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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쿨투라 cultura (월간) : 3월 [2025] 제129호 ‘K-뮤지컬’ 쿨투라 cultura (월간) : 3월 [2025] 새창이동
편집부 작가 2025년 03월
잡지 쿨투라 cultura (월간) : 3월 [2025] 제129호 ‘K-뮤지컬’
편집부 | 작가 | 2025년 03월 01일
14,000원 정가제 Free |
13,300원 (5% 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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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정보
발행일쪽수, 무게, 크기ISBN13ISBN10
2025년 03월 01일 |
144쪽 | 153*224*20mm |
9771975095100 |
19750951 |
책소개
■ 새봄을 여는 3월의 테마는 2025년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아날로그 예술장르 ‘K-뮤지컬’이다.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한 도시문명의 발달과 궤를 같이 하는 뮤지컬은, 우리나라로 들어와 경계선상의 예술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원종원 평론가는 “외연을 확장하는 K-뮤지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전하며, 김소정 평론가는 “현 상영작을 통해 한국 창작뮤지컬의 과거와 미래를 엿”본다. 정명문 평론가는 “진화하는 라이선스와 K-뮤지컬”을 논하고, 박희아 평론가는 “한국뮤지컬의 해외 수출”을 이야기한다. 박진서 평론가는 “‘한이박 트리오’가 내미는 연대의 손길”에 주목하며, 전찬일 평론가는 “한국 뮤지컬영화의 짧은 계보”를 정리하고, 이은주 기자는 “‘K-뮤지컬’ 시대를 활짝연 뮤지컬 배우들”을 소개한다.
■ 인터뷰의 주인공은 소설가 한지수(인터뷰어 고승철)와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인터뷰어 이은주)이다. 한지수 소설가는 “제 소설은 대상이 분명합니다. 그러기 위해 늘 소설의 현장으로 달려”간다며, “살아있는 대상을 그대로 보여주”려 한다고 말한다. 브로드웨이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제작자로 성공을 거둔 신춘수 대표는 “누군가는 가야할 길이라면 돈키호테처럼 당당하게 도전해봐야죠”라며 ‘K-뮤지컬’의 대표주자의 긍정 마인드를 전한다.
■ 갤러리에서는 강수미 평론가가 “김성환의 ‘은유로서 하와이’”를, 박영민 기자는 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K아트와 만나다: 박신양, 제4의 벽》 특별전을, 유성호 평론가는 유성민 개인전 《우주의 비전》을 전한다. 이번 호부터 연재를 시작하는 최영건 평론가의 ‘책을 여는 미술’에서는 독립적인 시각 예술 작품을 표지로 삼은 책이 지닌 문학적· 미술적 체험을 더 깊이 기록하고 소개한다. 첫 시작으로 최영건 평론가는 이수진 작가와 홍지희 작가가 선보인 “회복과 재탄생의 흰 빛들”에 주목한다.
■ 문학 코너에서는 김해솔 시인의 신작시 「공중 공간」과 “앞을 못 보되 살을 만질 수 있”는 허상욱 시인의 「일당 빼먹기」(이승하 시인의 ‘시안테나’)를 만날 수 있으며, 월평 코너에서 김민정 평론가가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모텔 캘리포니아〉 〈원경〉을, 이우빈 평론가가 뮤지컬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를 평한다. 설재원 편집장은 봉준호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미키 17〉이 초청받은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리뷰하며, 김긍수 교수는 제22회 탄츠올림프 베를린의 후기를 전한다.
