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북한을 떠나기로 결심한 주민 상당수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인신매매를 일삼는 브로커다. 탈북을 돕겠다고 접근한 브로커들은 여성들을 중국의 성매매 업소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은 강제 북송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탈북민의 처지를 악용한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5월 30일 유엔 산하 기구로는 처음으로 탈북 과정에서 강제 결혼과 인신매매 등으로 인권을 유린당하는 탈북 여성들의 지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압록강과 북한 신의주 모습. 연합뉴스© 제공: 세계일보 2005년부터 지금까지 6000명 이상의 북한이탈주민을 한국으로 데려온 탈북난민인권연합의 김용화 회장은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브로커의 만행을 수없이 목격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6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해 동안 탈북 과정에서 이뤄지는 인신매매는 수백 건에 달한다”며 “나도 자식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울화가 미친다”고 말했다. 1988년 압록강을 넘은 김 회장은 탈북민도 난민이라는 생각에 2005년 이 단체를 설립했다. 주로 중국과 제3국에 떠도는 불법체류 신분의 20만∼30만명 탈북자를 구출하는 일을 한다. 해외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는 탈북자를 돕는 일도 한다. 그는 “현재 중국 쪽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려면 2000만원 상당을 내야 한다”며 “없는 돈 긁어모아 목숨을 걸고 북한을 떠난 이들은 악덕 브로커를 만나 또 한 번 생지옥에 빠진다”고 강조했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 제공: 세계일보 탈북 여성에게는 중국 남성과 결혼시켜 주겠다며 접근하는 브로커가 많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낯선 곳에서 마땅한 거처도 구하지 못한 채 불안한 마음으로 떠도는 탈북민에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그렇게 중국 남성에게 팔려 간 북한 여성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성적 착취와 학대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정례 보고서에서 “중국은 북한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의 종착지가 됐다”며 “북한 여성들이 이민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고, 중국 시민과 결혼한 경우 신분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국적이 어디든 인권은 똑같다”며 “한국은 탈북 과정에서 침해당하는 탈북민 인권 문제에 대해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