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전 육군 훈련소에서 얼차려를 받던 신병 한 분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한상 얼차려는 ‘실시’란 명령어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일상에선 잘 쓰지 않고, 공문서나 그것에 가까운 글에서 흔히 보일 뿐입니다.
흔한 것을 넘어 과도하게 보일 때도 적지 않으니 아무래도 습관 같아 보입니다.
아니면 문장에 엄격함을 담으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실시’란 단어는 대부분 불필요해 보입니다.
① 지난주에 방제훈련을 실시했다. ② 검진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③ 다음 달까지 평가를 실시한다.
④ 불우 이웃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⑤ 시험 감독은 시험 실시 직전에 알 수 있다.
흔하게 보이는 문장의 풍경들이지만 편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①은 ‘방제훈련을 했다’고 하는 게 더 좋습니다. 굳이 ‘실시’를 넣을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②, ③의 문장에서도 ‘실시’를 빼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④는 ‘실시하고’ 대신 ‘펼치고’라고 하면 어떨까요?
⑤의 ‘실시’는 ‘시작’이 더 어울립니다.
즉 ‘실시’보다 일상적인 말들이 더 좋은 문장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기간’을 뜻하는 ‘동기’는 조금 어려워 보이는데, 역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자주 사용합니다.
일상의 독자들에게는 그리 낯익은 말이 아니지요.
그럼에도 ‘동기’를 자주 사용하는 건 ‘동기’를 사용하는 집단의 전통 같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많이 올랐다’ ‘작년 동기 대비’의 ‘동기’는 ‘같은 기간’이라고 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개소’도 일상의 말이 아닙니다.
‘관광지 10개소’보다는 ‘관광지 10군데’나 ‘관광지 10곳’이 친절합니다.
‘상수원보호구역 12개소’ ‘열악한 20개소’의 ‘개소’도 ‘곳’이나 ‘군데’가 더 좋은 겁니다.
아무리 노령인구가 늘어나고 있다지만,
우리말 표현에서 한자식 표현이 존재할 까닭은 아닐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