목차
갤러리
10 강수미와 ‘함께 보는 미술’ | 어디에서 왔나요?: 김성환의 ‘은유로서 하와이’ _강수미
18 박신양 작가 특별전 | 숙명을 들쳐 메고 제 길을 가는 당나귀처럼 그리겠다 _박영민
28 유성민 개인전 《우주의 비전》 | 정체성과 이질성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창의적 지평 _유성호
34 책을 여는 미술 | 회복과 재탄생의 흰 빛들 - 이수진 작가와 홍지희 작가 _최영건
인터뷰
38 소설가 한지수 | 제 소설은 대상이 분명합니다. 그러기 위해 늘 소설의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_고승철
44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 누군가는 가야할 길이라면, 돈키호테처럼 도전해봐야죠 _이은주
Theme K-뮤지컬
52 외연을 확장하는 K-뮤지컬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_원종원
58 현 상영작을 통해 한국뮤지컬의 과거와 미래를 엿보다 _김소정
64 진화하는 라이선스와 K-뮤지컬 _정명문
68 한국뮤지컬의 해외 수출, 더 단단하고 길게 뻗어나가기 _박희아
72 다시 쓰며 살아내는 이야기의 힘 - ‘한이박 트리오’가 내미는 연대의 손길 _박진서
76 한국 뮤지컬영화의 짧은 계보 _전찬일
82 ‘K-뮤지컬’ 시대를 활짝 연 뮤지컬 배우들 _이은주
문학
88 신작 詩 | 공중 공간 _김해솔
90 새 시집 속의 詩 | 이태수 박명숙
92 시 안테나 | 앞을 못 보되 살을 만질 수 있다 - 허상욱 「일당 빼먹기」 _이승하
영화·드라마
94 드라마월평 |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 - 〈나의 완벽한 비서〉 〈모텔 캘리포니아〉 〈원경〉 _김민정
100 영화월평 | 우리는 언제 말할 수 있는가 - 〈에밀리아 페레즈〉 _이우빈
104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 트리시아 터틀 체제의 첫 황금곰상은 퀴어 성장드라마 〈드림스〉 _설재원
리뷰
114 제22회 탄츠올림프 | 컨템포러리의 성장과 주춤하는 클래식 발레 _김긍수
120 새책 서종택 작가 미술에세이 『오후 네 시의 갤러리』 이근배 『이근배 육성회고록』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편찬위원회 『소설로 읽는 환경생태사』
책 속으로
전시명이 낯설다. 어렵기도 하다. 알파벳과 한글이 병기되어 있지만 활자들만 낱개로 도열한 형국이어서 눈에 들어오지 않고, 묵음으로 읽어보려 해도 막상 발음이 연결되지 않는다. 외계인의 언어와 맞닥뜨리면 그럴까 싶게 소통이 막막해진다. 고대 원시 언어를 발견하면 그럴까 싶게 글자가 아니라 미지의 파편들로만 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린 김성환 개인전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2024. 12. 19. - 2025. 3. 30.)를 두고 하는 말이다.
- 「강수미와 ‘함께 보는 미술’ | 어디에서 왔나요?: 김성환의 ‘은유로서 하와이’」(강수미 평론가, 동덕여대 교수) 중에서, 본문 12쪽
과거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화가로서도 표현하는 데 그 누구보다도 치열한 박 작가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밤을 새워 달려오는 소와 계속 마주했지만, 단 한순간도 표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머뭇거리거나, 순간을 유보하거나, 혹시라도 대충의 선택을 하는 순간, 그게 누구라도 거기에 있어야 할 의미는 없게 된다. 나는 누군가에게는 선물이 될 표현을 위해서 나의 온힘을 다했다. 절벽 끝에 선 투우사처럼.” 이처럼 강한 힘을 내뿜는 그림들은 그 크기도 150-200호에 이르는 대형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그의 원화를 직접 마주했을 때 관람객이 받는 압도감 또한 남다르다.
- 「박신양 작가 오사카 한국문화원 특별전 | “숙명을 들쳐 메고 제 길을 가는 당나귀처럼 그리겠다”」(박영민 기자) 중에서, 본문 22쪽
유성민 작가는 자신의 작품 안에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어쩌면 그녀의 작품들은 한 편 한 편의 개별성을 구현하는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는 내적 질서를 아울러 견지한다. 물론 그 이야기는 닫혀 있는 완결적 서사라기보다는 많은 이들의 사후적 해석을 통해 그 의미가 확장되는 열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녀는 동시대의 감상자들에게 ‘꿈의 사제’로 등극한다.
