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색 관광지 철원
철원은 희한한 땅이다. 강원도지만 강원도 같지 않다. 철원으로 들어갈수록 산들이 멀찌감치 물러서다가 갑자기 드넓은 평야가 나타난다. 국내
4대 평야로 꼽히는 광활한 평야지대만 보면 전라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들판 끝자락까지 달리다보면 칼로 쪼갠 것 같은 낭떠러지와 맞닥뜨린다. 검고
깊은 협곡의 암벽을 휘돌아 바로 한탄강이 흐른다.
한탄강은 땅이 꺼져 만들어진 강이다. 북한의 평강에서 발원해 김화·철원·포천·연천을 지나 전곡에서 임진강과 합류, 서해로 빠진다. 길이는
136㎞. 그리 길지 않은 강이지만 풍광이 독특하다.
한탄강 상류는 북한과 민통선에 속해 있어 강의 시원지는 밟을 수 없다. 승용차로 찾기 쉬운 상류가 바로 직탕폭포다. 직탕폭포는 계단식
폭포다. 높이는 3m. 폭은 50~60m. ‘한국의 나이애가라’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실은 그리 장엄하지 않다. 명성만 듣고 찾은 사람들은
‘애개개’ 하며 헛웃음을 터뜨리기 일쑤다. 마치 강 한가운데 쌓아놓은 제방이나 둑처럼 강줄기가 움푹 꺼진 것 정도로 보면 된다.
올해는 잦은 비로 예년보다 폭포의 수량이 많다.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찾아 낚시꾼들이 몰려온다. 폭포 아래쪽에서 강줄기를 거슬러
오르려는 피리와 송사리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강 가운데에는 꺽지와 메기도 많이 산다고 한다. 직탕폭포는 오래전부터 천렵하기
좋은 곳이었다.
반두를 펼쳐들고 폭포 귀퉁이에서 튀어오르는 피리를 잡는 재미도 쏠쏠하고, 야트막한 강줄기에 몸을 반쯤 담그고 견지낚시를 즐기기도 한다.
플라이 낚시꾼들도 가끔 들른다.
폭포 양쪽에는 주상절리를 닮은 검은 현무암이 있다. 현무암은 이곳이 화산 지형임을 짐작케 해준다. 실제로 한탄강은 한반도 지질 변화과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구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추가령구조곡. 전문용어를 풀이하자면 대륙과 대륙이 충돌해서 거대한 틈이 생겼는데 이 틈이
오랜 세월을 거쳐 강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화산이 터져 용암이 흘러내렸다. 한탄강은 이런 복잡한 지질변화의 흔적을 또렷하게
보여준다고 한다.
직탕폭포를 지나온 물줄기는 승일교로 이어진다. 승일교는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시멘트 다리다. 승일이란 이승만과 김일성의 이름에서 따왔다. 두
사람이 놓은 다리라는 것. 한국전쟁 이전에는 북한측에서 다리를 놓기 시작했고, 전쟁 후 이승만 정권 때 완공됐다. 김일성을 이긴다는 뜻에서
승일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얘기도 내려온다. 현재 승일교는 교량이 약해지고 낡아서 차량통행이 금지됐고 사람만 건널 수 있다. 옆에 한탄대교를 새로
놓았다. 옛 승일교는 이미 분단의 유적이 됐다.
승일교를 지난 한탄강 줄기는 고석정을 적시고 흐른다. 고석정은 직탕폭포로부터 물길로 2㎞ 거리다. 고석정이란 협곡 가운데 솟아 있는
고석바위에서 따온 이름이다. 강 한가운데 암봉이 우뚝하고 협곡 사이로 강이 흐른다. 암벽의 높이는 20여m. 그늘진 협곡의 모습은 신비감을
자아낸다. 고석정은 풍광이 아름다워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도 절경을 보러 왔었다는 곳이다. 강기슭에 2층 누각을 세우고 수많은 풍류객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곳이다.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971년에 다시 지었다.
고석정을 이야기할 때 임꺽정을 빼놓을 수 없다. 고석바위에는 자그마한 굴이 보이는데 바로 이곳이 조선조 때 의적 임꺽정이 숨어 지낸
곳이라고 한다. 임꺽정은 조선 명종 때 살았던 의적. 함경도에서 조정에 상납되는 공물을 뺏어 서민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원래 그의 이름은
임거정(林巨正). 명종실록에는 임거질정(林巨叱正)으로 나와 있다. 꺽정이란 이름은 관군이 오면 꺽지로 변해 물속으로 숨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그만큼 민중들의 호응이 대단했고 신출귀몰한 인물로 추앙됐다. 개성에 쳐들어가 포도관 이억근을 죽이기도 했으나 결국 구월산에서 체포돼 처형됐다.
역사에선 단 몇줄의 이야기지만 전설은 구구하다.
