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교 후 도시에 새바람
노벨상급 석학들 몰려오고 글로벌 연구센터 들어서… 지자체는 3000억 파격지원
지난달 12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에서 열린 '차세대 에너지(Next Generation
Energy) 국제심포지엄'에 세계적인 석학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태양전지 나노재료 분야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미국 조지아텍 종 린 왕(Zhong Lin Wang) 교수를 비롯해 같은 대학의 메일린 류
(Meilin Liu), 미국 UC버클리의 페이동 양(Peidong Yang), 캐나다 워털루대의 린다 F. 나자르(Linda F.
Nazar), 일본 와세다대의 데쓰야 오사카(Tetsuya Osaka) 교수 등 '노벨상 수상자급' 세계 최고 석학들
이다. 국내에서도 플렉서블(flexible·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2차 전지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울산
과기대 조재필 교수를 비롯, LG화학기술원 안순호 상무, 삼성종합기술원 장혁 상무 등 최고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울산에 처음 세계적 석학들 모여
노벨상급 석학들이 울산에서 국제심포지엄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국내외에서
온 관련 분야 전문가와 연구자, 학생 등 500여명이 청중으로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들은 "울산과
울산과기대가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성장 가능성을 짐작게 하는 행사였다"고 평가
했다.
지난달 초부터 울산과기대에선 세계적인 줄기세포(stem cell) 연구센터 설립작업도 진행 중이다. 줄기
세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한 독일의 막스플랑크 분자생물의학연구소의 한스 슐러(Hans
Scholer) 소장이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세계 최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 연구기관
으로 이름났고, '노벨상 사관학교'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슐러 소장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 분야의 세계 최고 연구센터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 유도만능줄기
세포는 성체 세포를 배아줄기세포처럼 만든 것으로, 분화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인간의 난자 등을 사용
할 필요가 없어 윤리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대학이 도시를 바꿔놓고 있다
올 3월 개교한 울산과기대가 '단순 생산기지'로 여겨졌던 산업도시 울산에 '첨단 과학기술 R&D(연구
개발)'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선 세계적 연구성과가 나오고 있다. 울산과기대 조재필 교수팀은 지난달
구부리거나 접어도 전류전달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플렉서블 2차 전지 극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기술은 휴대폰·스마트카드·입는 컴퓨터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돼 2015년 200억달러
규모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울산과기대에는 국내 최초로 '에너지 전담학부'가 개설돼 있고, 내년 봄
학기부터는 세계적인 석학인 종 린 왕 교수와 메일린 류 교수도 합류하게 돼 벌써부터 세계적인 차세대
에너지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연관 산업 기반도 모여들고 있다. 삼성SDI㈜가 독일 보쉬사와 합작해 지난
9월 울산과기대 인근에 자동차용 리튬이온 2차 전지 공장 건설에 착수했고, 솔베이케미칼㈜이 리튬이온
2차 전지 전해액 첨가제(F1EC) 플랜트 공장을 준공해 지난달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한화석유화학㈜은
내년 10월까지 울산공장에 새로운 형태의 2차 전지 양극재 생산공장을 건립한다.
◆도시는 대학 키우기에 '올인'
박맹우 울산시장은 "울산과기대를 통해 울산은 '글로벌 첨단 산업·과학기술도시'로 거듭나고 있다"고
자평(自評)했다. 울산은 이미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세계 최고·최대 수준의 산업인프라를 갖췄고,
여기다 첨단 과학기술 R&D 거점까지 더하게 됐다는 의미다. 박 시장은 "거대한 손과 발(산업인프라)에
최고의 두뇌(과학기술 R&D)까지 얻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울산과기대가 소재한 울주군은 울산시와 함께 이 같은 두뇌 양성을 위해 '총 303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재정지원 계획을 세워 집행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미 대학부지 매입과 기반시설 확보에 1000억원을
지원했고, 올해부터 매년 100억원씩 15년간 1500억원을 대학발전기금으로 내놓는다. 울주군도 올해
30억원을 발전기금으로 지원한 데 이어 내년부터 매년 50억원씩 10년간 총 500억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이 같은 파격적 지원에 힘입어 울산과기대의 올 첫 신입생 500명은 전원 학비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
됐고, 전국 수능성적 상위 3% 이내의 최우수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세계적인 석학들로부터 모든
수업을 '100% 영어강의'로 받으며 글로벌 과학기술 인재로 커가고 있다. 일정 성적만 유지하면 4년간
학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받게 된다.
울산과기대 조무제 총장은 "대학에서는 인류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에 공헌하는 실천적이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집중 양성하고 있으며, 울산시와 울주군은 그런 비전의 튼튼한 토대가 돼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