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독서
<나에게 오너라. 너희가 살리라. 내가 너희와 영원한 계약을 맺으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5,1-11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 “자,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사 먹어라. 와서 돈 없이 값 없이 술과 젖을 사라.
2 너희는 어찌하여 양식도 못 되는 것에 돈을 쓰고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를 들이느냐?
들어라, 내 말을 들어라. 너희가 좋은 것을 먹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리라.
3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 오너라. 들어라. 너희가 살리라.
내가 너희와 영원한 계약을 맺으리니
이는 다윗에게 베푼 나의 변치 않는 자애이다.
4 보라, 내가 그를 민족들을 위한 증인으로,
민족들의 지배자와 명령자로 만들었다.
5 보라,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를 네가 부르고
너를 알지 못하는 나라가 너에게 달려오리니
주 너의 하느님,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그분께서 너를 영화롭게 하신 까닭이다.
6 만나 뵐 수 있을 때에 주님을 찾아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분을 불러라.
7 죄인은 제 길을, 불의한 사람은 제 생각을 버리고
주님께 돌아오너라. 그분께서 그를 가엾이 여기시리라.
우리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그분께서는 너그러이 용서하신다.
8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주님의 말씀이다.
9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
10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11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이사 12,2-3.4ㄴㄷㄹ.5-6(◎ 3)
◎ 너희는 기뻐하며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길으리라.
○ “보라, 내 구원의 하느님. 나는 믿기에 두려워하지 않네.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셈. 나를 구원해 주셨네.” 너희는 기뻐하며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길으리라. ◎
○ 주님을 찬송하여라. 그 이름 높이 불러라. 그분 업적을 민족들에게 알리고, 높으신 그 이름을 선포하여라. ◎
○ 위업을 이루신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이 하신 일 온 세상에 알려라. 시온 사람들아, 기뻐하며 외쳐라.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너희 가운데 계신 분은 위대하시다. ◎
제5독서 후 기도
<모든 이에게 거저 주신 구원>
╋ 기도합시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세상의 유일한 희망이신 하느님께서
오늘 거행하는 이 신비를 예언자들을 통하여 알려 주셨으니
저희가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며 구원의 길을 걷도록 이끌어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제6독서
<주님의 불빛을 향하여 나아가라.>
▥ 바룩서의 말씀입니다.
3,9-15.32―4,4
9 이스라엘아! 생명의 계명을 들어라. 귀를 기울여 예지를 배워라.
10 이스라엘아! 어찌하여, 네가 어찌하여
원수들의 땅에서 살며 남의 나라에서 늙어 가느냐?
11 네가 어찌하여 죽은 자들과 함께 더럽혀지고
저승으로 가는 자들과 함께 헤아려지게 되었느냐?
12 네가 지혜의 샘을 저버린 탓이다.
13 네가 하느님의 길을 걸었더라면 너는 영원히 평화롭게 살았으리라.
14 예지가 어디에 있고 힘이 어디에 있으며 지식이 어디에 있는지를 배워라.
그러면 장수와 생명이 어디에 있고
눈을 밝혀 주는 빛과 평화가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깨달으리라.
15 누가 지혜의 자리를 찾았으며 누가 지혜의 보고에 들어갔는가?
32 모든 것을 보시는 그분만이 슬기를 아시고 당신의 지식으로 그것을 찾아내신다.
이 세상이 영원하도록 마련하신 그분께서 그곳을 네발 가진 짐승들로 채우셨다.
33 그분께서 보내시니 빛이 가고 그분께서 부르시니 빛이 떨며 복종한다.
34 별들은 때맞추어 빛을 내며 즐거워한다.
35 그분께서 별들을 부르시니 “여기 있습니다.” 하며
자기들을 만드신 분을 위하여 즐겁게 빛을 낸다.
36 이분께서 우리 하느님이시니 어느 누구도 이분께 견줄 수 없다.
37 그분께서 슬기의 길을 모두 찾아내시어
당신 종 야곱과 당신께 사랑받는 이스라엘에게 주셨다.
