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초 2천만 원이라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워 한국 자동차 시장의 문을 두드린 켄보 600. 애초에 준비했던 초기 물량이 빠른 시간에 완판되며 자동차판 샤오미를 꿈꿨지만, 이후 결과는 처참했다. 국산 소형 SUV들이 잇달아 출시되며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상품성 문제가 고개를 들면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기억에서 사라졌던 중국산 자동차는 다시 한 번 국내 시장에 발을 디딜 준비를 마쳤다. 지난날의 결과를 완벽하게 뒤집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채.
켄보 600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동풍소콘(DFSK)이 나섰다. 이 회사는 중국 내 2위의 자동차 회사인 동풍자동차그룹의 계열사로 연간 50만 대의 생산시설을 갖춘 것 외에도 독일과 영국, 이태리 등 전 세계 70여 개 국에 수출하고 있는 그야말로 덩어리가 큰 회사다. 다소 어색한 이름 탓에 초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난 2017년 DFSK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소형 트럭과 화물 밴을 판매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판매 실적과 그로 인한 경영 악화로 아쉽게도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여러 번의 실패.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총 5종의 모델을 준비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모델은 내년 초 출시를 앞두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글로리 580 PHEV(Glory 580 PHEV)’이다. 한국에 최초로 선보이는 중형 SUV 글로리 시리즈는 2017년 중국 내 ‘글로리 580 단일 차종으로만 17만 6,000대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모델이다. 또한 2008년부터 이태리 등 유럽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유럽 디자이너와 기술자들을 대거 영입해 꾸준히 품질 수준을 높였다는 게 동풍소콘의 설명이다.
내년 초 국내의 모습을 드러낼 글로리 580 PHEV는 전장과 전폭, 높이가 각각 4,680mm, 1,845mm, 1,715mm에 달하며, 휠베이스는 2,780mm로 중형 SUV에 속한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엔진과 12.69kWh 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되며 E-CVT 변속기가 합을 이룬다. 이를 바탕으로 1회 주유 주행거리는 900km에 달하고, 순수 전기 모드를 통해서는 55km까지 달릴 수 있다.
그렇다면 글로리 580 PHEV는 어떤 모델들과 경쟁을 펼치게 될까? 바로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다. 차체 크기만 놓고 보면 살짝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 모델들이 갖추지 못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또한 정확한 판매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분명 경쟁 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상품성이다. 과거 품질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경력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수입 경쟁 모델들도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 공략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리 580 PHEV와 함께 공개된 0.7톤 급 소형 상용차 ‘K01’은 1.2리터 가솔린 DVVT 엔진을 탑재해 최고 80마력, 12.1kg.m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모델로 포터와 라보의 중간 자리를 차지할 예정이다. 국내 수입 소형 상용차의 대들보인 포터와 봉고를 물리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라보와의 경쟁은 지켜볼만한 상황이다. 라보에는 없는 각종 편의사양과 안전사양 등이 대거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동풍소콘을 수입하는 신원CK모터스 이강수 대표이사는 “중국의 자본력과 유럽의 기술력으로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 있는 중국차들을 연속적으로 들여올 예정이다”라며, “올해 판매 목표는 1,500대이며, 향후 가성비를 기반으로 품질과 안전성을 갖춘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며, 판매 네트워크와 A/S 정비망도 지속적으로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고, 중국 동풍소콘 장시옌 총경리는 “한국 시장은 매우 매력적이며,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동풍소콘의 제품들이 한국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