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서 온 편지
11년 전 교통사고의 진실은?
“저는 운전을 잘못한 적도 없고 그러니까 당당해질 수 있죠”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밝힐 거라고, 그런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는 대기업과의 소송,
미국 보스턴의 교민 최혜현 씨는 11년째 외국 거대 자동차 기업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97년, 아이들과 함께 쇼핑을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최씨는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됐습니다.
이후 걸을 수도, 엄마로서 세 아이를 돌볼 수도 없게 된 최씨,
부푼 꿈을 안고 온 미국에서 갑작스레 당한 교통사고는
단란했던 한 가정을 무참히 깨뜨렸습니다.
늘 운행하던 차가 그날따라 제어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최씨와
운전 미숙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자동차 회사와의 진실 공방.
전신마비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던 남편은
사고의 원인을 찾기 위해 오랜 세월 동분서주 했습니다.
그리고 속속 밝혀지는 의문점들
사고 당시와 달라진 차량 상태에서 제기된 사고 조작 의혹
그런 가운데 제시된 백만 달러의 합의금
그러나 최씨 부부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을 꼭 밝히고 싶다고 말합니다.
11년 전 미국 보스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의 진실
이번 주 추적 60분에서 취재했습니다.
【주요 내용】
■ 보스턴 교통사고 미스터리
11년 전, 미국 보스턴에서 일어난 의문의 교통사고. 하지만 사고의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채 자동차회사를 향한 최씨의 외로운 싸움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차체 결함과 운전 미숙을 두고 계속되는 진실공방. 사고로 인해 행복했던 한 가정과 가족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렇게 만든 사고의 윈인은 무엇인지 추적해본다.
■ 보스턴에서 날아온 편지 - 교통사고의 진실을 밝혀주세요!
미국 보스턴에서 추적 60분 취재진 앞으로 한 장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11년 전 당한 교통사고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쇼핑을 하러 가려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최혜현 씨는 당시, 자신의 자동차가 평소와 달리 이상하다고 했다. 차는 전혀 제어가 되지 않았고, 핸들을 꺾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차선을 넘나들며 지그재그로 운행됐다.
차에 이상을 느낀 최씨는 오른쪽에 있는 잔디밭에 차를 주차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었지만, 차는 오히려 왼쪽방향으로 달렸고, 45도 정도 돌아 다시 오른쪽으로 밀리며 안내 표지판을 들이받고 1m 아래 언덕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최씨는 전신마비가 된 상태. 차체 결함이라고 주장하는 최씨에 반해 자동차 회사는 운전 미숙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1년간 계속되고 있는 법정 싸움. 과연 교통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 사고의 단서, 그리고 속속 제기되는 조작 의혹
? 왼쪽 뒷바퀴를 고정하는 '스트럿 로드'- "아주 중요한 부품인 스트럿 로드가 바디에서 떨어져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남편 최형철 씨는 11년 째 전신마비 아내와 세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와중에도 직접 사건의 단서를 찾는 일에 몰두했다. 그리고 사고 당시 차량 사진과 현재 보관된 사고 차량 사진에서 차이점을 발견했다. 사고 당시 사진에서 왼쪽 뒷바퀴를 앞뒤로 움직이지 않게 고정해주는 '스트럿 로드'가 떨어져있었던 것. 사고 당시 정말 스트럿 로드가 떨어져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혹시 이것이 사고의 원인은 아닐까? 제작진은 전문가와 함께 과연 스트럿 로드가 떨어졌을 경우 차가 어떻게 주행하는지 직접 실험해보았다.
? 운전석 시트 - "리벳 3개가 가운데가 파여 있고, 다른 쪽 의자는 그런 자국이 없으니까 그게 좀 이상하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남편은 운전석 시트에서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운전석 시트를 고정하는 3개의 리벳이 뭔가에 의해 찍힌 듯한 자국이 있었던 것이다. 조수석 시트와 비교해 봐도 상태는 확연히 달랐고, 다른 동일 차량을 조사해봤지만 사고 차량의 리벳과는 달리 모양이 정상이었다. 정말 운전석 시트를 누군가 만진 것일까? 아니면 원래 리벳의 상태가 그런 것일까?
? 조작 의혹
"폴리스가 얘기했던 사실하고는 전혀 정반대가 된 거죠. 전혀 뭐 움직이지도 않고 옆으로... 모든게 제대로 작동하고..."
사고 당시 최씨를 구했던 여순경은 재판 도중 '운전석 의자가 부러져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현재 사고차량의 운전석 시트는 멀쩡한 상태. 뿐만 아니라 스트럿 로드 또한 사고 당시 사진에서는 떨어져있지만 현재 사고 차량에는 그대로 붙어있다.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남편. 사고 당시 차량의 사진을 찍고, 견인소에 보관한 뒤, 차를 가져온 그 열흘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남편의 말대로 정말 누군가 사고의 원인이 되는 부분을 고쳐놓은 것일까?
? 백만 달러의 합의금 제시
"백만 불이고 뭐고 돈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끝까지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을 주장할 거냐 말거냐..."
소송이 진행되던 중 자동차 회사는 변호사를 통해 최씨에게 백만 달러라는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했다. 전신마비가 된 최씨의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이었다. 차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데 백만 달러라는 거액을 제시한 것이 이해되지 않던 최씨 부부는 결국 합의금을 거절하고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 소송을 통해 사고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 11년간의 법정 싸움, 포기할 수 없는 진실
“경제적인 이유와 관계없이 제 사건은 밝혀야 돼요. 사실을 밝혀서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피해를 더 받아서는 안돼요”
최씨는 전신마비로 인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가족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차체 결함을 전문가도 아닌 개인이 입증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최씨. 이들이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닌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