38 그러고 나서야 땅 위에 슬기가 나타나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4,1 슬기는 하느님의 명령과 길이 남을 율법을 기록한 책이다.
슬기를 붙드는 이는 살고 그것을 버리는 자는 죽는다.
2 야곱아, 돌아서서 슬기를 붙잡고 그 슬기의 불빛을 향하여 나아가라.
3 네 영광을 남에게 넘겨주지 말고 네 특권을 다른 민족에게 넘겨주지 마라.
4 이스라엘아, 우리는 행복하구나!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우리가 알고 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9(18),8.9.10.11(◎ 요한 6,68ㄷ)
◎ 주님, 당신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나이다.
○ 주님의 법은 완전하여 생기 돋우고, 주님의 가르침은 참되어 어리석음 깨우치네. ◎
○ 주님의 규정 올바르니 마음을 기쁘게 하고, 주님의 계명 밝으니 눈을 맑게 하네. ◎
○ 주님을 경외함 순수하니 영원히 이어지고, 주님의 법규들 진실하니 모두 의롭네. ◎
○ 금보다 순금보다 더욱 값지며, 꿀보다 참꿀보다 더욱 달다네. ◎
제6독서 후 기도
<지혜의 샘>
╋ 기도합시다.
하느님, 모든 민족들을 부르시어 언제나 교회를 번성하게 하시니
세례로 새로 난 자녀들을 끊임없이 지켜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제7독서
<정결한 물을 뿌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겠다.>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36,16-17ㄱ.18-28
16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내렸다.
17 “사람의 아들아, 이스라엘 집안이 자기 땅에 살 때,
그들은 자기들이 걸어온 길과 행실로 그 땅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18 그들이 그 땅에 쏟은 피 때문에, 그들이 그 땅을 더럽히며 섬긴 우상들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내 화를 퍼부었다.
19 그래서 그들을 민족들 사이로 쫓아 버리고 여러 나라로 흩어 버렸다.
그들의 길과 행실에 따라 그들을 심판하였다.
20 사람들이 그들을 두고,
‘이자들은 주님의 백성인데 그분 땅에서 나와야만 했지.’ 하고 말하였다.
이렇게 그들은 가는 곳마다 나의 거룩한 이름을 더럽혔다.
21 그래서 나는 이스라엘 집안이 민족들 사이로 흩어져 가
거기에서 더럽힌 나의 이름을 걱정하게 되었다.
22 그러므로 이스라엘 집안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이스라엘 집안아, 너희 때문에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너희가 민족들 사이로 흩어져 가 거기에서 더럽힌 나의 거룩한 이름 때문이다.
23 나는 민족들 사이에서 더럽혀진,
곧 너희가 그들 사이에서 더럽힌 내 큰 이름의 거룩함을 드러내겠다.
그들이 보는 앞에서 너희에게 나의 거룩함을 드러내면,
그제야 그들은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24 나는 너희를 민족들에게서 데려오고 모든 나라에서 모아다가,
너희 땅으로 데리고 들어가겠다.
25 그리고 너희에게 정결한 물을 뿌려,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
너희의 모든 부정과 모든 우상에게서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
26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
27 나는 또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가 나의 규정들을 따르고 나의 법규들을 준수하여 지키게 하겠다.
28 그리하여 너희는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준 땅에서 살게 될 것이다.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의 하느님이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42(41),3.5ㄱㄴㄷㄹ; 43(42),3.4(◎ 42〔41〕,2)
◎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그리나이다.
○ 제 영혼이 하느님을,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하나이다. 하느님의 얼굴을 언제 가서 뵈오리이까? ◎
○ 영광의 초막, 하느님의 집까지, 환호와 찬미 소리 드높은 가운데 축제의 무리와 행진하였나이다. ◎
○ 당신의 빛과 진리를 보내시어, 저를 인도하게 하소서. 당신의 거룩한 산, 당신의 거처로 데려가게 하소서. ◎
○ 저는 하느님의 제단으로 나아가오리다. 제 기쁨과 즐거움이신 하느님께 나아가오리다. 하느님, 저의 하느님, 비파 타며 당신을 찬송하오리다. ◎
<또는 세례 예식이 있을 때에는 이사 12장(제5독서 다음 화답송)을 노래한다.>
<또는>
51(50),12-13.14-15.18-19(◎ 12ㄱ)
◎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소서.
