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 555번째 글입니다. [전시미사] 스물 두번째 연습으로. 3월 들어 두번
째 연습입니다. 지금 일단 3월로 합창단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시
간은 2번 밖에 없는데, 다음 주 3월 19일날 연습을 하고 나면, 마지막 주인 3월 26일은
간략한 자체 공연을 마지막으로 일단 뮤클합창단 활동은 접기로 했습니다. 만약 그날의
기록을 공연기록으로 본다면 이 연습일지는 다음 주인 근황 556회로 일단 막을 내리게
됩니다. 지금 합창단 내부적으로는 그 마무리 작업으로 분주한 바, 오늘 연습도 그 일환
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활동을 접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은 무엇보다 참여 인원 때문인데, 오늘 그 상황이
확실하게 드러난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참여 인원은 소프라노는 6명이나 되어 정족수를
채웠지만 앨토는 2명, 테너는 없고 베이스도 2명 뿐이었습니다. 차후에 참여할지 않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앨토와 베이스에 2명씩 밖에 없고, 테너는 아예 1명도 없는 상태, 이
상태에서 나머지 10명 정도를 인원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상태, 그것이 뮤클 합창단
을 접어야 되는 주요한 원인입니다.
통상 이런 상황이 되면 연습이고 무어고 모든 것이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지휘자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고 여전히 정열에 넘칩니다. 새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인데요. 오
늘은 연습 시작 때 이번 26일 연주-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뮤클 합창단 고별 연주회인 셈
입니다-를 위한 별도 프로그램까지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연주 시작은 뮤클합
창단 단가로 하고 본 레퍼토리인 [전시미사] 연주를 마치고 나면 앵콜 형식으로 [레미제
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부르겠다는 식입니다. 합창단 카톡에 악보를 올려 놓고 같이 연
습하게 하더군요.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잘 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곡들이라면 연습 없이
도 충분히 부를 수 있으니 다음 주에 악보가 마련되면 그냥 불러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
니다. 중요한 점은 이렇듯 지휘자는 비록 몇몇 미진한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정식
연주회가 갖는 형식을 최대한으로 지켜보려 애를 쓴다는 것입니다. 최초 뮤클합창단을
출발시킬 때의 그 투지가 조금도 죽지 않았더군요, 참 대단합니다.
사실 나 개인적으로도 이번의 연습과 연주는 우리 모두의 인간적 자질과 진정성이 가장
진실하게 드러나는 경우라 봅니다. 우리는 지금 정식으로 불특정 다수인 관중을 모셔놓
고 정식으로 연주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주때 지켜야 하는 까다로운 요구에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는 조금도 실수를 해서는 안되고, 우
리가 가진 기량의 최대치를 선보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 가치
의 가장 적나라한 표출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까지 참여하는 10여명 되는 이 인원은 지
금 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피워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도 지휘자에게 은근히 건의하기를 연습때는 몰라도 연주 때는 오르갠 팀파니
솔로가 없다는 점만 빼면 실제 연주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솔로
땨문에 반주만으로 합창이 쉬어야 할 부분은 그대로 쉬기를 지켜 가면서 연주를 하자고
했습니다. 지휘자는 솔로가 나오는 부분부분을 단원들이 참여하라고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연주으ㅢ 완성도를 달성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별 바람직하지 않은
듯 하네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 연주로 실제 CD 녹음을 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는 것
입니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의뢰하여 동영상을 찍자는 의견도 나오더군요. 정말 우리는
비록 경비 문제와 제반 문제 때문에 실제 무대에서 하지 못하고 연습실에서 하는 연주이
지만 이 연주가 고별 연주라는 각오로 평소 뮤클 합창단을 아끼던 사람들 모두를 관객으
로 모시고 플랭카드도 걸고 하면서 연주를 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의상도 정식 연주복을
아닐지라도 최소한 격식을 갖춘 복장으로 하도록 하고, 연주회 마치고 별도의 해단식 자
리도 가지고요....
이제 실제 연습도 완전히 연주회 형태로 합니다. 보면대를 치우고, 의자도 구석으로 밀어
놓고 지휘자와 반주를 바라보면서 한 줄로 늘어선 상태로 [전시미사]의 <키리에>부터 <
아뉴스데이>까지 다 불러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실제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를 하기 위
한 연습을 해 본다는 것이고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정말 연주를 하는 태도로 자리에 일어
선 상태로 연습을 해 본다는 것인데, 단원들은 앉아서 연습을 하던 때와는 달리 피로감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졸다는 평가가 지휘자로부터 나오더군요.
연습은 1부는 <키리에>로부터 <크레도>까지, 2부는 <쌍뚜스>부터 <아뉴스데이>까지 했
는데, 정말 솔로 부분도 전부다 연주를 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베네딕투스>부분을 처음
으로 접해 보는 단원들은 그 아름다운 선율에 경탄을 금하지 못하더군요. 전반적으로 합
창 아닌 솔로부분을 불러내기에는 현재 시점으로는 불가능하니 아예 포기한다 하더라도
합창 부분에서 약간씩 미스가 발생하는 부분은 2주간에 보완 작업을 통해 충분히 개선해
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렇듯 미사곡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서서 불러 본다는 방식
으로 다 불러 본 뒤에 연습을 끝내었습니다. 다음 주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연습을 하
겠노라 하더군요. 오늘 연습 때 <아뉴스 데이> 연습에는 상당히 많은 지적을 받았는데 앞
으로 그 부분의 보완을 위해서 단원들 모두의 매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이렇게 하여 이제 우리는 사실상 “뮤클 합창단 13회 고별 연주회”의 연습을 하고 있는 셈
입니다. 뮤클 합창단이 2005년에 1회 연주회를 한 지 14년만입니다. 만약 이 합창단이
외국의 유수 합창단처럼 몇백년의 역사를 지닌 합창단으로 남기를 희망하지 않는 한, 정
말 올 수 있는 최장의 시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공적이거나 사적인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혹은 제도적인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오직 단원들의 자우로운 의지만으로
끌고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원 모두가 각자의 생업에 바쁜 비전공 예술 애호가 집단이
면서, 가입 탈퇴를 비롯한 모든 운영 방식에 있어 그 어떤 강제 행위도 없던 이 단체가 이
렇게까지 긴 시간 이어온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것이어서 다시 한번 반복해 보라면 이
제 자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1회 연주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빠진 적이 없는 나의 입장
으로는 지금의 위치가 자뭇 뿌듯한 느낌이고 정말 대견하게 느낄 만큼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기까지 오기에는 매 연주때마다 열의를 다했던 단원들의 몫
이 컸던 것도 사실이기에 그들이 지금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의 공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기에 이제 한때 여기에 몸담았던 모든 사람들이 같이 모여 화려한 고
별 무대를 만들기에 참여하기를 기원하며 오늘의 연습일지를 닫습니다.
좋은 공연 & 소중한 만남은, 언제나 [뮤클]과 함께 ^^ http://cafe.daum.net/muk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