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110여만원을 받던 이마트 촉탁직이 55만원짜리 일자리로 내몰릴 처지가 됐다. 일부 국회의원과 근무자들은 일자리가 반 토막이 됐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마트 측은 사대보험, 상여금 등이 주어지는 양질의 일자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질소득 감소, 노년층 빈곤이 확산하는 현 추세에서 이마트 시간제 일자리를 진단해보았다.
110만원 일자리, 400명에서 700명되자 110만원에서 55만원으로 쪼개
이마트 “판매직 60세까지 일자리 주면, 55세 정년인 사무직에 역차별”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으로 이마트에서 월 110만원을 받던 노동자가 55만원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마트 측은 정년 이상의 직원들에게 배려의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 사실과 다른 의미로 왜곡됐다고 항변했다.
지난 1월 15일 국회에서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마트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맹렬한 비판의 목소리를 울렸다.
우 위원은 “그 엉터리 공약 때문에 이마트에서 7백여 명의 노동자가 110만원짜리에서 55만원짜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마트가 55세 이상 촉탁직 사원에게 시간제 일자리로 바꾸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한다”며 “박근혜표 시간제 일자리 55만 원짜리 대량양산 일자리다. 한 달 하루 8시간 주 5일 총 40시간 촉탁직을 반으로 뚝 잘라 20시간만 일하고 나머지는 신규채용하겠다고 이마트가 한다”고 밝혔다.
400→700명, 보이지
않는 숫자의 함정
이마트는 지난해 판매진열 등을 맡는 사내파견직 및 외부업체 인원 1만2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했다. 당시 판매진열직원들은 하청업체 소속 직원으로 통상 60세까지 일했다. 하지만 이마트는 정규직 정년이 55세인 탓에 60세 미만 직원 400여명을 촉탁직으로 고용했다. 근무조건은 주당 40시간 급여 110만원이었다.
촉탁직이 된 직원들은 전처럼 60세까지 일하는 줄 알았지만, 이마트는 올해부터 전혀 다른 제안을 건넸다. 주당 20여시간에 급여 55만원을 받는 시간제 일자리가 됐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이러한 제안을 한 배경에는 지난해 판매진열직에 있다가 정규직이 된 직원들이 있다. 이들 중엔 곧바로 정년이 임박한 300여명의 직원이 있었다. 이마트는 이들에게 지난해 6월과 12월 정년 만료 시 과거처럼 촉탁직으로 계약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 300명까지 모두 촉탁직에 지원하면 총 촉탁직 계약자 수는 지난해 400명에서 올해 7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촉탁직 계약자 중 60세가 되어 퇴직자 수도 있지만, 늘어난 인원수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판매진열직 직원들이 과다 축적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년이 되어 퇴직하는 숫자만큼 신규 정규직을 뽑지 않는다면 올해 판매진열직 부문 총 고용인 수는 증가가 아니라 감소가 된다.
이마트 입장에선 이 촉탁직 대상자들을 시간제 근로직으로 채용하면 전년도에 비해 약 3억8500만원의 인건비 절감하게 된다. 만일 그대로 퇴사하는 인원, 또는 60세를 넘겨 퇴직하는 인원까지 계산하면 절감 액수는 더욱 늘어난다.
반면 근무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올해 촉탁직 고용계약 변화로 인해 근로자 숫자가 줄어든다면, 판매진열 작업량이 줄어든 것이 아닌 만큼 자연 근로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판매진열 직원들 입장에서도 지난해 정규직이 됐다는 것 외에 작업량은 전혀 변함이 없는데, 일자리의 질만 낮아졌다는 항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마트는 일의 규모를 줄인 것에 대해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경영상 이유는 아니라고 답했다.
전례를 제외한다면, 이마트 측 입장에선 정년 이상 근로희망자들을 고용할 근거는 없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 때도 55세 이상 직원들은 하청업체 소속이었으므로 계약철회를 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마트는 도의적 책임을 이유로 이들을 받아들였고, 이 조치는 지난해 이마트 불법노조사찰 등으로 달궈진 여론을 식히는 데 부정할 수 없는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마트에선 이 도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이마트 측 관계자는 “사내규정이나 법 등 그 어떤 근거로도 이들을 고용할 의무가 없었다”며 “촉탁직을 만든 것은 기존에 일하시던 분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인데, 마치 의무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오해다”고 해명했다.
또 “이마트 정년은 55세로 신입사원 공채로 들어와 오랫동안 공헌한 직원들도 퇴직하는 데 판매진열직이란 이유로 60세까지 근무하도록 하면, 그것은 특혜이며 형평성의 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전했다.
판매진열직이 정규직 전환하기 이전인 2012년 말 기준, 이마트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5000만원, 여성 직원은 2100만원이었다. 반면 55세 이상의 판매직원들은 월 100만원대 급여를 받는다.
선의의 배려 vs 반편이 일자리
우원식 최고위원은 이마트의 55만원 방침도 문제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박근혜 정부의 어긋난 노동제도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질타했다.
우 최고위원은 “이마트는 지난 1년 불법파견으로 고용감독을 받았는데 결국 정부정책 편승으로 눈치 보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마트에 묻는다”며 “지금도 각종 채용게시판에 주 14시간짜리 사원 모집공고가 여기 저기 떠 있다. 이마트 사내처럼 고작 110만 원짜리 일자리로 우격다짐으로 뚝 잘라 55만 원짜리 일자리 몇 개 더 만드는 게 박근혜표 시간제 일자리 내용인가”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려했던 데로 어떤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막무가내 식으로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박 대통령 엉터리 공약이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강제로 쪼개고 쫓아내고 있는 식이 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와 이마트에는 110과 55는 숫자로 보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그 사이에 노예적 상황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눈물과 불안과 한숨이 들리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시간제 일자리 공약을 철회하고 이마트의 일자리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이마트 측은 “이마트 시간제 일자리 제안이 저질의 일자리라는 것은 선의의 배려에 대한 명백한 왜곡이다”며 “이마트 시간제 일자리가 원치 않으시면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데, 이를 의무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