○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당신 앞에서 저를 내치지 마시고, 당신의 거룩한 영을 제게서 거두지 마소서. ◎
○ 구원의 기쁨을 제게 돌려주시고, 순종의 영으로 저를 받쳐 주소서. 저는 악인들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치리니, 죄인들이 당신께 돌아오리이다. ◎
○ 당신은 제사를 즐기지 않으시기에, 제가 번제를 드려도 반기지 않으시리이다. 하느님께 드리는 제물은 부서진 영. 부서지고 뉘우치는 마음을, 하느님, 당신은 업신여기지 않으시나이다. ◎
제7독서 후 기도
<새 마음과 새 영>
╋ 기도합시다.
영원한 빛이시며 전능하신 하느님,
놀라운 구원의 성사인 교회를 굽어보시고
영원으로부터 마련하신 인류 구원을 이루시어
넘어진 것이 일어나고 낡은 것이 새로워지며
만물의 시작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것이 완전해짐을
온 세상이 보고 깨닫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 아멘.
<또는>
╋ 기도합시다.
하느님,
구약과 신약 성경으로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도록 가르쳐 주셨으니
저희가 하느님의 자비를 깨달아
오늘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앞으로 주실 은혜를 갈망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본기도
기도합시다.
하느님,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부활로 이 거룩한 밤을 비추셨으니
저희가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깨닫고
저희 모두 몸과 마음이 새로워져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서간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시어 다시는 돌아가시지 않을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6,3-11
형제 여러분, 3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우리가
모두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4 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5 사실 우리가 그분처럼 죽어 그분과 결합되었다면,
부활 때에도 분명히 그리될 것입니다.
6 우리는 압니다. 우리의 옛 인간이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써
죄의 지배를 받는 몸이 소멸하여,
우리가 더 이상 죄의 종노릇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7 죽은 사람은 죄에서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8 그래서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9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시어
다시는 돌아가시지 않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죽음은 더 이상 그분 위에 군림하지 못합니다.
10 그분께서 돌아가신 것은 죄와 관련하여 단 한 번 돌아가신 것이고,
그분께서 사시는 것은 하느님을 위하여 사시는 것입니다.
11 이와 같이 여러분 자신도 죄에서는 죽었지만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살고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시편 118(117),1-2.16-17.22-23
◎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 주님은 좋으신 분, 찬송하여라.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이스라엘은 말하여라.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
○ “주님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셨다! 주님의 오른손이 위업을 이루셨다!” 나는 죽지 않으리라, 살아남으리라. 주님이 하신 일을 선포하리라. ◎
○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주님이 이루신 일, 우리 눈에는 놀랍기만 하네. ◎
복음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되살아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6,1-7
1 안식일이 지나자,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무덤에 가서 예수님께 발라 드리려고 향료를 샀다.
2 그리고 주간 첫날 매우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에 무덤으로 갔다.
3 그들은 “누가 그 돌을 무덤 입구에서 굴려 내 줄까요?” 하고 서로 말하였다.
4 그러고는 눈을 들어 바라보니 그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다.
그것은 매우 큰 돌이었다.
5 그들이 무덤에 들어가 보니,
웬 젊은이가 하얗고 긴 겉옷을 입고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깜짝 놀랐다.
6 젊은이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보아라, 여기가 그분을 모셨던 곳이다.
7 그러니 가서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이렇게 일러라.
‘예수님께서는 전에 여러분에게 말씀하신 대로
여러분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실 터이니,
여러분은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세례 전례
강론 다음에 세례 전례를 거행한다. 세례대가 신자들 앞에 있으면 사제는 봉사자들과 함께 세례대로 가고, 세례대가 없으면 제단에 물그릇을 준비한다.