- 「유성민 개인전 《우주의 비전》 | 정체성과 이질성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창의적 지평」(유성호 교수) 중에서, 본문 28쪽
무언가를 하얗게 씻겨줄 듯한 회복과 정화의 책이라면, 최진영 소설가의 첫 산문집 『어떤 비밀』이 떠오른다. 책의 내용 때문만이 아니라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책의 굿즈 때문이기도 하다. 출판사 난다에서는 『어떤 비밀』의 동네서점 한정 굿즈로 비누들을 선보였다. 책과 비누라니, 엉뚱한 듯한 이 조합은 사실 깊이 탐나도록 어울리는 것이었다. 『어떤 비밀』의 표지가 되어준 비누 거품에 감싸인 손 덕분이다. 이 손을 그린 이수진 작가는 이에 〈잘못(Mishap)〉이란 제목을 주었다.
- 「책을 여는 미술 | 회복과 재탄생의 흰 빛들 - 이수진 작가와 홍지희 작가」(최영건 평론가) 중에서, 본문 35쪽
의도된 스토리에 인물을 사용하지 않고 몇몇 인물을 상정하니 인물끼리 살아 움직이며 스스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더군요. 작가는 그들의 대화를 옮겨 적는 역할을 했답니다. 2010년에 다시 폼페이를 찾아가 유적지를 샅샅이 훑으며 보완 취재했습니다. 집필에 몰두할 때 친정 엄마가 가끔 저희 집에 오셨는데 제가 외면하기까지 했어요. 제 의식이 과거 폼페이에 맴돌고 있는데 엄마와 말을 섞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걱정해서요.
- 「인터뷰 - 한지수 소설가 | “제 소설은 대상이 분명합니다. 그러기 위해 늘 소설의 현장으로 달려갑니다.”」(고승철 소설가) 중에서, 본문 40쪽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저 혼자 부딪치면서 가야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브로드웨이에 도전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일찍 막을 내렸어요. 부채는 점점 늘어나고, 이방인이라고 차별하는 문화적 차이도 존재했죠. 그래도 저는 긍정의 마음으로 극복했고 도전했어요. 도전 과정을 통해서 아무리 좋은 기획을 갖고 있어도 실행에 옮기려면 자본이 중요하다는 교훈도 얻었고요. 브로드웨이는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도 냉정해요. 내년쯤 손익 분기점을 넘을 것 같은데 일단 흥행이 증명되자 저를 대하는 모든 것이 달라지더군요.
- 「인터뷰 -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 “누군가는 가야할 길이라면, 돈키호테처럼 당당하게 도전해봐야죠”」(이은주 기자) 중에서, 본문 46쪽
구독하는 OTT가 여럿이고, AI가 작성한 리포트인지 판별해야 하는 일이 교수의 일상인 첨단의 디지털 시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날로그 예술장르인 뮤지컬이 2025년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우리 옛말처럼 무대의 현장성은 ‘날 것이 주는 생동감’을 생생히 전달하기 때문이다.
- 「테마 - K-뮤지컬 | 외연을 확장하는 K-뮤지컬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원종원 평론가) 중에서, 본문 53쪽
한국뮤지컬시장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수많은 작품이 제작되고 상연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속도에 힘을 쏟는 동안, 뮤지컬의 기록과 그것을 통해 어떤 담론을 형성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 음악의 정체성은 무엇인지와 같은 문제는 놓쳐왔다. 모든예술이 그러하지만, 뮤지컬은 단순히 어떤 것에 대한 재현이 아니다. 뮤지컬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며, 사회와는 어떤 상호 맥락성을 구축할 것인지 사유해야 한다. 그때야 우리는 한국 창작뮤지컬과 사회, 그리고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영미뮤지컬의 어법과는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한국 창작뮤지컬만의 어법과 구조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
- 「테마 - K-뮤지컬 | 현(現) 상연작을 통해 한국뮤지컬의 과거와 미래를 엿보다」(김소정 평론가) 중에서, 본문 63쪽
뮤지컬이 급부상되던 시기, 라이선스 뮤지컬은 창작 시장에 부정적 요인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 장기 공연된 화려한 쇼, 즉 라이선스 뮤지컬에 가깝기에 한국뮤지컬의 또 다른 지표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2000년대 이후 라이선스 뮤지컬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 「테마 - K-뮤지컬 | 진화하는 라이선스와 K-뮤지컬」(정명문 평론가) 중에서, 본문 65쪽
처음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한 한국 창작 뮤지컬은 1997년 〈명성황후〉였다. 당시에 〈명성황후〉가 이미지적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을 선보인 결과물이자, 동양에 대한 서구의 환상을 기반으로 성과를 거둔 사례라면, 〈어쩌면 해피엔딩〉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2024년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헬퍼봇’이라는 소재부터 음악, 소품, 스타일링 등 어느 것에서도 직접적으로 동양의 것을 표방하고 있지 않다. 이제 한국뮤지컬이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동양의 미’가 필요하지 않다. 오직 한국 제작진들의 창작력과 현지화를 위한 영리한 전략이 중요해졌다.
