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엔 곱창집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홍대 근처에선 감히 곱창집을 생각지도 않았던 제게 새로운 곱창집이 생겼다는 즐거운 소식을 가지고 방문 한 곳은 '라비린토스(Labyrinthos)'라는 특이한 상호를 지닌 전혀 곱창집 스럽지 않은 그리스풍 인테리어의 식당이었습니다. 비교적 영어와 친한 생활을 한다고 여겨 왔기에 다행스럽게도 Labyrinth(래비린쓰: 미궁.미로)란 단어를 알았고 지인들 틈에서 아는 척(?)까지는 했지만 그 집을 다녀온 이후에도 쥔장님이 왜 그 상호를 썼는지는 물어보지 못했네요. 허나 가격 적당하고 질 좋은 맛난 곱창에 소스 까지 다양해 선택의 폭도 적지 ?았다며 뿌듯하게 방문을 마친 즐거운 하루였죠~
블랙빈소스에 나오는 곱창 2인분. 양념소스가 세 가지라 선택의 폭이 넓어 좋습니다.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더군요. 홍대 보다는 상수역이나 합정역에서 가까운 편인데 홍대주차장 골목을 따라 홍대 방향으로 가다가 상상마당이 나오기 전 오른편의 바이더웨이가 나오면 그 건너편 나무에 걸려 잘 보이진 않으나 2층에 보이는 라비린토스입니다.
1층은 3,800원 삼겹살집. 간판의 위세에 눌려 사실 잘 안보이는 라비린토스의 간판입니다. 홍대 근처는 커다란 글씨의 간판은 원래 못 세우게 되어있다고 하더군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도 그다지 양곱창집 스럽진 않은 분위기
얼마되지 않은 곱창집 테이블에 불판이 없는 걸 보니 구워 먹는 시스템이 아닌가 봅니다. 주방을 힐끗 보니 꽤 정갈한 모습이고 내부 분위기는 산뜻하니 좋더군요.
이렇게 되고보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게 메뉴의 가격입니다.
다행히 걱정하던 바완 달리 곱창이나 양, 대창의 가격은 오히려 저렴한 편입니다. 요즘 보통 알곱창은 18,000원 대를 홋가하지요. 하여간 지인이 쏘신다는 오늘 하루가 매우 즐거울 것 같군요. ㅋㅋㅋ
우선 3명의 일행이 즐길 수 있도록 라비린토스 3종구이 세트(중)을 선택하고 양념은 기본소스로 가기로 합니다. 우선 기본 세트에 기본찬들을 소개할 까 합니다.
중간의 사진은 곱창과 함께 즐기도록 나온 소스나 양념들. 간편하게 김치도 찬으로 나오네요.
에피타이저로 두부에 감자를 얹은 요리가 나옵니다. 간편히 깔끔하게 먹어주기 좋겠습니다. 한 입에 쏘옥~
오늘은 와인까지 얻어 먹는 호사스런 날이로군요~
빠뇰 까베르소비뇽 리져브. 쌉쌀한 맛이 먹을만 한 칠레산 와인인데 조금 더 뒷 맛이 쌉쌀했으면 하는 아주 작은 아쉬움이 있었죠.
메뉴판에서 무쇠 철판 운운하던 것이 바로 이 불판이로군요. 중간에 활성탄이 들어있고 불판을 가열하여 오래도록 구워 먹을 수 있게 하죠.
자세히 보면 중간 쯔음에 구멍이 있는데 밑으로 기름을 빠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곱창이나 대창 손질도 신경 써서 기름기나 껍질을 최대한 제거하려 한 흔적이 보이는 만큼 느끼한 맛이 적어 오래도록 곱창을 즐길 수 있는 듯 하네요. 다만 입에 맞는다고 계속 즐기다간 그 비용은 상당해 질 듯~ 덕분에 이 날 후배님이 크게 쏘시게 되셨다는~~^^;;;
양파, 감자, 마늘등이 있어 좋았고 대창, 양, 곱창 한꺼번에 즐길 수가 있어 또한 좋았습니다. 3~4인분이라 하는데 3인 정도가 먹으면 딱 좋겠더군요. 양념부추가 나오는데 같이 먹으니 궁합이 잘 맞는 듯 합니다.
깔끔하고 쫄깃한 맛에 부드럽고 연하게 씹히는 맛이 여간 즐겁지 아니 하네요.
누군가가 사케를 원하기에 준마이750 (한병: 32,000원)을~ 도쿠리에 담아 세 번 정도가 나오네요~ 이 날 와인에, 맥주에, 사케에, 소주에, 3차로 막걸리 까지~정말 짬뽕의 극치를 겪는 하루였네요.
