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순환선을 타고
별빛 따라 흐르며
더듬는 눈길
초승달에 올라앉아 가슴 죄다가
하얀 밤을 새우곤
눈물이 되네
아질아질 피어올라 맴돌던 먹장
천둥 맞고 서럽게도
흩어지더니
졸졸대며 모여드는 하늘바라기
순환선을 빙빙 도는
그리움이여
역마다 스치더니 또 지나는 역
내릴 곳 몰라 차창 너머
별빛을 보네. / 졸 시집 ‘바라다보매 다 꽃이어라’ 중에서
이은상 시, 홍난파 곡의 ‘그리움’을 가만히 불러본다.
뉘라서 저 바다를 밑이 없다 하시는고
백천길 바다라도 닿이는 곳 있으리만
님 그린 이 마음이야 그럴수록 깊으이다.
시인은 바다가 밑이 있다고 했다가 다시 그 밑이 없다고 노래한다. 밑이 없다고 하면 아예 가 닿을 생각이나 말 것을 밑이 없다고 했다가 다가갈수록 깊기만 하다니 이 역설의 그리움을 어쩌란 말이냐.
연전에 시인 김재진은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를’ 노래했다. 그런데 그리움이란 게 보이기나 하는 걸까? 허나 우리가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낙원은 바로 ‘그리움’이라 하니 (장 파울) 그곳이 현실세계가 아니더라도 머물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삶이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절면 신화가 된다고 한다. 앞엣것을 모두가 바라보는 현실이요 객관이라 한다면 뒤엣것은 나 홀로 바라보는 주관이라 해도 크게 어긋나는 건 아닐지니 제 홀로의 세월을 흘려보내며 조용히 반추해 보는 삶도 괜찮은 모습일 게다. 가뜩이나 디지털로 분해되어 사라지기를 경쟁하는 세상에 낭만은 소멸된 지 오래라 하니 더욱 그런 게 아니던가. 그럴수록 문득문득 멈춰 서서 흘러가버린 강물을 다시 퍼 올리고 달빛에 절어 가라앉은 그리움을 건져 올려보는 것이다.
흔히도 사랑을 말하네. 가장 소중한 게 사랑이라고. 자비(慈悲), 인(仁), 사랑(愛).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태어나 열병을 앓게 하는 사랑, 에로스 진 선 미의 궁극도 사랑이라 하네. 주기만 하는 사랑도 있다네. 연민의 정 건네고 웃어주며 보듬는 아가페, 사랑이라네. 천년 내내 은밀하던 사랑, 개구리 해부하듯 메스로 갈라 들여다보니 그것도 리비도, 사랑이라네. 신은 죽었다던 위인 니체가 한낱 살로메를 찾아 그리워하더니 검은 고양이 눈에서 밀폐를 만났다던 릴케도 꿈을 해부했다던 프로이트도 살로메를 왜 그리 그리워했을까. 어미의 뱃속에서 나와 입술 실룩이며 가슴 더듬는 리비도, 모태(母胎)의 분신이 탄생의 근원을 찾아 심연(深淵)으로 빠져드는 몸부림이려니 내 여자로 태어난다면 사랑을 갈구하는 이에게 온몸 다 바쳐 사랑의 호수가 되리니 살로메는 그런 여심이었을까. 꺼칠한 사내들에게 마음의 호수 되어 가슴을 비추이게 하고,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게 여심 살로메의 호수이었을까.
소나무 그늘 아래 살로메를 만난다. 사투리가 설어 어설픈 땅 인들 초여름 더위 속 바람 타고 달려와 가슴 내미는 나의 살로메를 맞는다. 해 저문 언덕 은빛 여울에 말갛게 씻어내 봉긋이 얹고 별빛에 떠는 연두 빛 두어 가슴들 눈에 담는다. 깊은 호수는 저만치 올려놓고 더운 정열 식혀 내리는 조잘거림도 귀에 담는다. 망각이 엄습해도 손 놓을 수 없구나, 놓칠 것만 같아. 밤바람에 묻히는 물소리 귀를 놓을 수 없구나, 잃어버릴 것 같아. 가슴 조아리며 별을 헤이다,, 눈을 놓으면 영영 달아날 것만 같아. 희미한 기억들 바다로 흘러내리니 아, 황홀이구나 이별이 곁들인 황홀. 가슴에 감싸 안고 뒹구는 정열을 보라 백사장에 밀어내는 몸짓은 또 얼마나 살가운가. 파도는 그렇게 철썩이며 어르더니.....
사랑은 -
그리움의 샘물 일러라..
첫댓글 그리움의 사랑은
勳章이 아니라 苦痛이다
건필 하십시오
~단결~!!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斷缺!!
소나무 그늘 아래 살로메를 만난다 꺼칠한 사내들 내 만약 여자로 태어나면 사랑부터 선심쓰리 절대 사랑고픈 이에게 인색치 않으리~ 그리고 사랑은 영원한 그리움의 샘물 일러라 ..
루 살로메는 20세기 여성이요
운선님은 21세기 삶의 방 살로메가 아니신가요?
그러기에 회원들이 자극 받아 글을 올리겠지요.
선배님의 절절한 사랑얘기를 읽다보니 삶이란게 사랑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은 그리움의 샘물이며, 망각이 엄습해도 손 놓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편히 쉬세요...
부끄러운 글인걸요.
비온뒤 님의 사념 깊은 글에서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석촌 짧은 글 한편에도 동서양의 지헤가 가득한
선배님을 제가 어떻게 따라가겠습니까?
굽어살펴주시옵서소...
@비온뒤 이게 웬말씀?~~~ㅎ
그리움이 바다아래 바닥 정도면 견딜만 해요.
별 하늘에서도 찾지못해 달에서 쉬어야 했다는 글을 읽 읽어보며 심정이 고독해지네요.
감정 표현도 그만큼 많아지면서 아름다운 시들도 쓰여지고.
그리움이 될 사랑은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지만 그걸 알 수 없으니.
구더기 걱정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속담도 있으니
그래도 사랑은 해야지요.
잘 읽고요.
우리 선생님. 딱 한 줄 써요. 문장을 나 워 요.
요즘 세대 긴 줄문 싫어해요.
도움 되어 수필 책 만들어요. 충분히 좋은 글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좋습니다.
네에. 제 스타일이 그래요.
네 한수 배웁니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