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이 절 주변에 많은 까닭
꽃무릇은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 살이 알뿌리 식물로 별칭 ‘상사화(相思花)’라고도 한다. 꽃무릇의 잎과 꽃은 서로 어긋난 시간에 생기기 때문에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이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꽃무릇은 석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이라고 해서 ‘돌마늘(석산)’ 또는 ‘개난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석산 외에도 붉노랑상사화, 제주상사화, 위도상사화, 백양꽃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여름철 8월이 상사화의 절정기이고,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은 꽃무릇 세상이다. 꽃무릇이 꽃이 핀 뒤에 10월쯤에 잎이 나는 반면, 다른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난 뒤에 여름에 꽃이 피는 점이 다르다.
꽃무릇은 알뿌리로 번식을 한다. 땅에서 맵시 있게 솟아오른 초록색 꽃대 위에 덩그러니 한 송이가 달려 있다. 잎은 부지런히 광합성을 해서 뿌리에 영양분을 비축하고, 그 힘으로 허공으로 불쑥 기다란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워낸 것이다. 꽃은 열매도 없이 땅으로 떨어져, 뿌리로 돌아간다. 꽃이 지고 나면, 10월에 파릇파릇한 잎이 돋아난다.
우리나라 3대 꽃무릇 군락지는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다. 그중에서 영광 불갑산은 국내 최대 군락지로 노을빛 꽃 융단을 펼친 듯 압도적이다. 선운사의 꽃무릇은 길 따라 자연스럽게 피어 있고, 불갑사 꽃무릇은 선운사보다 2, 3일 개화기가 빠르다. 꽃무릇은 김천 직지사, 정읍 내장사, 서울 길상사 등에서도 10월 초까지 감상할 수 있다.
꽃무릇이 유난히 절 주변에 많이 심어져 있는 이유는 뿌리에 방부제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탱화를 그릴 때나 단청을 할 때, 뿌리 성분을 짓찧어 얻은 풀을 쑤어 얻은 녹말을 섞어 탱화를 그리면 좀이 슬지 않고 색이 오랜 세월 유지된다고 합니다.
절마다 상사화에 얽힌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상사화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한방에서 약재로 활용한다고 하나, 독성이 있어 모르고 섭취하였을 경우 오심과 설사가 발생하며 심하면 중주신경의 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지역에 따라 사인화(死人花), 장례화(葬禮花), 유령화(幽靈花), 지옥화(地獄花) 등으로도 불린다. 일본에서는 주로 피안화(彼岸花)라고 불린다.
[출처] 꽃무릇이 절 주변에 많은 까닭|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