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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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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컴 돋보기&졸보기 스크랩 2006 케이프타운 홈리스월드컵을 마치며
김선미 추천 0 조회 31 09.01.12 21:2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9월 30일 카자흐스탄과 가졌던 결승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러시아가 2006년 홈리스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습니다. 3,4위는 폴란드와 맥시코가 차지했습니다.

 

 우승한 러시아팀 주장은 " 이번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하면서 저는 제 꿈을 찾았습니다. 돌아가서 바로 길거리 축구 리그를 만들고 싶어요. 축구가 저를 구해 주었으니까요. 만일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이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도와줄 친구들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 케이프타운 홈리스 월드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소감을 피력합니다.

 

 

 

(3위를 한 폴란드팀 수상장면. 네, 제가 폴란드팀 편애하나봐요..^^처음 인터뷰한 팀이기도 하고해서..)

 

 
일주일간 케이프타운의 그랜드 퍼레이드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선수들의 힘과 관객들의 즐거운 함성을 뒤로 하고, 이제 케이프타운은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노숙자라고 하면 좀 가까이 하기 힘들고, 어딘가 안타까운 느낌만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동안 취재를 하며 여러 나라의 홈리스 친구들을 만나본 결과 저 스스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 노숙자는 꼭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해서 되는 것은 아니더라는 걸 배웠습니다.
브룬디나 라이베리아, 르완다 등 수 많은 중부 아프리카 국가와 아프가니스탄 등은 오랜 내전이나 전쟁때문에 집은 커녕 먹을 것도 할 일도 없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너무너무 많다고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팀 메니져는 물질적인 빈곤도 문제지만, 삶의 목표라던가 전통 문화를 잃은 것에서 오는 상실감이 더 크다고 말합니다.
 

 

(내전중인 브룬디에 희망을! 희망팀 브룬디~) 

 
브룬디....어디에 있는 나라였는지도 몰랐는데 오랜 내전을 겪고 있는 중부아프리카 국가라는 것도 이번에알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로 10대 후반인 선수들 눈빛이 너무 맑았습니다. 그 어느 선수보다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공을 다루는 16세 골키퍼는 아직 기억이 많이 납니다.
 
둘째, 잠깐의 불운으로 길고 긴 노숙자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참 많았습니다. 주로 유럽이나 북미의 선진국 선수들이 이런 경우가 많았는데,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의 요하네스 선수는 원래 페인트 기능공이었다고 합니다. 수입도 괜찮았고, 여자 친구와 함께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여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어, 같이 살던 집에서 나오게 되었는데,  갑자기 갈 곳이 없더랍니다. 그래서 그냥 길에서 잠을 청했던 것인데,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1년이 되고, 1년이 10여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인간이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정부나 사회의 제도적 도움(상담같은 것)이 없다면, 그 나라가 아무리 잘 살거나, 복지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노숙자가 되기는 쉬운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요하네스 선수도 지금은 카톨릭 단체에서 운영하는 자활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고 합니다. 지난 번 참가했던 에딘버러 홈리스 월드컵때 전세계에서 모여든 많은 친구들을 만나 힘도 얻고, 희망도 얻었다며 작년부터 주욱 간직해온 기념 티셔츠를 자랑스럽게 보여줍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인이 다양한 언어로 남겨져 있습니다.
 
 
(자랑스럽게 작년 기념티셔츠를 보여주는 요하네스씨)
 
경기가 막판으로 접어들수록 체력이 달리고, 그러다 보니 피곤이 쌓여 이런 저런 부상을 당하는 선수들도 많이 나옵니다. 요하네스씨도 경기 도중 다리가 쥐가나는지 잠깐 대기석으로 나와 열심히 근육을 풀어보는데, 그래도 많이 아픈지 얼굴이 영 그렇습니다. 그러나, 교대할 차례가 되자 자존의 깃발을 휘두르며 경기장에 나서는 중세의 기사처럼 당당히 또 뛰어 갑니다.
 
 
(고개 들고 나갈 준비하는 요하네스씨)
 
스코틀랜드나 잉글랜드처럼 국가적으로 홈리스를 위한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의 선수들은 또 조금 달랐습니다. 생긴 것도 너무나 멀끔하고, 나름 준 프로 선수같은 분위기...이걸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는습니다. 영국에서 심리학 관련 일을 하다 온 남아공 친구도 제 말에 동의하기를, 그 나라에는 홈리스인 상태로 정부 보조금에 의지하여 마냥 노는 사람들도 많은데, 주말이면 잘 차려입고 클럽에 놀러도 오고 그런다는군요. 뭐 홈리스라고 놀지도 못하느냐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삶을 여유롭게 보는 것은 확실히프로 축구 선수들보다는 훨씬 잘하는 것 같았습니다. 원래 홈리스 월드컵은 남자팀, 여자팀으로 나눠서 경기를 하지 않고, 섞여서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물론 프로에 가까운 몸짐을 가진 선수들과 충돌히면 아무래도 불리하겠지만, 또 나름 근성있는 여자 선수들도 많더라구요. 어쨌거나 가장 남녀가 골고루 출전한 남미의 파라과이 팀의 경우엔 "골고루 섞임 특별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래 이탈리아와 스코틀랜드 경기 직전에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보세요. 낭만의 대명사라고하는 이탈리아의 선수가 피 속에 들끓는 인간애(주로 여성에게만 표현되는???)를 참지 못하고 경기전에 스코틀랜드 여자 선수들에게 꽃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있는 남자 스코틀랜드 선수. 어쩐지 부러워하는 눈치?
 

