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새책 진열장에서 맘에 드는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책을 이 여름에 데려왔겠다~~
그 이름은 '화첩기행' 시리즈로 날 매료시켰던 글 쓰는 화가 김병종 님의 <시화기행>이다
부제목이
'파리, 고요한 황홀'이니 더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화가나 작가 등의 예술가를 불러오면서 그에 맞는 시를 지어 함께 이야기로 담았으니
얼마나 멋지게요
한편 한 편의 단상을 단순한 붓터치로 그림까지 곁들이니 이 여름 책 읽는 기분 제대로다
작가는 파리의 문을 잘 열고 들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우디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동선을 따라 걸어보라고 권한다
사실 이 영화는
본 영화를 보여주기 전의 프롤로그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만 봐도 파리를 제대로 걸어 다니며 구경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가끔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 서두만 반복해서 보기도 했었다
짠딸이 이끄는 대로
아침에 직장인처럼 관광지로 출근했다가
늦은 밤 숙소로 돌아오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치, 야근까지 하고 오는 느낌이었다
파리에서 꽤 오래 살았었어하는 어이없는 상상을 하는 건 아마도 그때의 경험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일 게다
책의 일부분을 발췌해 보면
'안타까운 사랑의 여로를 따라가는 <비포 선셋>은 낡고 오래된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시작되고
<아멜리에>는 카페 레 뒤물랭과 생마르탱 운하를,
<퐁네프의 연인들>은 퐁네프 다리를
<물랑루주>는 화려함이 극한 물랭루주 극장의 한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미드나잇 인 파리>는 어느 한 정지된 배경이 아닌 파리의 구석구석 골목골목을 향해 카메라가 돌아간다'
-이상 김병종의 시화기행에서 내용 발췌-
우디앨런의 미장센이 총동원된 이 영화는 그냥 가끔 다시 보고 싶다
영화는 줄거리보다는 그림이지 하고 우디앨런이 카메라를 줌으로 당기며 환하게 웃을 것 같다
미술관 <오랑주리>에서 마리 로랑생의 그림들을 보고
짠딸이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던(파리 주 관광지와는 좀 떨어진 센강 하구 쪽에 있다)
미라보다리를 꼭 가야 한다고 우겼던 나는
지금도 미라보다리에 가지 않았다면 평생 짠딸을 들볶았을 것이다
짠딸도
어, 이 다리 색감 멋진데 하며 의외의 발견에 기뻐하긴 했다
아폴리네르가 마리 로랑생과의 이별을 아파하며 거닐었을 이 다리,
내 소녀적 감성을 강하게 두드려준 장소 아니던가
나에게 미라보다리는 녹슨 카키색의 단순한 철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으니까
<미라보다리 아래 센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그 다리 하나가 뭐라고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을까 하겠지만
내 마음속 파리의 1번지는 미라보다리였다
센강이 그 아래로 흐르고 있는.....
문학소녀가 간직한 파리의 한 장소가 내 앞에 떡하니 서 있을 때의 감동은
이제 다시 가도 느낄 수 없겠지
이미 충만했었으니까
유람선을 타면 거의 이 미라보다리쯤에서 턴을 했던 것 같다
이 지역은 이제 파리의 멋지고 고풍스러운 건물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이다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곳이기에 파리의 에스프리는 온데간데 없어진다
한 권의 책으로 많은 추억이 소환되고 난 또 이 비 오는 밤에 멜랑꼴리함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