세례 받을 예비 신자들이 있으면 그들을 부른다. 어른은 대부모와 함께, 아기는 부모와 대부모와 함께 회중 앞으로 나온다.
그다음에 세례대 또는 세례 샘으로 행렬하는 경우, 곧바로 행렬을 시작한다. 파스카 초를 든 봉사자가 앞장서고 세례 받을 예비 신자들과 대부모, 봉사자들, 부제, 사제가 뒤따른다. 행렬을 하는 동안 성인 호칭 기도를 노래한다. 기도가 끝나면 사제는 권고를 한다.
세례 전례를 제단에서 거행할 경우, 사제는 아래의 말이나 비슷한 말로 시작 권고를 한다.
<세례 받을 사람이 있을 때>
+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지금 세례를 받으러 나온 이 형제들을 한마음으로 축복하며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자비와 사랑을 베푸시어
이들을 새로운 생명의 샘으로 이끌어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세례 받을 사람은 없지만 세례 샘을 축복할 때>
╋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이 샘에 강복하시어
이 물로 새로 태어나는 형제들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도록 기도합시다.
성가대원 두 사람이 성인 호칭 기도를 노래하면, (부활 시기이므로) 모두 일어서서 화답한다.
세례대로 가는 거리가 멀면, 행렬하며 성인 호칭 기도를 노래한다. 이럴 때에는 행렬 전에 예비신자들을 불러 행렬을 이룬다. 행렬은 파스카 초를 앞세우고 그 뒤에 예비 신자와 대부모가, 그다음에 봉사자가, 이어서 부제, 사제가 따라간다. 권고의 말은 세례수 축복 바로 앞에 한다.
세례 받을 사람도 없고 세례 샘도 축복하지 않을 때에는 성인 호칭 기도를 생략하고 곧바로 물을 축복한다(54항).
성인 호칭 기도에는 다른 성인들의 이름을 덧붙일 수 있다. 특히 성당의 주보나 지역의 수호자, 또는 세례 받을 사람의 수호자 이름을 덧붙일 수 있다.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천주의 성모님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미카엘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하느님의 거룩한 천사들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세례자 성 요한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요셉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안드레아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요한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스테파노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라우렌시오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녀 페르페투아와 성녀 펠리치타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녀 아녜스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그레고리오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아우구스티노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아타나시오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바실리오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마르티노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베네딕토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프란치스코와 성 도미니코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예수의 성녀 데레사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하느님의 모든 성인 ●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주님, 저희를 구원하소서.
○ 온갖 악에서 ● 주님, 저희를 구원하소서.
○ 모든 죄에서 ● 주님, 저희를 구원하소서.
○ 영원한 죽음에서 ● 주님, 저희를 구원하소서.
○ 사람이 되신 주님의 신비로 ● 주님, 저희를 구원하소서.
○ 주님의 죽음과 부활로 ● 주님, 저희를 구원하소서.
○ 성령의 강림으로 ● 주님, 저희를 구원하소서.
○ 죄인들이 청하오니 ●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세례 받을 사람이 있을 때>
○ 주님께서 뽑으신 이들을 세례의 은총으로 새로 나게 하시기를 청하오니
●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세례 받을 사람이 없을 때>
○ 주님의 자녀들을 새로 나게 할 이 샘물을
주님의 은총으로 거룩하게 하시기를 청하오니
●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청하오니
●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그리스도님, 저희의 기도를 들으소서.
● 그리스도님, 저희의 기도를 들으소서.
○ 그리스도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그리스도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세례 받을 사람이 있을 때에, 사제는 팔을 벌리고 아래의 기도를 바친다.>
╋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크신 자애로 마련하신 이 성사에 함께 계시어
저희가 인간의 행위로 수행하는 직무를
주님의 권능으로 완성하시고
세례의 샘에서 새로 난 이들에게 성령을 보내시어
주님의 자녀로 삼으시고 새 백성의 무리에 들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세례수 축복
그다음에 사제가 세례수를 축복한다. 팔을 벌리고 아래의 기도를 바친다.