 

 
그뿐만 아닙니다. 훈련을 할 때도 가끔 묘한? 상황이 생기더군요.
 
하루는 곧 경기를 할 가나와 프랑스팀이 경기장 뒤편 공간에서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가나 선수는 훈련방식이 체계가 잡혀 있어서 가볍게 뛰면서 이런 저런 몸동작을 리듬감있게 착착~ 하고 있더군요. 옆에서 뒹굴던 프랑스 선수들, 한참 잡담을 하다가 엇, 이럴 때가 아닌데 싶었던지, 상대편인 가나팀 뒤에 가서 몸 푸는 것을 따라 합니다. 그걸 본 다른 프랑스 선수들 하나 둘씩 뛰어 듭니다. 그러다 머쓱한지, 앞에가는 가나팀 골키퍼를 툭툭치며 장난을 걸어 보는군요. 그렇게 즐겁게 몸을 풀고는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훈훈한지....
 

 

(두줄로 나눠서 뛰고 있는 노랗고 빨간 유니폼의 가나 선수들과 그 앞쪽에서 이것저것 하며 수다떨고 있는 프랑스 선수들....이러던 그들이....짜잔 다음 사진으로 가면~) 

 

 
(다리를 옆으로 차 올리며 뛰는 훈련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즐겁게 웃어가며 말이죠.)
 
 
선수들과 자원 봉사자들은 날마다 한 두 게임은 꼭 참가하고, 게임이 없는 시간엔 다른 나라 경기를 응원하기도 하며  일주일을 바쁘게 보냈습니다. 
 
물론 경기에 이겨서 더 기쁜 날도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블루카드(경고)를 받아서  열도 받곤 했지만.... 
 
 

 

 

정말 모든 선수들이 몸이 따라주지 못할 만큼 열심히 뛰었고, 그래서 후회는 없습니다.

 

 

 

 

 

물론 관객들도 네편, 내편 없이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케이프타운의 작은 집 하나를 빌어 수 많은 동포와 나눠쓰며 빠듯하게 살고 있지만, 오늘 자국의 국가대표(홈리스 대표이긴 하지만, 국가대표임에는 틀림없습니다.)가 멋진 경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일주일은 더 기쁠 것 같다고 하는 블랙스씨. 그리고 따라서 놀러온 남아공의 이웃 14살 봉즈.

 

 

 

 

홈리스인듯이 보이는 이 소년은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이 경기가 이 소년의 앞날을 어떻게든 바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집이 있건, 없건.....직업이 있건, 없건....선진국에서 왔건, 아니건....모두가 가슴 벅찬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저 또한 전세계에서 온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그 친구들로부터 내년엔 우리나라 선수단도 꼭 참가해서 멋진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한국팀은 없냐고 물어 보더군요. 몇몇 사람들은 한국이 너무 잘 살아서 노숙자가 없기 때문에 선수단이 없냐고 물어보던데....눈빛을 봐선 농담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

한국에도 분명 노숙자는 있고, 식사나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봉사단체도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그러나, 길거리 잡지나, 노숙자 혹은 생활보호대상자를 위주로 하는 축구 리그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대답해 주었습니다.

 

분명 제가 모르는 상황이 많을 것입니다. 

다만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단순히 식사나 잠 잘 곳을 제공하고, 단순노동의 일거리를 제공한다고 해서 몸에 붙은 노숙, 혹은 의존적 삶의 태도를 바꾸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히 공 하나와 경기를 조직화할 자원 봉사자들만 있다면, 그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이랄까....더 나아가서 작은 것으로부터도 삶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나누는 것....저는 꿈꾸게 되었습니다.

 

청년 실업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누가 적당한 일자리를 제공해 주기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도, 밥값과 차비 정도를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면, 이런 홈리스 축구팀을 조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선수는 노숙자 뿐만 아니라, 생활보호 대상자, 난민, 등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면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어려우면 잡리스(Jobless, 실업자) 축구팀이라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경기를 조직하고, 스폰서를 받고, 대회를 만들고, 홍보, 조직, 관리 등 각 분야에서 스스로 경험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집에서 똑같은 이력서 천만장 쓰는 것도 좋지만, 이런 뭔가를 실행해 볼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훌륭한 경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에게 더 많은 희망을 꿈꾸게 한 2006 케이프타운 홈리스 월드컵. 내년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것임을 믿습니다.

 

 

 

관련글 보기

 

[노숙자 월드컵]1. 자존의 버튼을 눌러라. 

 

2006 케이프타운 홈리스 월드컵 개막

 

2006 홈리스월드컵 첫 날 소식

 

홈리스월드컵 제2일 소식 

 

 
 
 
 
*  *  * 
오늘도 뽀오나쓰~
위의 사진을 포함하여 다음 파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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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06 홈리스 월드컵을 마치며' - Daum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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