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길 위의 피아노
저: 김성춘(21.6.30)
출:서정 시학
독정: 23.9.26
‘먼 산을 보며 은유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또 듣는다.‘는 시인. 김성춘 교수님의 14번째 시집 제목이 『길 위의 피아노』다. ‘길 위의 피아노가 전하는 의미가 뭘까?’ 명함에 적힌 시집 제목에 대해 이래저래 생각하며 궁금해했는데 오늘 『길 위의 피아노』 시집을 보내주셨다.
작가 프로필 사진 속의 작가는 섬세하고 곱고 고요한 정적 속에 앉아 있었다.
첫 장에 작가 자필로 쓴 편지가 있다.
<박경선 섬김 선생님께.
이오덕 선생님의 거룩한 문학 정신 잘 지켜나가시길,
윤경렬 선생님, 신라할아버지 멋진 동화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아름답고 생명이 긴 작품 남기소서. 2023.9.23. 김성춘 올림>
친절하게 정성들인 시간이 가득 고여 있다. 작가의 성품이요 인품인듯해서 시집 한 장 한 장을 고이 넘겨본다.
<길 위의 피아노> -은유에게
갓 낳은 달걀 같은 하루가/내 손을 잡는다/노래가 있어 고맙다 너가 있어 고맙다
-하루 받은 은총 속에 담겨 피아노를 치는 행복을 노래한 것 같다.
그리고 친구랑 주고받은 시작 편지를 엮어둔 것이 인상 깊었다.-
<오규원의 편지>3 시작 노트
춘, 작품 잘 받았다.
너는 아직도 음악이니 춤이니 새니 하는 나약한 언어를 즐긴다 여기에 요주의하기 바란다 너의 시에 쓰일 언어는 너가 찾아야 한다. 새로운 언어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추신: 나에겐 이런 친절도 베푼 사람이 없었다는 걸 잊지 말길!
작가에게 새로운 너만의 언어를 찾아라는 조언을 해주는 솔직한 친구가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재산인가?-
<시를 왜 쓰는가>-김형영 시인께
외우 김형영 시인은 /즐겁게 시를 쓴다고 말한다.
순진무구한 아이처럼/아장자장 걸어 나오는 시
옹알이 같은 시/
죽는 날까지 즐겁게 즐겁게/ 오/저 홀로 아득해지는!
김형영 시인 같은 관점이 나의 취향이다. 내적 친밀감으로 다가가게 된다.-
<경주 대릉원에서.2>
세상의 모든 비극은 때론 아름답다/저 왕릉들
때론 얼어붙은 음악이다
-왕릉을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관념들이겠다.-
<법문>
논두렁 절 아세요?/유채꽃들 노랗게 웃는 봄날
아파트 방죽 길 옆/텃밭 대파들, 생 지나는 소리로 시퍼렇다.
코로나 마르쿠스 봄날/벌들은 택배기사처럼 부지런히/벚꽃 층계를 쿵쿵거리고
온몸으로 햇살을 나르는/ 텃밭의 벌과 나비들/사랑스런 친구들
나는 다정한 햇살을 보듬고/텃밭, 벌 나비의 청정한 법문을 듣는다
-하이고,
아무리 하찮은 논두렁 땅에 누워도/그대 맘 편하고 행복하다면 그곳이
바로 아름다운 절간인 것을/하이고.
봄 햇살 속에서 자연의 품에 안기며 느낀 상념들인 것 같다. -
<슈크란 바바>-고 이태석 신부 생각
어디서나 그는 가장 낮은 사람의 아들이었다.
이 말이 좋다. 가슴에 파고 든다-
<여백>
대릉원은 여백이다/
포플라 나무 위 저 까치 부부
왕들과 함께 산책중이다
무덤이 말한다
삶은 노루꼬리보다 짧은 여행이라고
-삶은 무덤에 누워 있는 자와 무덤 밖에서 바라보는 자의 시선의 차이 같은 것일 게다.-
<존재는 섬광처럼>
모리스 라벨, 밤의 가스파르 M.55
어느 날 누군가 그 조각가에게 물었다
“대리석으로 작업하면 영원히 남을 텐데요?”
그가 말했다.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모든 존재는 순간적이고 나는 그것을 만드는 것을 즐길 뿐입니다.
만약에 파도가 부수는 것을 즐긴다면 우리는 둘 다 즐긴 것입니다.
-영원한 작품으로 남기려는 욕심보다 순간적인 것을 즐기려는 조각가의 작업 시간에 대해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런 비범함으로 예술성 높은 작품에 도전하는가 싶다.
이렇듯 이 시집에는 새로 찾아보고 얻어 가져야 할 신선한 충격의 시들로 엮여져 있다. 잠자는 영혼을 깨워주니 마음이 풍족해지고 나의 시 방에도 글감이 풍족하게 들어찬 느낌이다.
<봉래산>
소꿉동무 시절이 납작하게 코 흘리며 떠 온다
하루 두 번씩 영도다리가 물구나무를 벌떡 섰었지. 다리 아래 배들, 갈매기 데불고 그림처럼 지나갔었지.
-작가는 어린 시절을 돌아 보며 놀던 부산을 평화롭게 그렸다.
방죽 (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 파거나, 둑으로 둘러막은 못.)길을 따라 엄마 손 잡고 외갓집 가던 추억을 실었는데 참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으로 살아났다.
<해설> 봄인 듯 가을인 듯 여여(如如 - 변함이 없음)한 시-김언 시인
해설에서 김언 작가가 많이 쓴 단어가 여여다.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나의 말이나 너의 말이나 그의 말이나 여여하게 통하는 자리에 다시 시가 들어가서 여여하게 울림을 만드는 것. 그것이 어쩌면 김성춘 시인의 여여한 자리이면서 독특한 입지가 아닐까고 했다. 여여란 변함이 없다는 뜻인데 “나이가 드니 모두가 친구” 라는 발언은 삶의 지혜를 담고 그 말이 담긴 시의 변함없는 성격을 말한다면서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른 변함없는 말의 이치를 따라가면서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시 또한 변함없는 말들의 잔치라니?>
시는 좋은데 해설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