╋ 주 하느님, 성사의 표징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힘으로 구원의 신비를 이루시니
주님께서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물이 세례성사의 표징이 되게 하셨나이다.
하느님, 태초에 성령께서 물 위에 머물게 하시어
그때 이미 물이 거룩하게 하는 힘을 지니게 하셨나이다.
하느님, 홍수를 통하여 죄를 씻고
그 물의 신비로 생명을 되찾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세례를 미리 보여 주셨나이다.
하느님,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마른 발로 홍해를 건너
파라오의 종살이에서 벗어나게 하시어
세례 받은 새 백성의 예표로 삼으셨나이다.
하느님,
성자께서는 요르단 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으로 축성되시고
십자가에 달리시어 옆구리에서 피와 물을 흘리셨으며
부활하신 다음에는 “너희는 가서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어라.” 하고
제자들에게 명하셨나이다.
하느님, 교회의 정성을 굽어보시고
교회 안에 세례의 샘이 솟아나게 하소서.
성령의 힘으로 외아드님의 은총을 이 물에 부어 주시어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사람이
세례성사로 온갖 묵은 허물을 씻어 버리고
물과 성령으로 새로 태어나게 하소서.
적절하다면, 한 번 또는 세 번 파스카 초를 물에 담갔다 들어 올리면서
주님, 성자를 통하여 이 샘에 성령의 힘을 가득히 부어 주시어
파스카 초를 물에 담근 채로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 묻힌 모든 이가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으로 부활하게 하소서.
성자께서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 아멘.
파스카 초를 물에서 꺼낼 때에 교우들은 환호한다.
◎ 샘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영원히 주님을 기리며 찬양하여라.
세례수 축복이 끝나고 교우들이 환호를 하면, 사제는 일어나 어른 예비 신자와 아기의 부모나 대부모에게 마귀와 죄를 끊어 버리는 서약을 하게 한다. 각각 《로마 예식서》의 『어른 입교예식』이나 『유아 세례 예식』에 따른다.
어른 예비 신자에게 기름 바르는 예식을 그전에 준비 예식으로 하지 않았으면 이때 한다.
그다음 해당 예식서에 따라 사제는 어른들에게 각각 믿음의 내용을 직접 묻고, 아기들의 경우는 모든 부모와 대부모에게 대신 물어 신앙 고백을 세 번 하게 한다.
이날 밤 세례 받을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예식을 다음과 같이 조정할 수 있다. 곧 세례를 받을 사람들과 대부모들과 부모들이 대답한 다음, 곧바로 주례자는 함께 있는 모든 이에게 세례 서약을 갱신하게 한다.
질문이 끝나면 사제는 뽑힌 어른들과 아기들에게 세례를 베푼다.
세례가 끝나면 사제는 아기들에게 축성 성유를 바른다. 어른과 아기 모두에게 흰옷을 건네준다. 그다음에 사제나 부제는 봉사자의 손에서 파스카 초를 받아 새 신자들의 초에 불을 댕겨 준다. 아기들에게는 열려라(에파타) 예식을 생략한다.
그다음에 물로 씻는 예식이나 세례의 뜻을 밝혀 주는 세례 설명 예식을 제단에서 하지 않았으면,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새 신자들 또는 대부모나 부모들이 촛불을 켜 들고 행렬하여 제단으로 돌아간다. 행렬을 하는 동안 세례 찬가 성전 오른쪽에서(56항)나 다른 알맞은 노래를 부른다.
어른이 세례를 받으면 주교가, 주교가 없을 때는 세례를 베푼 신부가 주교의 위임을 받아 곧바로 제단에서 견진성사를 베푼다. 《로마 예식서》의 『어른 입교 예식』이나 《로마 주교 예식서》의 『견진 예식』을 따른다.
물 축복
<세례 받을 사람도 없고 세례 샘도 축복하지 않을 때에 신부는 아래와 같이 신자들을 물 축복으로 이끈다.>
╋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우리가 받은 세례를 기념하여 뿌릴 이 물에
하느님께서 강복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시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새롭게 하시어
우리가 받은 성령께 충실히 머물게 하실 것입니다.
