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이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디자인하는 공연이 오픈한다
오늘 마지막 리허설을 마치고 나니까 공허한 느낌이 가슴 가득 밀려들어왔다
아직 끝이 아닌데... 딴일을 시작하지도 잠자리에 들어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고 중립기어에서 공회전 중이다. 자료 찾을 려고 가입한 공유카페에서 영화를 봤다. 나의 결혼원정기. 조금은 관점에 문제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성과 달리 감성은 꽤나 동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제기랄. 지내온 날들을 돌아 보게 되었다. 참 어중간 하게 살아왔구나 싶었다. 교회에서 살다 시피한 어린시절 좋아하던 여학생을 두고 통성기도하다 친구에게 들켜 놀림 받았을 만큼 영발 좋던 놈이 이젠 공포영화 주인공 마냥 교회십자가 그림자만 비쳐도 돌아 앉는다. 끝을 보지 못했다. 간혹 교회그늘에서 계속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부모님들이 바랬던 것처럼 신목사가 되지는 못했더라도 그래도 그 바닥에서는 한가닥 했으니까 한달에 십일조 한 백만원씩 때리는 신집사님이 되어 아들 딸 낳고 오손 도손 살고 있지 않았을까. 대학교 다닐 때는 문화운동 동아리에 몸 담고 있었다. 공연 때나 밥먹고 술 마시는 시간을 제외하고 동아리실 밖에서 숨쉬어 본 기억이 별로없다. 그래도 투사는 되지 못했다. 87학번 이라면 87년 시민항쟁 얘길 물어온다 교내가 끌는 물솥 같았던 그때도 난 동아리방에서 숨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서는 무지 부끄러워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그래서 두려운 일인것 같다. 장구 잡히고 탈춤 추고 나름으론 열심히 했지만 인간 문화제가 목표입니다 하는 쪽으로 달리지도 못했다 그렇게 또 끝을 보지 못했다. 자기 삶을 지키면서 하는 연극이 인생 목표라고 떠들고 다니기 시작한건 그 후의 일이다. 그래도 자기 삶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에 대해선 종종 회의적일 때가 많다. 이 나이들도록 혼자라는데서는 거의 자지러질 판이다. 독신주의자도 아니고... 그냥 선보고 결혼하고 사는 것도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근데 별로 시도도 해보지 않았던거 같다. 어디다 핑게를 돌려야 할려나… 어렸을 적 다자라면 아버지 모시고 술한잔 하는게 꿈이라면 꿈이었다 근데 대학들어가서 목사님 아들이 되어버렸다. 그전에도 그리 가능성 있는 일은 아니였지만 이젠 불가능이란 붉은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버린셈… 사실 오래전에 목표 수정했다. 아들 녀석 다 키워 놓고 술한잔 같이 하는… 근데 지금 부터 개발에 땀나도록 뛰어도 환갑전에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혹은 이것도 불가능으로 분류되는 거은 아닐까 싶은… 삶이란 무엇일까… 예술이란… 이둘은 조화될 수 있는 것일까… 행복한 삶이 예술이 되는 것, 그것이 연극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모순이라고 해야할까? 내 정의 대로 라면 난 참 예술 흐지부지 허투로 하고 있는건데… 그냥 밥먹고 술먹는거 처럼 이짓거릴 평생하고 싶은 내마음 주변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한량이 딱이다. 남의 집 쓰레기를 쳐주며 살게 되어도 웃으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했던 마음이 다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지만 가끔 멍해지는 순간이 늘어나는 것을 숨길 순 없다는게 솔직한 고백이다. 외국에서 연극을 공부한다면 대단하다고들 하는데 대단할 것 하나도 없다. 늘 바보 짓의 연속이다. 특히 테크니컬 리허설 때의 중압감 안에서는 떨리는 손발을 감추는데 절반의 힘을 소비한다. 캐스트, 크루 포함해서 40여명의 인원들이 나만 쳐다보고 있고… 리허설이 늘어질 때 그 중 하나가 시계라도 쳐다보면 망치로 가슴을 맞는 기분이 된다. 그냥 심장이 멎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코피 쫙 흘리며 구급차 타고 이 자릴 빠져 나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망상이 자주 후두부를 강타한다. 이 짓도 오늘로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웬지 허전해졌다. 뭐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틀어 논 영화, 모니터 안에서 주인공이 바보 짓 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거울을 보고 있는 듯했다. 날이 밝았다. 오늘! 이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디자인한 공연! 오픈닝이다!!!!!!!!!!!!
첫댓글 공연 잘 끝내실꺼예요, ^ㅡ^!!!!
마지막을 잘 마무리~
선배님 힘내세요~~~~!!!!
... 글로 보니까 멋있기도 하네. 곧 장가갈 것 같은...
선배님 화이팅!!!!!!!!!!!!!!!!!! 선배님은 항상 멋지십니다!!!
어떻게 살면 되는질 알고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치만 이거하난알잔아요. 승일오빠가 언제나 당당헸던거.. 그렇게 사는사람도 흔치는 안으니 아직 성공은 못했지만 실패한 인생도 아니예요.
화이팅이에요~~ ^^ 멋지세요!!!!
선배님. 읽기 너무 힘들어요. 담부턴 줄 바꿔가며 써주세요. ㅎㅎ 공연 잘 하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