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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내기골프 도박 아니다" 서울 남부지법 무죄 판결 논란
"운 아닌 실력으로 승패 결정 프로 스킨스게임과 마찬가지" 30년전 내기당구는 유죄… 상급심 주목 입력 : 2005.02.20 18:35 25' / 수정 : 2005.02.21 04:36 59'
◆“기량이 우연보다 지배적이면 도박 아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20일 1타에 최고 100만원씩 걸고 1년6개월 동안 30여 차례에 걸쳐 판돈 14억여원짜리 내기 골프를 친 혐의(상습도박)로 구속기소된 A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2년 12월 제주도의 한 골프장에서 18홀을 9홀씩 나눠 홀마다 타당 50만~100만원씩 스토로크게임과 함께, 전·후반 9홀 경기당 최소타를 친 전반전 우승자에겐 500만원, 후반전 우승자에게는 1000만원을 상금으로 주는 이중 방식의 ‘내기 골프’를 쳤다. 이렇게 해서 건 판돈은 작년 5월까지 A씨 6억원, 나머지 3명은 합쳐서 8억여원 상당이었다. 이중 돈을 많이 잃은 한 명이 수사당국에 ‘사기를 당했다’며 신고했고, 검찰은 사기가 아닌 도박혐의로 이들에게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이 판사는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첫 무죄 판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 등으로 주목받은 법관이다. 이 판사는 “화투·카드·카지노처럼 승패의 결정적 부분이 우연에 좌우돼야 도박이 된다”며 “운동 경기는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이 승패의 전반을 결정하기 때문에 골프는 도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렇지 않으면 LPGA에서 활동 중인 프로골퍼 박세리·박지은 선수가 돈이 걸린 골프 경기에 나서는 경우 프로골퍼의 스킨스게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포상금 각종 프로선수 포상금에도 도박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사회통념상 귀족 스포츠로 인식되는 골프를 치면서 고액의 돈을 거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비난할 만하다”고 밝혔다. ◆“우연이 작용할 여지 있으면 도박” 10억원대의 ‘내기 골프’를 친 혐의로 기소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은 1심과 항소심에 이어 2003년 대법원에서도 상습도박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내기 골프’가 도박죄로 처벌되는지 여부를 별도 쟁점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당연히 도박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내기 당구’의 경우 도박죄로 처벌된다는 판례도 있다. 서울고법은 1975년 “당구에서 기량이 중요시된다 할지라도 경기자가 승패를 알고 있거나 이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우연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박에 이용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형법학자 의견도 ‘우연’이 승패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도박이 된다는 것이 대세다. 거액을 잃어주는 식으로 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수단이 되더라도 단속할 길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달 초에는 서울 근교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는 40대 남자가 타당 최대 1000만원짜리 내기 골프를 치다 전 재산인 8억원을 날린 사실이 적발돼, 함께 골프를 친 3명은 상습도박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고 본인은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