- 「테마 - K-뮤지컬 | 한국뮤지컬의 해외 수출, 더 단단하고 길게 뻗어나가기」(박희아 평론가) 중에서, 본문 70쪽
누군가 ‘한국에서 믿고 보는 뮤지컬 창작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한이박 트리오”를 꼽는다.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 그리고 박소영 연출가는 2013년 처음 호흡을 맞춘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흥행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친숙함과 신선함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능숙하게 조절하며 선보이는 작품마다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평을 받고 있다.
- 「테마 - K-뮤지컬 | 다시 쓰며 살아내는 이야기의 힘 - “한이박 트리오”가 내미는 연대의 손길」(박진서 평론가) 중에서, 본문 73쪽
주지하다시피 이 나라의 ‘뮤지컬영화’, 일명 ‘무비컬’은 SF 영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비인기·미발전 장르다. 한국영화사를 통틀어 언급할 만한 무비컬 편 수가 기껏 10편 전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그 역사와 현실의 초라함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아 성황 리에 공연 중인 〈명성황후〉를 비롯해 〈알라딘〉, 〈지킬 앤 하이드〉, 〈웃는 남자〉에 이르기까지, 2월 25일 기준 ‘많이 예매한 공연’ 순위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네 편이 모두 뮤지컬이란 점을 감안하거나, 2009년 초연 이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로 자리 잡은 〈영웅〉 등을 떠올리면 그 초라함은 의외인 감이 없지 않다.
- 「테마 - K-뮤지컬 | 한국뮤지컬영화의 짧은 계보 - 〈푸른 언덕〉에서 〈호조〉까지…」(전찬일 평론가) 중에서, 본문 77쪽
공연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말처럼 오늘도 수많은 배우들이 ‘꿈의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뮤지컬은 무대에서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노래와 춤, 연기 등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도 냉정하다. 하지만 많은 배우들이 커튼콜때 쏟아지는 관객들의 박수에 힘 입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영화나 드라마로 역진출한 뮤지컬 배우들이 고향으로 회귀하는 연어들처럼 다시 무대를 찾는 이유다. 3시간 남짓 혼신을 다해 관객들을 웃고 울리는 뮤지컬 배우들. 이들은 한국 영화, 드라마에 이어 ‘K-뮤지컬’의 시대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 「테마 - K-뮤지컬 | ‘K-뮤지컬’ 시대를 활짝 연 뮤지컬 배우들」(이은주 기자) 중에서, 본문 87쪽
이 시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감자탕 집을 모티브로 쓴 것이다. 시각장애인인 두 사람이 돼지의 뼈를 고아 끓인 감자탕을 먹고 있다. 처음 눈이 멀게 되었을 때는 외식하는 것이 난감했는데 안마사를 하고부터는 남의 살 만지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극돌기, 횡돌기, 관절돌기 사이에 숨어 있는 살을 찾아내야 한다. 사람의 척주와 기립근, 대둔근 등을 주물러주고 받은 돈이 호주머니에 들어 있다. 그런데 뼛속에 들어 있는 뼛골을 빼먹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남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을 내 호주머니에 넣기 위해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노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땀을 뻘뻘 흘리며 감자탕을 먹을 수 있다.