고석정은 순담계곡으로 이어진다. 정조 때 영의정을 지냈던 김관주가 한탄강의 아름다움에 빠져 이곳에 은거하면서 약초인 순을 기르며 여생을
보냈다 해서 이름이 붙은 계곡이다. 순담은 한탄강 래프팅의 대명사가 됐다.
래프팅 코스는 직탕폭포~순담~군탄교까지 7㎞. 수량에 따라 코스가 달라지기도 한다. 한탄강은 1988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래프팅을 시작한
곳이다. 당시 한탄강 일대에서 카누와 카약을 즐기던 스포츠인들이 장마철에 카누 대신 탈 게 없을까 고민을 하다 보트 래프팅을 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당시 송강카누학교, 청파카약 등 5개 레포츠 업체가 래프팅협회를 만들었다. 풍광 좋은 강줄기 여행에 급류를 타는 스릴도 좋았다. 그 뒤
한탄강 래프팅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한탄강은 한때 군부대의 도하훈련장이기도 했다. 이 일대에서 군생활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고무보트를 타고 도하훈련을 했던 추억 한 토막을
가지고 있다. 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래프팅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한탄강 하류인 전곡에는 한탄강 유원지가 있다. 한탄강 유원지는 예부터 이름난 물놀이터. 여름이면 강변을 따라 더위를 식히려는 여행자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전곡리는 전기 구석기 유적지 중 하나.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던 미군 병사가 주먹도끼를 발견했던 곳이다. 당시만 해도
아시아권에서는 주먹도끼 문화가 없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지만, 이 주먹도끼 하나로 27만년 전 한반도에 주먹도끼 문화가 존재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한탄강은 분단의 현장이기도 하다. 상류인 철원권에는 도피안사나 노동당사 같은 분단유적이 남아있다. 도피안사(倒彼岸寺)란 피안(극락)에
이르는 절이라는 뜻이다. 856년 통일신라 경문왕 5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유서깊은 사찰. 기둥과 벽만 남아있는 노동당사는 아직도 총알자국이
선명하다. 분단의 상징으로 KBS 열린음악회 등 각종 통일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
문화, 역사,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한탄강. 강줄기를 따라 여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여행길잡이
▶교통
자유로를 이용하는 방법과 의정부로 가는 방법이 있다. 자유로를 타고 달리다 문산으로 빠진다. 문산읍내로 들어가지 않고 국도 37호선을 따라
직진하면 적성가는 길. 파평면 금파리 3거리에서 장파리길 대신 우회전, 적성길을 탄다. 고갯길을 넘으면 적성읍. 읍내를 지나면 전곡
방향(좌회전)과 양주·동두천 길로 나뉜다. 전곡길을 타고 달리면 한탄강이 나타난다. 전곡에서 철원 가는 길은 연천 방면 국도 3호선과 87호선
두 갈래. 87호선을 타고 관인을 지나 가는 것이 낫다. 동송읍으로 이어진다. 강남권에서는 의정부가 편하다. 국도 43호선을 타야 한다.
가구단지가 있는 소흘읍부터 포천읍까지는 정체가 심한 편. 포천읍을 지나면 제 속도를 낼 수 있다. 갈말(신철원)을 지나 약 3㎞ 더 올라간다.
문혜리에서 463번 지방도로(좌회전)로 접어들어 4㎞ 정도 달리면 고석정에 닿는다. 463번 지방도를 타고 철원읍 쪽으로 달리면 직탕폭포 가는
길. 직탕폭포 이정표가 잘 돼 있다. 철원읍 방면으로 더 달리면 학저수지와 도피안사가 나타난다. 서울 상봉터미널이나 수유리 시외버스정류장에서
신철원과 동송행 시외버스가 수시로 출발한다. 신철원이나 동송, 또는 운천에서 고석정행 군내버스를 타면 된다. 신철원 시외버스터미널
(033)452-2551, 동송 시외버스터미널 (033)455-2339.
▶먹거리
동송읍내 구시장에 있는 수원순대국(455-2213)은 철원 사람들이 자주 찾는 집. 소머리국밥 5,000원, 순대국 4,000원. 고석정
앞 향맥가든(455-7000/8000)은 매운탕 전문점이다. 매운탕은 2만원, 3만원, 5만원짜리가 있다. 장어구이는 1인분에 1만원, ㎏당
4만원이다. 꿩 샤브샤브는 5,000원.
▶숙박
철원은 숙박시설이 좋은 편. 석정과 인근 동송 지역엔 규모가 큰 여관이 많다. 철원관광호텔(455-1234),
삼부연관광호텔(452-5884) 등의 호텔급은 물론 썬파크(455-9591), 파레스(455-8817) 등의 여관이 있다. 경기도 포천의
산정호수 한화콘도(031-534-5500)도 그리 멀지 않다. |
첫댓글 새록 새록 생각 나는군 조기서 군발이 생활을 해서 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