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누카
하누카의 영원한 빛(Hanukkah’s Enduring Light)
우주를 정복하는 제국은 몰락하지만, 시간을 신성하게 여기는 민족은 살아남습니다.
12월 말 어느 밤, 바깥으로 나가보면 확연한 대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동네 곳곳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으로 환하게 빛나고, 하나하나가 눈부신 불빛으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어느 한 창문에서 메노라(menorah:유대교 촛대)의 불꽃이 희미하게 흔들립니다.
작고 안정적인 불꽃이지만, 왠지 모르게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크기에 비해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이토록 소박한 것이 어떻게 그 모든 화려함이 담아낼 수 없는 무게를 지닐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하누카 이야기의 핵심 구절인 "רַבִּים בְּיַד מְעַטִּים, 라빔 베야드 메아팀“(다수가 소수의 손에 넘겨졌다)에서 시작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소수의 유대인 전사들이 불가능에 가까운 전적을 극복하고 막강한 그리스 군대를 물리친 군사적 기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더 깊이 살펴보면 역사를 형성했고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사상에 대한 또 다른 단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는 당대의 초강대국이었습니다. 거대한 군대, 정복에 대한 열망, 고대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엇습니다. 강대하다는 것은 곧 확장하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는 수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경기장과 산비탈에 새겨진 극장을 건설했습니다. 모든 것이 눈에 띄었고, 바깥으로 확장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원대한 비전을 무기로 삼아, 그리스는 고대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진군했고, 다른 이들이 건설한 것들을 파괴하며 영토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가 이스라엘과 마주했을 때, 결과는 자명해 보였습니다.
그리스는 웅장한 건축물이자 신성시되는 공간인 성전을 보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소중한 공간을 더럽히면 유대인들은 몰락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과거에 그렇게 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한 나라의 상징물을 무너뜨리면 그 나라 국민들도 함께 무너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하누카의 놀라운 반전은 유대인들조차 예상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신성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성전의 웅장함에서 모든 유대인 가정의 아담한 공간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그 집 안에서는 더욱 작은 무언가가 자리 잡았습니다. 바로 시간 속의 한 순간입니다. 성전은 더럽혀질 수 있지만, 한 순간은 더럽혀질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숨겨진 힘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돌로 지은 집이 아니라, 시간의 순간들로 지은 집과 같았습니다. 안식일은 장소가 아니라 시간입니다. 시간을 거룩하게 한다는 것은 어떤 군대도 따라올 수 없는 곳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바빌론에 있는 유대인도 예루샬라임에 있는 유대인과 똑같은 안식일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성전은 필요 없었습니다. 집, 나라, 성전은 잃을 수 있지만, 안식일은 결코 잃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가 안식일, 할례, 초승달 축성(Rosh Chodesh:로쉬 호데쉬)과 같은 특정 미쯔바를 표적으로 삼은 이유입니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시간을 거룩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한 주의 일곱 번째 날, 남자아이의 여덟 번째 날, 그리고 매달 첫날입니다. 하누카 축제 자체도 이 세 가지 모두와 관련이 있습니다. 하누카의 8일 동안에는 항상 안식일과 새 달의 첫날인 테벳(Tevet)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순간들은 어떤 군대도 점령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이것이 바로 'רַבִּים בְּיַד מְעַטִּים, 라빔 베야드 메아팀‘, 즉 다수가 소수의 손에 맡겨진다의 더 깊은 의미입니다. 다수가 공간을 채우는 동안, 소수는 시간을 거룩하게 합니다. 승리는 단 한 번의 전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세월을 통해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있습니다. 매주 안식일로 돌아가고, 매달 초승달을 맞이하며, 그것을 다음 세대로 전하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은 그것을 신성하게 여기는 자의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을 신성하게 여길 때, 시간은 당신에게 보답합니다. 하룻밤 동안 쓸 기름이 여덟 날을 태웠습니다. 항아리는 작게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은 활짝 열렸습니다. 바로 여기에 기적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조명이 잔디밭과 상점 앞을 뒤덮고 색채와 소음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동안, 메노라는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창문 하나, 탁자 하나, 집 하나면 충분합니다.
이스라엘 또한 공간이 필요하지만, 지배하는 공간이 아닌 품어주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불꽃은 시간의 덧없음을 성화시키며, 그렇게 함으로써 작은 공간을 거룩하게 만듭니다. 창문은 신성해지고, 집은 성전이 됩니다.
밤마다 자라나고 빛을 발합니다. 시끄럽고 밝게가 아니라, 참된 인내와 겸손의 힘으로. 이 빛은 어떤 화려함도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것입니다.
고대 세계에는 수많은 제국이 존재했습니다. 시대를 초월할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지만, 결국 몰락했습니다. 하지만 안식일은 계속 돌아오고 초승달은 계속 뜹니다. 그리고 2천 년 전 예루샬라임에서 시작된 그 불꽃은 하누카 기간 동안, 당신의 도시에서, 당신의 집에서 여전히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권력에도, 물질에도, 소음에도, 그 무엇에도 휩쓸리지 않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빛입니다.
By D. Tzvi Tre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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