- 「시 안테나 | 앞을 못 보되 살을 만질 수 있다 - 허상욱, 「일당 빼먹기」」(이승하 시인, 중앙대 교수) 중에서, 본문 93쪽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지는 자연의 순리를 유유히 거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동재 동재 우리 동재, 바로 배우 이준혁이다. 작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를 통해 원톱 배우로 등극한 그는 2025년 나이 마흔에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는 일에 몰두하며 살아온 헤드헌팅 회사 CEO 강지윤과 그녀를 완벽히 보좌하는 비서 유은호의 사내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익숙한 맛, 아는 맛, 그래서 특별할 게 없지만 특별할 게 없어서 오히려 ‘편안한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답정너’ 간증이 많았다. 그리고 그 모든 특별함이 향하는 곳에는 ‘로코 킹’ 배우 이준혁이 있었다. 그동안 장르물에서 ‘얼굴 낭비’를 한 배우 이준혁을 향한 원성 아닌 원성이었다.
- 「드라마월평 |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 - 〈나의 완벽한 비서〉 〈모텔 캘리포니아〉 〈원경〉」(김민정 평론가, 중앙대 교수) 중에서, 본문 95쪽
〈에밀리아 페레즈〉를 보고 난 후라면 누구나 첫 번째로 떠오를 질문 하나, ‘그래서 왜 이게 뮤지컬 영화여야 하지?’. 할리우드의 전통적인 뮤지컬 영화들과 달리 무언가 삐걱거리는 춤과 노래의 타이밍, 뮤지컬이라는 주제와 전혀 무관한 내적 서사, 음률의 상쾌함으로 덮기엔 무척이나 폭력적이고 비정한 순간들. 이러한 생각에 빠져들며 영화를 따라가다가 마주친 후반부, 감독 자크 오디아르는 관객에게 흥미로운 내기를 하나 건다. 변호사 리타가 납치된 에밀리아를 구하러 가기 위해서 용병들을 불러 전투 준비를 하는 장면이다.
- 「영화월평 | 우리는 언제 말할 수 있는가 - 〈에밀리아 페레즈〉」(이우빈 평론가) 중에서, 본문 100쪽
폭설과 교통 파업 및 정치적 쟁점으로 조금은 어수선했던 현장 분위기와 별개로, 이번 영화제는 훌륭한 영화 프로그램 사이에서 따스한 시선이 힘을 받으며 포근하게 마무리되었다고 평할 수 있다. 이번 라인업에는 지난해 황금곰상을 거머쥔 〈다호메이〉와 같은 파격적인 작품은 없었지만, 그동안의 베를린영화제가 지닌 예술적· 실험적 경향 아래 알찬 수작들로 구성되었다. 토드 헤인즈를 필두로 한 심사위원단의 선택은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았으며, 특히 황금곰상을 〈드림스〉에 수여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 트리시아 터틀 체제의 첫 황금곰상은 퀴어 성장드라마 〈드림스〉 - 봉준호의 6년 만의 신작 〈미키 17〉 초청」(설재원 편집장) 중에서, 본문 112쪽
올해의 두드러진 특징은 클래식 발레의 축소와 컨템포러리 댄스의 강세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인 예술강국 러시아가 배제되면서, 무용 관련 행사들이 축소되거나 질적으로 약화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연스레 지금과 같이 혼란스럽고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컨템포러리 예술이 강세일 수밖에 없다. 평화롭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시기에 클래식 예술이 강세를 보이는 것과 반대로, 지금처럼 현실이 어렵고 비관적일 때에는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 예술이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양한 소재의 컨템포러리 발레의 확장은 클래식 발레의 몰락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 「제22회 탄츠올림프 베를린 | 컨템포러리의 성장과 주춤하는 클래식 발레」(김긍수 교수) 중에서, 본문 114쪽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3099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