기도·명상 통한 마음 다스리기
나가수 출연 전까지 적우는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런 그가 첫 무대에서 쟁쟁한 선후배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거칠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내뱉는 폭발적인 가창력에 관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귀와 눈을 사로잡은 감동적인 무대가 끝나자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터졌다. 그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렸다.
“나가수가 날 살렸어요.”
사실 그는 오랜 무명생활을 거쳤던 늦깎이 스타다. 20살 때부터 라이브 카페 등지에서 노래를 불렀다. 2004년 34살 늦은 나이에 첫 앨범을 발표했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다. 노래가 좋았고 가수로 멋지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길이 없어 보였다. 손을 놓아야 할지 말아야할지 기로에 섰던 마지막 순간, 나가수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았다. 우연히 노래를 들은 한 실용음악과 교수의 추천이었다.
나가수 출연 이후 적우는 하루하루가 고마움의 연속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응원의 말을 건넨다. 공연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정식 데뷔 8년, 가수생활 20여년 만에 찾아온 기적 같은 일이었다.
데뷔 시절 그의 이름은 적우(赤雨)였다.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비처럼 노래를 나눈다는 의미다. 2010년 이름을 적우(赤羽)로 바꿨다.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 붉은 햇살처럼 따뜻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환하게 개어 훨훨 날겠다는 의지도 함께다.
“비를 많이 줬으니 이젠 따뜻한 햇살을 비춰 싹을 틔어야죠.”
이름 때문이었을까? 이후 적우는 여성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했다. 그리고 이어진 나가수 출연을 계기로 지금껏 간절히 바래왔던 대중들과 소통의 장을 마음껏 펼쳐가고 있다. 그는 더욱 커진 대중의 사랑에 감동의 노래로 보답하며 소통하고 싶다.
그가 붙들고 있는 화두인 ‘소통’은 음성공양을 통해 더욱 깊어진다. 방송출연으로 바쁜 일정이지만 병원이나 사찰 등 그를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참석한다.
“환우를 만나는 자리나 불교계 행사는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소리로 공양 할 수 있는 자리기에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죠. 특히 산사음악회는 신심 향내 가득한 보살님들과 자연 속에서 하나되는 느낌이라 한번 시작하면 항상 계획보다 더 많은 곡을 부르게 돼요.”
의왕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2012년 청계사 산사음악회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스님 덕에 산사음악회 철이 되면 전국 방방곡곡 사찰에서 그를 찾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그가 사찰음악회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불교와의 보이지 않는 인연 때문이다.
긴 무명 시절,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마다 해인사에 가서 기도를 올렸다. 전국 어디든 발길 닿는 절로 향한 적도 수백번. 2001년 돌아가신 어머니를 양양 휴휴암 근처에 모신 후엔 힘들 때마다 어머니를 만나는 마음으로 휴휴암을 찾았다. 나가수 측에서 걸려온 첫 섭외 전화도 휴휴암에서 기도를 마치고 내오는 길에 받았다. 가수로서 삶의 기로에 섰을 때였기에 그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생각해보면 모든 과정이 서로 연계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돌아보면 모든 것들이 관계 맺고 의지하는 연기(緣起) 속에 있었던 거죠. 그 모든 것들이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진솔한 자세로 노래해온 적우는 가수 태진아씨가 대표로 있는 진아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해 가수로서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최근 첫 번째 정규앨범인 ‘2015 적우-리미티드 에디션’을 발매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하이힐’을 포함해 15곡이 담겼다. 가요계 불황으로 한 장에 2~3곡이 담긴 미니앨범이 대세인 요즘이지만 적우는 “들려주고 싶은 곡이 많아 15곡으로 추리는 데 고심했다”고 말한다.
팬들과 직접 기획, 제작한 ‘하이힐’ 뮤직비디오도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팬카페 회원들과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는 가수로도 유명하다. 2005년 개설된 팬카페 ‘적사마’는 1만명 이상의 회원수를 자랑한다. 회원들과 연탄봉사, 재활원 봉사 등 선행을 꾸준히 펼쳐 팬클럽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무명시절부터 힘이 돼준 팬들이기에 적우의 팬사랑은 각별하다.
“팬클럽 회원 졸업식이나 전시회까지 참석하며 하나 하나 다 챙겨요. 주변서 웅성대도 거리낌이 없죠.”
옆에 있던 매니저가 한마디 거들었다.
“대중과 만나는 무대가 잦아지면서 가끔은 마음을 아프게 하는 비방 기사들로 고생도 많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지지해주는 팬들이 있어 여전히 행복해요.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그때 참 재밌었다고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상대도 팬들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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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세월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적우는 앞으로 계속 노래 부를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뛴다. 새해 시작과 함께 동남아 공연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과 미국 순회 공연도 계획 중이다. 2015년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적우는 이름처럼 날개 활짝 펼치고 훨훨 날 준비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