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일대에서 40억∼50억원대 상가빌딩을 찾고 있는 자영업자 김모(60)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상가빌딩 매매 호가가 뛰고 있지만 임대 수익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되레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상가빌딩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하는데 매매가 대비 임대수익 비율이 연 4∼5%로 떨어져 매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ㆍ수도권 등지의 상가빌딩 매매와 임대시장이 따로 논다. 정부의 주택ㆍ토지 투기 억제책으로 큰손(거액 자산가)들이 상가빌딩시장으로 몰리면서 호가는 초강세다. 반면 임대시장은 한겨울이다. 경기 불황에 공급 과잉까지 겹쳐 임대료가 떨어지고 빈 가게도 속출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상가빌딩이 강남 재건축아파트처럼 사용가치(임대료)는 낮아지는데 교환가치(매매가)만 오르고 있어 거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가빌딩, 호가는 오르는데 임대료 내려
서울 강남 테헤란로 부근 한 상가빌딩(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350평)의 매매 호가는 올 들어 20% 올랐다. 이 빌딩을 사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어나자 주인이 지난해 말만 해도 50억원에 내놓았던 매물을 60억원으로 올린 것이다.
하지만 임대료는 오히려 빠졌다. 이 빌딩의 전체 임대료는 보증금 2억원에 월 2300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보증금은 변동 없이 월세는 300만원 떨어졌다. 빌딩 주인은“영업이 잘 되지 않는 3층 세입자의 임대료를 깎아준데다 4층에서 공실(빈사무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노원구 하계동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250평짜리 상가빌딩 역시 지난해 말보다 2억원 오른 40억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지난해말만 해도 이 건물 전체 세입자 보증금으로 7억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6억3000만원으로 떨어졌고 월세도 2300만원에서 2150만원으로 줄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건물주인들이 세입자를 붙들기 위해 일정기간 관리비를 받지 않거나 계약기간 중 임대료를 낮춰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상가빌딩 매매ㆍ임대시장 괴리 현상은 임대수익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 때문이다. 역삼동 T공인 이모 사장은“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큰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5년 이상 묻어두겠다는 생각으로 상가빌딩을 사들인다. 매입문의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시행된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 상가의 건물분이 제외된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또 다른 이유다. 강남구 S공인 관계자는“일부 사설 펀드까지 상가빌딩을 사들이다 보니 품귀현상을 보인다. 과잉 유동성이 낳은 이상 현상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점 조심해야
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본부장은“이렇다할 개발 호재가 없는 곳에서도 주인들이 상가빌딩 호가를 많이 올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자산관리회사인 글로벌 PMC 김용남 사장은“상가빌딩 투자자들은 거래가의 30∼40% 정도를 은행융자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가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는“토지투기지역에선 상가빌딩을 팔 땐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내야 하므로 시세차익을 겨냥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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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빌딩, 매매호가는 뛰는데 임대료는 떨어져(단위: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하1층∼지상 7층 연면적 750평
2004년 12월 7월 7일 현재
매매가 60억 75억
월 임대료 3000만 2700만
▶서울 중구 신당동 지하1층∼지상 4층 연면적 200평
2004년 12월 7월 7일 현재
매매가 35억 38억
월 임대료 1700만 1610만
▶인천 서구 연희동 지하1층∼지상 4층 연면적 200평
2004년 12월 7월 7일 현재
매매가 10억 10억5000만
월 임대료 600만 500만
자료:인근 부동산중개업소 종합
자료원:중앙일보 2005.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