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시절 세계 각지에서 온 청년들과 어울려 공부도 하고 놀기도 했다.
국제금융기구 관련 세미나 주간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 휴게실에서 뉴스를 보는데 독일 학생 둘이 논쟁을 시작했다.
한 학생은 보수적인 남부 바이에른의 뮌헨(대구)에서 왔다. 다른 학생은 북부 항구도시 함부르크(인천)에서 왔다.
논쟁의 발단은 독일사회민주당(SPD) 전당대회 전야제 행사였다.
50대 당지도부 인사들이 20대 청년당원들과 테크노댄스를 추는데 귓바퀴에 피어싱을 여러 개 한 여성당원이 클로즈업 되었다.
"미친 것!"
뮌헨이 혼잣말로 욕을 했다.
그러자 함부르크가 물었다.
"뭐가?"
"저 피어싱 말이야."
"피어싱이 뭐 어쨌다고?"
"저런 금 고리를 몇개나 달고 다닐 돈 있으면 아픈 아프리카 아이들 후원이나 하면 좋잖아!"
그 말을 들은 함부르크가 정색을 했다.
뮌헨도 소파에서 등을 뗐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럼 귓볼 귀걸이는 어때?"
"그거야 뭐, 괜찮지."
"그건 왜 괜찮은데? 그 귀걸이 값으로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해 기부하면 안 되나?"
"안 될 건 없지만, 귀걸이 하는 거야 이상할 게 없잖아!"
"귀걸이는 정상인데 피어싱은 비정상이라고? 정상적 장신구와 비정상적 장신구를 나누는 기준이 뭐야?"
논쟁은 그리 오래지 않아 끝났다. 뮌헨은 설득 당했다.
두 사람은 '정상적인 귀걸이'와 '미친 피어싱'을 나누는 기준이 없다는 데 합의 했고 뮌헨은 처음에 했던 욕설을 취소했다. -자료글 中에서
사실 뮌헨은 그 정당이 싫어서 피어싱이 꼴보기 싫었는데 (속내를 감추고) 말은 그럴듯하게 '그 악세사리 값으로 다른 좋은 일에나 쓰지'로 점잖게 포장한 것이다.
마치 자기가 좋아하는 국어 과목을 얘기할 때는 신나서 거들다가 싫어하는 수학 얘기를 하면 골치 아프게 '공부' 얘기 하지 말라고 짜증내는 것과 같다.
마치 자기가 좋아하는 정당 얘기를 하면 좋아하다가 반대 정당 얘기를 하면 갑자기 '정치' 얘기 하지 말라고 짜증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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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은 처음부터 하다못해 '나는 피어싱이 싫더라~' 라고 얘기했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은 나도 그렇다거니, 나는 좋아 보이던데....라고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문제였다.
예를 들어....
누구는 섹시한 여자가 좋고
누구는 청순한 여자가 좋다고 하자.
"나는 그런 여자에게 더 끌린다" 는데 거기에는 무슨 이유가 없다!
누구는 잘 생긴 남자가 좋고
누구는 야성미 넘치는 남자가 좋고
누구는 그 남자가 착해서 보호해주고 싶다는데....
이와 같이 취향, 감정에는 이유가 없다.
논리가 필요없다. 논리가 불가하다.
당연히 반박도 불가하다.
트로트 or 걸그룹 or 팝송....
믹스커피 or 원두커피 or 에스프레소....
소주 or 맥주 or 소맥 or 막걸리....
썬 담배 or 거북선이 입에 맞고....
된밥 or 진밥, 짠맛 or 단맛이 더 맛있다는데....
'사랑에 빠졌다'....등은 이유가 없고 반박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생각이나 주장을 말할 때는 (왜 그러는지)그 이유(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한다.
당연히 반론도 합리적 이유를 들어서 펼쳐야 하고.....
그런 과정을 토론이라고 한다.
거창하게 토론이랄 것도 없다. 서앙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문화다.
토론의 꽃은 설득이요,
토론에 임하는 자세는 설득하거나 아니면 아름답게 설득 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토론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학교에서부터 그런 토론 문화가 원천적으로 봉쇄 되어서 토론 문화에 익숙치 않다.
설득 당하는 것을 자존심으로 접근하며 똥고집을 피우면서 할 말 없으면 오히려 '저 새끼는 삐딱하다' 거나 '너무 따진다'고 성질을 낸다!
이렇게 취향(감정)과 주장(생각)을 혼동하고 막둥이 같이 무조건 뗑깡부리듯 짜증을 내면 답이 없다!
벤틀리 아버지는 그런 애기한테도 논리적으로 훈육하고.... 희한하게 그게 먹힐 때가 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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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글을 읽은 뒤로는 나와 다른 취향을 존중할려고 노력한다.
물론 나와 다른 주장에는 내 의견을 제기하는 편이지만....
그래서 나는 어떤 주장을 할 때는 (무조건 누가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의 이유가 대부분을 치지한다.
반대로 나를 설득해 본 친구들은 알겠지만 솔직히 나는 (논리적으로) 너무 쉽게 설득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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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본능이고 주장은 지성이다!
참! 그리고 사실(팩트)은 그저 기술(얘기)만 하면 된다.
첫댓글 이런 저런 글을 읽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안가질려고 노력하고, 타인의 취향을 존중할려고 노력한다.
비교는 어설프게 남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것이다!
공감!
토론과 협상이라는 것을 모르는 세대가 기성세대고 우리들의 과거이다.
차이와 차별도 애매모호한 세상
(늦게나마 예전에 단톡방에서 채종석이 올린 아래 글에 대한 첨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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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학교 다닐때 토론하는 걸 배우지 못했어.
중요한건데 그래서 오죽하면 정치 종교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게 절대 명제인거 처럼 되어있는 비정상의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그 생각과 다른생각을 가진 사람이 또 다른 생각을 하면서 말하면서 서로간에 생각의 깊이를 더 할수있는 좋은 건데 우리가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토론을 싸우는 걸로 아는게 문제가 아닐까? (이어서)
(이어서) 나는 여기가 우리 친구들의 자유게시판 성격의 장소로 생각했어
생각이 다른 나는 이대로 살다 갈거니 거슬리는 글 올리지 마라 하면 여기에 올리는 글은 모두에게 거부감이 없는 것만 자기검열 해야하니 내용의 카테고리가 많이 좁아지지 않을까 (채종석)
학교에서 토론을 배운적도 없고 그룹으로 하는 프로젝트도 해본 적 없어,
다수결을 따르지만 그 다수가 소수에 의해 맹종되기도 하지.
토론과 협업에 익숙하지 않아서 감정싸움, 또는 잇권쟁탈로 번지기 때문일거야.
그래서 나는 중용의 도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듣는 것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일본식 교육을 받고 암기위주의 공부와 주입식 사고방식으로 인해 우리의 뇌는 경직되어 있으므로
잘못된 지식과 생각을 깨는 것이 발전하고 보다 나은 삷을 줄수 있다.
무성의 생각에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