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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牛♡│ 시 선 ‥| 스크랩 포커페이스 외 / 임보
동산 추천 2 조회 93 16.08.24 11:40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포커페이스 / 임보

 

 

속이는 건 인간들의 천성
세상은 거짓을 먹고 살아간다

 

부모를 속이고
연인을 속이고
친구를 속이고
내 자신을 속이고

 

적의를 우정으로 감추는 정치가
증오를 사랑으로 포장하는 성직자

 

보라, 영화와 소설 
속이는 이야기들이 판을 치지 않던가?

 

마술사의 손이 눈부신 기적을 빚어내듯
도박사의 패가 감쪽같이 살아나듯

 

잘 속이는 놈이 장땡이다
많이 속이는 놈이 왕초다

 

까짓것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줄기세포 하나쯤 속였다고
그게 그리 대순가?

 

황 박사 만세!
브라보 황! 황!

 

 

물의 칼 / 임보

 

 

대장간의 화덕에서 벼려진 굳은 쇠붙이만이
예리한 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로 가슴을 베인 적이 없는가?

 

해협을 향해 몰아치는
거대한 파도의 모서리가 아니라

 

몇 방울의 물

 

두 안구를 적시며 흐르는
눈물방울도

 

사람의 가슴을 베는 칼이 된다.

 

 

 

 

 

 

위로 / 임보

 

 

그대여
너무 슬퍼하지 말라

 

고흐도 있고
수근도 있다

 

곤궁과 멸시가
그대의 허리를 비틀지라도

 

굽힐 줄 모르는
그대의

 

푸른 꿈이
너무 깊어

 

세상이 장차
무릎을 꿇으리라

 

* 고흐와 수근 :

   한평생 곤궁속에서 어렵게 살다가 떠나간

   천재적인 화가들 

 

 

 

 

 

 

관전(觀戰) / 임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싸움 구경이다

 

쪼고 할퀴는 닭싸움
밀고 받는 소싸움
타고 달리는 경마
소와 겨루는 투우

 

권투 유도 씨름 레슬링 k1 프라이드…몸 싸움
탁구 정구 농구 배구 송구 축구 야구… 공 싸움
육상 경주들도 재밌고
수중 경기들도 즐겁다

 

화투며 포커 등 돈 싸움
장기며 바둑 등 머리 싸움

 

부부간의 사랑 싸움
형제간의 재산 싸움
정치꾼들 권력 싸움
깡패들의 패 싸움
노사간의 밥 싸움

 

테러와 쿠테타
분쟁과 정복
세계대전
스타워즈

 

온통 싸움판인 세상
이보다 더 흥겨운 굿판은 없다.

 

 

쳇바퀴 / 임보

 

 

다람쥐 쳇바퀴 웃지들 마소
그대도 다람쥐나 뭐가 다른가?
돌아가는 지구에 달라붙어서
얼마나 열심히 타고 있는가?

 

*

다람쥐가 쳇바퀴 굴리는 걸 보고 사람들은 웃지만
굴러가는 지구에 달라붙어 전전긍긍 살아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늦은 답장 / 임보

 

 

어떤 편지의 답장은 하루 만에 오기도 하지만
또 어떤 편지의 답신은 열흘이 넘기도 합니다.
수만 리 밖 이국으로 띄워 보낸 소식은
되돌아오는 데 달포가 소요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회신의 속도가 꼭 거리와 비례하는 건 아닙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에게서도 회신이 늦는 경우가 있습니다.
밤마다 쓰고 지우고 한 답장이 수십 년 걸리는 수도 있으니까요.
간절한 사연일수록 되돌아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모릅니다.

 

어제 조그만 화분 하나가 우리 집에 배달되었습니다.
‘천사의 나팔’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신기한 화초인데
화분 곁에 분홍색 쪽지가 하나 끼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정방문을 오신 선생님 따라
읍내의 예쁜 소녀가 산골 우리 집을 찾아왔습니다.
황홀한 이 손님들에게 무엇을 드려야 하나?
장독대 곁에 피어 있던 작약꽃 두 송이를 따서
선생님과 그 아이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그녀에게 꽃을 준 첫 남자가 되었습니다.

 

그 작약꽃 한 송이가
‘천사의 나팔’이 되어 돌아오는 데는
한평생이 걸렸습니다.
 

 

 

 

 

길 없는 길 / 임보

 

 

강물 위에 앉았다가
일제히 하늘을 향해 비상해 오르는
수천 마리 철새 떼들의 일사분란
그들은 길 없는 허공 길을 평화롭게 날아
그들의 고향에 이른다

 

바다 속을 헤엄쳐 가는
수만 마리의 어군들
어떠한 암초와 수초에도 걸리지 않고
수만 리 길 없는 물길을 거슬러
그들의 모천에 닿는다

 

그러나
이 지상에 수천만의 길을 만들어 놓고도
제 길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해
좌충우돌 피를 흘리며 주저앉는 사람들
그들은 고향도 모천도 못 찾고 허둥댄다

 

길이 없으면
세상이 다 길인데
길을 만들어
일만의 길을 다 죽인다
 

 

 

 

임보 시인

카페    <자연과 시의 이웃들> http://cafe.daum.net/rimpoet

블로그 <시인의 별장> http://blog.daum.net/rim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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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08.25 11:13

    첫댓글 고운시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 16.08.26 00:00

    다람쥐 체바퀴에 인생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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