잠깐 침묵하다가 사제는 팔을 벌리고 기도한다.
주 하느님,
이 거룩한 밤을 지새우는 주님의 백성을 자비로이 도와주시어
인간을 오묘히 창조하시고 더욱 오묘히 구원하신
주님의 위대한 업적을 기억하는 저희를 위하여 이 물에 강복하소서.
주님께서는 이 물을 만드시어 땅을 비옥하게 하시며
사람이 마시고 몸을 씻게 하셨나이다.
또한 이 물로 주님의 자비를 베푸시어
주님의 백성을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시고
사막에서는 그들의 갈증을 풀어 주셨나이다.
예언자들은 이 물로
주님께서 사람들과 맺으실 새로운 계약을 미리 알려 주었나이다.
마침내 그리스도께서는 요르단 강 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재생의 세례를 마련하시고
부패한 인간 본성을 새롭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이 물로 저희가 이미 받은 세례를 기억하고
새로 세례를 받은 형제들과 파스카의 기쁨으로 하나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세례 서약 갱신
세례 예식(과 견진 예식)이 끝난 다음에, 또는 세례와 견진이 없을 때에는 물을 축복한 다음에, 앞에서 세례 받는 사람들과 함께 세례 서약 갱신을 하지 않았으면(49항) 모든 이가 촛불을 켜 손에 들고 서서 세례 때에 한 신앙의 약속을 새롭게 한다.
사제는 아래의 말이나 비슷한 말로 신자들에게 권고한다.
╋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우리는 세례로 파스카 신비에 참여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묻히고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사순 시기의 여정을 마치며
마귀와 마귀의 모든 행실을 끊어 버리고
거룩한 가톨릭 교회 안에서
하느님을 섬기겠다고 다짐한 세례 서약을 새롭게 합시다.
╋ 여러분은 마귀를 끊어 버립니까?
◎ 예, 끊어 버립니다.
╋ 마귀의 모든 행실을 끊어 버립니까?
◎ 예, 끊어 버립니다.
╋ 마귀의 모든 유혹을 끊어 버립니까?
◎ 예, 끊어 버립니다.
<또는>
╋ 여러분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자유를 누리고자 죄를 끊어 버립니까?
◎ 예, 끊어 버립니다.
╋ 죄의 지배를 받지 않도록 악의 유혹을 끊어 버립니까?
◎ 예, 끊어 버립니다.
╋ 죄의 근원인 마귀를 끊어 버립니까?
◎ 예, 끊어 버립니다.
필요한 경우 지역 상황에 따라 주교회의는 다른 양식을 마련할 수 있다.
그다음에 사제는 계속하여 묻는다.
╋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까?
◎ 예, 믿습니다.
╋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동정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고난을 받으시고 묻히셨으며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심을 믿습니까?
◎ 예, 믿습니다.
╋ 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습니까?
◎ 예, 믿습니다.
사제는 아래의 기도로 끝을 맺는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를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게 하시고 저희 죄를 용서하셨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님의 은총으로 저희를 지켜 주시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 아멘.
<사제가 교우들에게 성수를 뿌린다. 그때에 모두 아래의 노래를 부른다.>
◎ 성전 오른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보았네. 알렐루야.
그 물이 닿는 곳마다 모두 구원을 받았네. 알렐루야, 알렐루야.
세례성사의 뜻이 담긴 다른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노래하는 동안 새 신자들이 회중 가운데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세례수를 세례대에서 축복하지 않았으면 부제와 봉사자들이 경건하게 세례수를 세례 샘으로 옮겨 간다.
세례 샘을 축복하지 않았으면 성수를 적당한 자리에 옮겨 놓는다.
성수를 뿌린 다음 사제는 주례석으로 간다. 신경은 생략하고, 새 신자들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보편 지향 기도를 이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목자이신 주님, 부활의 기쁨을 누리는 교회를 굽어보시어, 수난과 죽음의 고통을 이겨 내신 예수님을 소리 높여 찬미하며, 영원한 생명과 사랑을 전하게 하소서.
