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줄이기에 나선 해운대구
해운대구의 자살률은 2018년에는 인구 십만 명 당 26.8명으로 부산에서는 10번째에 해당하며,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전체 자살자 수로 보면 부산에서 자살자 수가 가장 많은 구에 해당한다. 한 해에 매년 백 명이 넘는 이웃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고, 이를 지역사회가 막아내고 지켜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살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2017년 자살원인분석에 의하면 정신과적 문제가 31.7%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인 문제가 25%, 육체의 질병이 20.6%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신과적 문제 중에는 우울증이 주된 원인이므로 우울증에 대한 대처는 자살률 감소의 가장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다.
2018년도 지역건강조사에 따르면 우리 구는 우울증에 대한 지표들이 전국평균보다 매우 높은 값을 가지고 있다. 우울감 경험률의 경우 전국평균이 5%인데 비해 부산시는 6.7%이고 우리 구는 이보다 더 높은 7.8%이다. 우울증상 유병률의 경우도 전국평균은 2.8%인데 비해 부산시는 4%이고 우리 구는 3.5%이다.
우리 구에서는 2012년에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 법에 의하여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자살예방위원회를 구성하여 매년 자살예방에 대한 사업을 보고받고 토론한다. 구는 자살예방을 위한 홍보사업으로 ‘허들링’이라는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10월 5일에 구남로에서 ‘허들링’ 행사를 하였다. 7회째 개최되는 이 행사는 작년에 구남로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올해는 1만 2천 명이 참여할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허들링’이란 펭귄들이 서로의 몸을 밀착시켜 추위를 이겨 내는 것처럼 서로 배려하고 보살피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행사명이다. 이 행사에서 우울증에 대한 선별검사를 수행하고 상담을 진행하였다.
우리 구의 자살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는 해운대구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자살예방에 대한 생애 주기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자살예방 인식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내에 위기대응 팀을 만들어 즉시 대응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었다.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일단 보건소 내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방문하면, 기본적인 선별검사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취약계층의 우울증에 대한 접근은 방문건강관리사업과 마을건강센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방문건강관리 대상자 등록 시에는 우울증에 대한 선별검사를 시행한다. 우울증 여부를 확인하여 대상자가 우울증과 관련된 증상들이 있다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동 복지팀과의 연계를 통해 사회적 지지와 치료방법을 모색한다. 고령 남성독신자들은 우울증에 노출되어 있는 고위험자들이다. 종종 고독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방문건강관리팀은 이런 고위험자들을 중점 관리하여 이들이 고독사하거나 자살을 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는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한다.
우리 구에는 반송1동, 2동, 반여 2동, 3동에 마을건강센터가 있다. 부산광역시에서는 전 동에 마을건강센터를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올해에 보건소와 반송보건지소에 치매안심센터가 생겼다. 노인의 우울증은 치매와 감별이 필요하다. 치매 초기에도 우울증상이 나타나므로, 우울증상이 있는 노인이 치매인지 우울증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지역사회가 해야 할 일은 우울증에 대한 지역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구축사업으로 우리 구 반 이상의 동에 간호사가 배치된다. 마을건강센터든 동에 배치된 간호사든 지역주민이 언제든지 찾아가서 상담할 수 있는 지역사회 건강 파수꾼이다. 보건소에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를 방문하면 우울증에 대한 경험이 있는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의 상담을 받을 수 있고 필요 시 전문의 상담도 직접 받을 수 있다. 우선적으로는 동에 파견되어 있는 간호사들이 이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를 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우울증은 현대병이다. 이전처럼 대가족 제도와 농경사회와 같이 가족 간의 지지가 강하고 단순한 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라면 우울증이 이렇게 심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감기처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을 하고, 지역사회가 우울증에 대한 대응을 잘 해나갈 수 있는 지지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 조봉수
해운대구 보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