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관련된 미술 작품 중에서 피터 도이그(Peter Doig)의 ‘Ski Jacket’이 떠올랐어요. 겨울 풍경을 따스하게 보는 작가의 시각이 기억에 남는 그림이었거든요. 겨울이 겨울 같지 않고, 아주 포근하고 화창한 계절을 연상시키는데, 설경이라는 것을 뒤에 배치된 산과 바닥에 내린 눈을 통해 추측할 수 있었던 그림이에요. 따듯한 겨울이라... 겨울에 기온이 높은 날은 손에 꼽히지만 그중에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화창한 날은 더욱 손에 꼽히는 것 같아요. 해가 짧아 더욱 그 시간이 찰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그림을 통해 그러한 기분을 대리만족할 수 있었어요.
▲ Peter Doig, Ski Jacket, 1994
PROJECT 1_ RULE
1.
탁구 룰 중 하나인 촉진룰을 차용. 10분 경과하였음에도 한 문장이 마무리되지 않았을 때 아이디어를 촉진하기 위해 창밖이나 풍경으로 눈을 돌리는 룰
2.
탁구채를 잡는 올바른 룰이 있듯, 바르고 정갈한 자세로 칼럼 작성에 임하는 룰
3.
구가 포함되거나 연상되는 이미지를 채택하는 룰
T의 글 잘 받았어요. 그럼 한자로 소리 내어 읽어보면 핑퐁은 ‘병!병!’이겠군요. 귀여운 의성어네요. ‘#둥근 소리’라... 왠지 이 또한 귀엽고 친숙한 의성어를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둥글다, 동그랗다’는 원이나 공과 같은 모양 혹은 성격이 모나지 않다는 의미로 쓰이곤 하는데, 제가 다가오는 느낌은 편안하고, 부드럽고, 온화한 상태에요. 덧붙이자면, 불편함이 없고, 완만하며, 말랑말랑한 무언가를 떠오르게 하네요.
저는 제 일상에서 둥근 소리가 느껴지는 상황을 포착해 보고자 했어요. 길을 걸을 때나, 물을 마실 때, 잠을 잘 때에도 귀를 기울였어요. 생각보다 우리가 사는 도심에서 둥근 소리를 느끼기는 쉽지 않더군요.
특히나 겨울이라는 계절의 바람 소리와 그로 인해 흔들리는 나무들의 소리는 둥근 소리보다는 마름모에 가까운 느낌이었어요. 아! 생각해 보니 눈이 쌓이는 소리는 조금 둥글었던 거 같기도 해요. 눈 결정체는 둥글지 않은데 말이죠. 신기하게 소복소복 쌓이는 소리는 아래에 먼저 떨어진 눈을 위에서 내려오는 눈이 감싸주려는 것처럼 포근하고 조심스러웠어요.
사실 바쁜 현대인이라면 눈이 올 때 좋은 것보단 안 좋은 것들을 먼저 떠올리곤 하잖아요. ‘차가 막힐 텐데’, ‘버스는 못 타겠다’, ‘계단이 미끄러울 텐데 발이 시려도 운동화가 낫겠지?’, ‘우산을 쓸까? 말까?’ 등등이요. 저도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는 사람들 중 하나였고요. 특히 올해는 눈 오는 날 미끄러져서 넘어진 사고를 겪고 난 후라 더욱이 그런 생각들을 갖고 살고 있었는데, T가 전해준 ‘둥근 소리’로 인해 주변의 소리를 열심히 관찰하다 보니, 다시 눈 오는 소리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서로를 감싸주려는 따스한 모양새가 눈을 잠시나마 미워했던 제 마음을 다시 잡아준 것 같달까요.
그리고 또 눈과 관련된 미술 작품 중에서 피터 도이그(Peter Doig)의 ‘Ski Jacket’이 떠올랐어요. 겨울 풍경을 따스하게 보는 작가의 시각이 기억에 남는 그림이었거든요. 겨울이 겨울 같지 않고, 아주 포근하고 화창한 계절을 연상시키는데, 설경이라는 것을 뒤에 배치된 산과 바닥에 내린 눈을 통해 추측할 수 있었던 그림이에요. 따듯한 겨울이라... 겨울에 기온이 높은 날은 손에 꼽히지만 그중에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화창한 날은 더욱 손에 꼽히는 것 같아요. 해가 짧아 더욱 그 시간이 찰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그림을 통해 그러한 기분을 대리만족할 수 있었어요.
T의 제시어는 제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했어요. 일상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어서 이 글을 쓰는 동안 저는 꽤나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저에겐 크게 ‘촉진 룰’이 필요치 않았어요. 후훗. 오히려 다른 일들이 바빠 쫓기다 보니 시간을 쪼개서 쓰는 게 더 아쉬웠지요.
오히려 당신이 보내준 공을 올바른 자세로 받아치기가 어렵더라고요. 차츰 괜찮아지겠죠? 이번엔 제 쪽에서 공을 보낼게요. 청각과 관련된 것을 찾았으니 이번엔 미각과 관련된 것을 찾아봐주시겠어요? 제가 보내는 제시어는 ‘#동그란 맛’입니다. 어떤 것을 찾아오실지 너무나 기대 중이에요. 그럼 이만-
정서원 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