2.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전쟁과 폭압으로 무고한 생명이 숨져 가는 이 세상을 굽어보시어, 사사로운 이익에 앞서 생명의 존귀함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참평화를 이루게 하소서.
3.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저희 모두를 보살피시어, 합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며 억압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시고, 권리를 찾고자 애쓰는 이들과 늘 함께하소서.
4. 우리 자신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의 주님, 이 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가슴 벅차게 맞이하는 저희에게 은총을 베푸시어, 새 삶에 대한 희망으로 이웃에 봉사하며 더욱더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바치는 기도와 제물을 받아들이시어
오늘 시작하는 이 파스카 신비로
주님께서 마련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부활 감사송 1 : 파스카의 신비>
주님, 언제나 주님을 찬송함이 마땅하오나
특히 그리스도께서 저희를 위하여 파스카 제물이 되신 이 밤(날, 때)에
더욱 성대하게 찬미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죄를 없애신 참된 어린양이시니
당신의 죽음으로 저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저희 생명을 되찾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부활의 기쁨에 넘쳐 온 세상이 환호하며
하늘의 온갖 천사들도 주님의 영광을 끝없이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1코린 5,7-8 참조
그리스도 우리의 파스카 양으로 희생되셨으니, 순결과 진실의 누룩 없는 빵으로 축제를 지내세. 알렐루야.
영성체 후 묵상
“오, 놀라워라, 우리에게 베푸신 주님의 자비. 오, 크시어라, 우리에게 베푸신 주님의 사랑. 종을 속량하시려 아들을 내어 주셨네.” 파스카 촛불처럼 빛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파스카 신비를 찬송합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파스카 성사로 힘을 얻고 비오니
사랑의 성령을 부어 주시어
그 사랑으로 한마음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파견
<부제 또는 사제가 백성을 향하여 말한다.>
╋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 하느님, 감사합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오늘의 묵상)
십자가 아래에서 예수님의 죽음을 지킨 여자들은 “주간 첫날 매우 이른 아침” 무덤을 찾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안식일이 지나자, 주간 첫날, 매우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등), 부활이 실제 사건임을 강조하는 기능을 합니다. 곧 ‘부활’은 구체적 시공간에서 발생한 현실의 사건이고, 시간 부사구들을 통하여 이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사실 그리스도인들에게 ‘주간 첫날’은 새로운 창조가 시작된 ‘주님의 날’(주일)입니다. 구약 시대 창조가 이루어진 첫째 날 “빛이 생겨라.” 하신 말씀으로 빛이 생겼듯이(창세 1,3 참조) 이제 새로운 창조의 첫째 날 ‘그리스도의 빛’은 어둠을 이기고 새로운 시대를 시작합니다.
한편 무덤 입구에 도착한 여자들은 돌이 굴려져 있음을 보고 당황하는데, 이때 사용된 그리스 말 동사의 형태는 수동형(‘아포케퀼리스타이’)으로, 이 일이 ‘하느님에 의하여 이루어진 사건’임을 명시합니다. 부활은 하느님께서 몸소 주도하신 사건임을 분명히 선언한 것입니다. 그리고 무덤에서 그들은 흰옷을 입은 젊은이를 만나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셨으니, 더 이상 무덤에 계시지 않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 역사는 ‘건너감’(파스카)의 역사입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종살이에서 자유인으로 건너감이며, 이는 어떤 변화에 대한 ‘관념’이나 ‘추상적 암시’가 아니라, 예수님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이며 ‘현실’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이 실제적 변화와 구원의 현실을 “용약하여라!”라는 노래로 축하하고 기념합니다. 그 건너감이 나의 현실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믿고 ‘두려워하지 말고’ 갈릴래아로 가는 것, 이제 부활의 빛으로 새롭게 태어난 우리가 하여야 할 일입니다.
(김혜윤 베아트릭스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