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7일 발매된 일본 스포츠 전문 잡지 Number 697호에
‘박지성이 미우라 카즈요시에게 보내는 편지’가 실렸습니다.
박지성 군이 편지를 보냈더구만요. 그 내용을 우리 말로 풀어봤습니다.
친애하는 카즈 상에게.
오랜만입니다 카즈 상!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축구 선수로서의 기쁨을 매일매일 만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실은 제가 작년 4월에 왼쪽 무릎 수술을 받고 반년 이상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어요. 그 후 12월에 복귀했고요.
지금은 다시 볼을 찰 수 있는 기쁨과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19살의 어린 나이로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했을 당시에는
오로지 “축구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제가 카즈 상을 만나게 된 거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교토에 입단하기 전부터 저는 카즈 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카즈 상은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지 않습니까.
카즈 상의 명성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일본 축구의 영웅이자
사무라이 정신을 가진 선수'이기 때문에 무척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카즈 상을 만났을 때 “저 사람이 카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몹시 긴장을 했고 호기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즈 상 앞에서는 절대 실수를 해서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더 솔직히 말하면 카즈 상은 제가 접근하기 어려운 존재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카즈 상과 함께 생활 하다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연습 중에 “힘들지 않니?”라고 격려도 해주셨고, 연습이 끝나면 “괜찮은 한국 식당이 있으니까 같이 가자!”고도 하셨고요.
혼자 외국에 온 저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시는데 대해서 놀라웠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시합은 물론이거니와 연습 때도 팀의 리더로서 선수들을 이끄는 카즈 상을보면서
“역시 오랜 세월 국가대표를 했던 선수는 다르구나”란 걸 알게 됐고 프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저의 원점(原点)은 교토 퍼플상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 저에게 가장 많은 자극을 준 선수는 역시 카즈 상입니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동료 선수들도 공통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들은 오만한 면도 있지만 굉장히 성실합니다. 축구 선수로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요.
그들의 축구에 대한 정열은 대단합니다.
카즈 상이 지금도 현역 생활을 계속 하고 있는 것도,
축구에 대한 정열이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 정열 잃지 마시고, 앞으로도 마음 껏 축구를 즐기십시오.
그리고 카즈 상 다운 축구 인생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나이 어린 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송구스럽지만
카즈 상은 지금까지 일본 축구계에 많은 유산을 남긴 인물이고,
앞으로도 많은 유산을 남길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朴智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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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의 답장
* 19살의 박지성과 함께 싸웠던 그 때.
23년 째 시즌이 시작됐다. 그렇다고 특별한 건 없다.
매년 경험하는 거니까.
개인적인 목표도 20년 전, 10년 전과 달라진 것 없이 똑같다.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나의 목표는 언제나 전시합에 90분 풀타임으로 출장하는 것이다.
팀의 목표는 J-1리그 승격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로서는 오로지 전력을 다하는 것 뿐. 그런 마음 가짐으로 금년을 보내려고 한다.
이번에는 교토 퍼플상가 시절에 함께 뛰었던 박지성으로부터의 편지다.
역시 그 답게 부드러운 내용의 편지였다.
당시 나는 32살인가 33살 밖에 안됐는데 지성이가 ‘베테랑’으로 생각했다니.......조금 섭섭하다.(웃음)
지성이가 교토에 입단한 것은 2000년이다.
당시 지성이는 체력과 힘은 좋았지만 아직 경험이 적은 선수였다.
‘모두가 알고 있는 박지성’이 되기 전이었지.
대신에, 편지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성이는 열심히 공부하고
팀 분위기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그 자세에 크게 호감을 가졌다.
교토 퍼플상가는 내 경력에 있어서 특히 추억이 많이 서려 있는 팀이다.
마츠이 다이스케, 엔도 야스히토, 모치즈키 시게요시, 히라노 타케시
그리고 지성이가 있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왜 J-2로 떨어졌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멤버였다.
교토는 대단히 공격적인 스타일로, 2골 먹으면 3골을 넣는 축구를 했다.
개인적으로 득점왕 경쟁을 했으니까.(17골로 득점 랭킹 3위)
그 때 정말 즐거웠다.
그 무렵 나는 기숙사에서 생활 했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내 방에 자주 놀러왔다.
지성이도 통역을 데리고 와서 이러저런 얘길 많이 했다.
물론 놀러도 많이 다녔다. 가끔은 성인들 노는 데도 갔었고.(웃음)
순진한 지성이는 그런 걸 싫어했지만.....
우리들은 그 해에 유감스럽게도 J-2로 떨어졌는데 지성이는 “교토에 남겠다”고 했다.
나는 고오베로 이적을 했기 때문에 J-2 시대의 지성이 플레이를 거의 보질 못했다.
그 후 교토가 J-1로 승격됐을 때 지성이는 완전히 팀의 중심 선수가 되어 있었다.
더 나아가 ‘교토의 박지성’으로 성장해 있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성공한 외국 선수들의 공통점은 일본 스타일과 의식 등을 순조롭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런 선수는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지성이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지성이가 그 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심 선수가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다른 팀도 아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기 때문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면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클럽 아닌가.
지성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올드 트레포드에서 경기하는 것을 보면 너무도 기쁘고 자랑스럽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사실 지성이는 특별히 드리블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강력한 슛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잠재력 면에서도 지성이 보다 나은 선수가 많이 있다.
하지만 지성이는 언제나 팀을 위해서 100% 힘을 낸다는 것이다.
헌신적으로 뛰는 지성이는 경기 중 어디서든 모습을 나타내는데
그런 스타일의 선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없다. 그의 운동량은 경이적이다.
지성이가 뛰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
현역에서 은퇴하면 세계를 돌면서 과거에 함께 뛰었던 동료들의 경기를 보고 싶다고 늘 생각 하고 있는데
아직 은퇴를 안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구나.(웃음)
나카타 히데토시에게도 AS로마 시절부터 “꼭 가겠다!”고 말을 했지만 녀석이 일찍 은퇴를 해버렸고.
그러니까 지성이 너는 내가 보러 갈 때까지 계속 유럽에서 활약해 주길 바란다.
지성아!
진심어린 편지 너무도 고맙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너의 모습을 보면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다.
부상 당했을 때 동료들 모두 회복을 기다려줬다는 것은 플레이 면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부분에서도 네가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훌륭하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멋진 활약 기대한다.
성인이 된 지성이를 만나고 싶구나.
그 때는 군소리 하지 말고 성인들 노는 곳에 꼭 가자.(웃음)
From: KAZU
미우라 좀 멋있는 놈인듯.
이거 반응이 좋으면 홍명보와 미우라, 최영일 (미우라 전담 마크맨) 과 미우라의 편지도 올려준다.
첫댓글 와우 다들 대인배 인듯. 다른것도 올려주라 ㅋ
국가대표들 존나 멋있음..특히 최영일과 미우라의 편지는 좀 감동이다. 최영일이 미우라 수비할 때 막 때리고 꼬집고 욕하고 침뱉고 그랬거덩 ㅋㅋㅋㅋㅋ
미우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골넣고 개다리 춤출때 정말 얄미웠는데....ㅋㅋ
캡틴박이 은퇴하기전에
쌍용하고 구자철 인성교육좀 시키고 나갔으면 좋겠다
자기 감정대로 사는놈 중에 잘되는 꼴을 못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