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농사를 잘 지은 농부가 겨울을 보내는 심정은 어떨까? 대구고 야구부를 보면 그 속내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대구고는 야구부 창단 이후 최고의 해를 보냈다. 지난 5월5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경주고와의 대통령배 결승전서 승리, 서울에서 열린 전국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또 7월에는 대붕기 우승컵까지 품에 안으며 당당히 2관왕에 올랐다.
올 성적이 좋았던 만큼 박태호 감독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3학년 선수 중 삼성에 입단한 박석민, LG 유니폼을 입은 임성민을 제외한 나머지 8명 모두가 대학진학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린 것이 그 증거.
박감독에게 가장 큰 힘은 야구부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정호상 교장이다. 정교장은 평소 선수들 이름을 일일이 외우고 다닐 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 수시로 야구장에 나가 선수들과 면담을 하는 것은 중요한 일과로 정착된 지 오래다. 정교장은 선수들 사이에서 '되겠지 교장'으로 통한다. 선수들을 만나면 '잘 되겠나?'가 아니라 항상 긍정적 사고를 갖도록 '잘 되겠지?'라고 물어보기 때문.
내년 농사를 위한 대구고의 밑거름은 전국대회 우승을 하며 갖게 된 후배들의 경험과 자신감. 투수진에서는 2학년 3총사가 믿음직 스럽다. 1m85의 큰 키에서 품어나오는 직구가 위력적인 김륜경과 사이드암으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이상운, 공 한개차이로 스트라이크 존을 넘나드는 뛰어난 제구력의 박정훈이 그 주인공들. 이밖에 배짱이 두둑한 함형욱을 포함해 이준호 고봉은 김형준 등 1학년 투수들도 든든히 뒤를 받치고 있다. 서울지역 동문들을 포함한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적극적 성원에 대구고 야구부는 '할 수 있다'는 목소리로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 대구=이정혁 기자 jjangga@> 〈 다음은 장충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