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하나님(대림절둘째주일 오후)
이사야 65:17~25
성경 말씀을 읽다 보면, 우리의 현실과 너무 괴리감이 커서 ‘터무니 없는 것처럼 들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니 그냥 믿어야지 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가능하지 않을 거야’라는 불신이 자리하고 있고, ‘무조건 믿는다는 것의 허무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 읽은 말씀 중에서 25절의 말씀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을 것이며 사자가 소처럼 짚을 먹을 것이며 뱀은 흙을 양식으로 삼을 것이니….’
물론, 이 말씀은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2019년 대림절을 보내면서 구약 신학자 윌터 브루그만이 지은 <대림절 묵상집>을 하루에 한 장씩 읽고 있습니다. 오늘 주일예배 설교제목은 첫날 묵상 제목을 카피했고, 오후 예배는 둘째 날 묵상 제목을 카피한 것입니다.
맨 처음에는 제목이 정말 터무니없었습니다.
이런 제목을 달아도 되나 싶었는데, 가만 묵상해 보니 이 시대에 주는 하나님의 말씀은 참으로 터무니없었습니다. 지난 한 주간, 묵상집을 읽으며 감동 받았던 내용을 간단한 문장을 통해서 말씀을 나누겠습니다.
1일(주일) - 새로움이 찾아옵니다.
준비하는 시기는 질문하고, 생각하고, 묵상하고, 다시 결심하면서 묵은 때를 벗겨 내는 시간입니다. - 이럴 때, 하나님의 영이 우리에게 찾아와 ‘그 힘’으로 우리가 미처 순종하지 못하던 일에 순종하게 하고,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하나님 나라의 일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2일(월) - 터무니없는 하나님
하나님의 새 땅은 우리의 능력으로 들어갈 수도,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가능하리라 생각되지도 않는 곳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림절을 통해, 초월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3일(화) - 새로운 풍요를 누리다.
일상의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고작해야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넉넉함으로 바꾸어 놓으십니다.
4일(수) -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예견합니다. -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는 말씀임에도 대림절에는 새로운 현실을 보게 됩니다.
5일(목) 쇠하여야 할 때
우리 삶에서 묵은 것, 슴관적인 것, 파괴적인 것은 쇠해야 합니다.
6일(금) - 세상을 뒤엎는 시
시에서는 논리와 이성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 가능합니다. 대림절은 하나님으로부터 불가능한 일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기의 통제권을 내려놓는 시간입니다.
7일(토) - 광야에서 영광을
대림절은 곧 다가오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은 하나님의 영광을 고대하는 절기입니다. 광야는 생명의 힘이 스러지는 공간 – 이런 광야에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영이 임하게 되는 것입니다.
8일(주일) - 중간 지점에서 힘을 얻다.
하나님은 피곤한 자를 원치 않으신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신에, 의지를 가지라고 하시는 대신에, 하나님은 피곤한 자에게 능력을 주시고 의지를 잃어버린 자에게 새 힘을 복돋워주시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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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은 터무니없어 보입니다.
마치 시의 언어 같습니다. 그러나 터무니없어서 허무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식, 세상의 논리와 다르기에 오히려 희망의 언어입니다. 그 하나님이 여러분의 삶으로 찾아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