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밭에 가다 만난 농부님..
올해 사과농사, 고추농사 참 잘되었다고
주름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그래봤자 풍년들면 또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고,
오히려 태풍불어 농사 망쳐 가격이라도 올라 제값 받으면
누군가는 돈 좀 벌지 않겠냐며 자조하다가
그러면 또 수입농산물 밀려오지 않느냐며
얼굴이 어두워 집니다...
그래도 자식처럼 키운 작물이
잘 자라주어 고맙기만 하다고 합니다.
올해도 몇차례 태풍이 옵니다만
아직까지는 스쳐지나가 큰 피해가 없었는데
지금 올라오는 “송다”도
큰 피해없이 비켜가기를 기원합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먼 이국땅 멕시코 칸쿤에서
수십만의 한국농민을 대신하여 자결하신
이경해 열사님의 1주기가 돌아옵니다.
이제 님이 뿌린 피의 씨앗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오로지 남아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행여 잊고있는 사이에 어렵게 틔운 싹이 말라버릴까
작년 구월 포항모임에서 올렸던 추모사를 끄집어 내어
다시 올려봅니다.
고 이경해 열사님께
오늘 전국의 농부를 꿈꾸는 후배들이 이곳 포항에 모여
열사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나라 농민의 자존을 위해
아니, 온 세계 농민의 생존을 위해
이역만리 먼 타국에서 뜨거운 피로 산화하신
열사님의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헤아려 봅니다.
저희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 대부분은
제대로 농사를 지어본 경험도 없읍니다.
농부를 꿈꾼다고 하면서도
뉴스를 보기전까지는 WTO회의가 있었는지도,
열사님과 동지들이 먼 이국땅에서
피맺힌 절규를 외치고 있었는지도 몰랐었읍니다.
수많은 농부님들의 하늘이 무너지는 좌절과
피끓는 분노도 아직은 잘 모릅니다.
먼 이야기처럼 느껴온 무지,
그저 몰랐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희망을 갖고
이자리에 모였읍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토론하여
귀농의 참된 의미를 깨닫코자 합니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거대한 상업자본주의,
자유주의로 위장된 제국주의와 세계화의 물결속에서도
꿋꿋이 홀로 설 수 있는 참된 농부가 되어
열사님의 뜻을 따르고자 합니다.
치기어린 감상주의나 현실도피가 아닌
가치있는 삶의 전환으로서의 귀농이 되도록
하늘에서 저희들을 지켜보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먼길을 떠나시는 열사님께 작별 인사를 고합니다.
이곳에서 겪으셨던 치열했던 삶의 무거운 짐을
저희 후배들에게 내려놓으시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드소서.
단기 4336년 9월 27일
첫댓글 장 수 엔 열사가 많이 나신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