다음은 곱창구이 2인분을 블랙빈 소스로 접해 보기로 합니다. 소스에 따라 물론 다른 맛을 선 보이긴 하는데 그 소스들이 강하지 않게 곁들여져 곱창의 맛을 여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사실 3종 구이를 먹으면서 좋긴 한데 예의 그 바삭 할 정도로 구워지는 곱창 껍질 맛은 덜한 듯 하여 이번엔 바삭 할 정도로 바짝 구워 달라고 청했습니다. 먹던 가락 대로 곱창을 경험하려 하니 별도의 주문을 해야 하는데, 개인 별 주문이 가능하니 언제든 편히 말 만 하라고 하십니다. 보통 불 판 위에서 구워지는 곱창은 나오는 기름에 오히려 자기 자신이 튀겨지며 겉이 튀김이라 할 정도로 바삭하게 구워지는데 이 집의 불판은 중간에 기름이 자연스레 빠져 기대하던 바삭함은 덜하지만 그 만큼 담백함은 더해지니 꼭 나쁘다 볼 수만은 없는 듯 싶습니다. 제 추측엔 제가 원하는 그 바삭함 보다는 이러한 덜 느끼한 담백함을 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이렇게 먹었으면 '그만'을 외칠 만도 하지만 위대하신 분들, 그릴 안심(160g: 16,000원)을 하나 더 주문 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그릴에 구워진 자국이 선명히 보이는 안심이 얇은 듯 싶지만 그 정도의 두께가 먹기가 딱 좋은 듯 부드럽고 연해 식사나 안주로 아주 그만일 듯. 이 메뉴는 곱창을 잘 못 드시는 분들을 위해 고안 되었다는 메뉴라는 군요. 그 밑엔 구운 파인애플과 토마토가 있는데 고기와 같이 드시기에 적당합니다. 그리고 생와사비를 갈아만든 드레싱에 버섯과 마늘쫑이 잘 어울려 안주로 드셔도 무방해 보이는 듯. 아무래도 160g이라고 보기엔 많은 양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오픈 하신지 얼마되지 않아 더 많이 주신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하여간 푸짐하게 맛나게 먹었네요.
이 쯤 먹는건 사실 술과 함께가 아니라면 힘들지요. 연신 처음처럼과 함께 하다가 카스로 가끔씩 외도도 해 준답니다.
이 집에서 한 가지 아쉬운게 더 있는데, 이 집에선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 일부러 볶음밥을 제외 시켰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곱을 재료로 고소하게 만드는 볶음밥이 땡기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설사 그 때문에 살이 조금 더 찌게 된다 하더라도 말이죠.
마치 오꼬노미야끼를 연상케 만드는 맛의 밥전 위에는 가츠오부시가 올라가 오그라들며 춤추는 모습을 보며 김치가 섞여 만들어진 밥전을 음미합니다. 흠~ 뭐 맛이 좋긴 하나 아무래도 볶음밥 생각은 줄어들진 않습니다.
이렇게 한 잔 더, 한 잔 더를 외치고 있을 때 쯤~ 지인 두 분이 도착하는 바람에 주문 하나를 더 하려고 합니다. 이번엔 3 종구이를 주문하되 레드소스로 달려보죠.
레드소스는 결국 매콤한 맛의 양념인데 자극적이지 않을 정도의 매운 맛 같습니다. 결국 3 가지 양념 맛을 모두 즐기게 된 셈이군요. 개인 적으로는 기본~블랙빈~레드의 순으로 마음에 드는 듯 싶은데 이는 기호에 따라 달라질 듯 싶네요. 부추나 야채, 소스에 곁들여 먹는 곱창, 대창, 양깃머리 맛은 꽤 좋은 편입니다.
결론 주인장님이 원래 곱창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비교적 깔끔한 곳에서 맛나게 먹은 후, 쥔장님 본인이 맛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해서 팔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곱창을 재료로 하는 전문식당을 생각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만큼 자신이 직접 만드는 음식에 관한 깊은 자부심에 음식의 질을 먼저 생각하신다니 이 곳을 찾는 분들은 덕분에 적은 실망을 하지 않을 까 싶네요. 재료의 질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니 분명 곱창의 질에 관해서도 같은 생각이시리라 봅니다. 곱창을 좋아하시고 분위기 있는 곱창 집을 원하시는 분들이 자주 찾게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볶음밥이 아쉬움이 라면 아쉬움이겠네요~ ㅋㅋㅋ
다음은 라비린토스의 전번 및 약도입니다.
이상은 모하라였습니다.... |
출처: 모하라의 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moh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