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삶이라, 미술인으로서 바니타스(Vanitas)가 생각날 수밖에 없었어요. 바니타스 그림 속 썩어가는 과일들! 결국 모든 것이 헛되다는 허무주의적 정물화가 떠올랐죠. ‘이런 허망한 세상 속에서 한 끼니, 한 끼니를 챙겨 먹는 고된 일이 다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을 잠깐 해버렸어요.
▲ Basket of Fruit, 1599 by Caravaggio
PROJECT 1_ RULE
1.
탁구 룰 중 하나인 촉진룰을 차용. 10분 경과하였음에도 한 문장이 마무리되지 않았을 때 아이디어를 촉진하기 위해 창밖이나 풍경으로 눈을 돌리는 룰
2.
탁구채를 잡는 올바른 룰이 있듯, 바르고 정갈한 자세로 칼럼 작성에 임하는 룰
3.
구가 포함되거나 연상되는 이미지를 채택하는 룰
추운 날씨 잘 버티고 계시죠? 우선 겨울 스포츠를 좋아하는 H와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둥근소리’ 라는 공을 H에게 토스했을 때 저는 데굴데굴 같은 소리를 상상했어요. 눈은 전혀 예상치 못한 소리였지만! 글을 읽고 마음깊이 납득이 갔어요. 가끔은 날카롭고 차가운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엔 세상을 포근하게 덮어주니까요. 좋은 글 고마워요!
전해준 제시어도 잘 받았습니다. 청각을 이은 미각! 그리고 ‘#동그란 맛’이라... 어쩔 수 없이 둥근 음식들이 먼저 떠오르더랍니다. 도넛, 피자, 주먹밥... 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배도 고파졌고요. 그러곤 생각과 일에 쫓기다 느낀 배고픔에 급하게 식사를 했죠. 촉박한 식사를 하고 나면 왜인지 모르게 따라오는 기분이 있어요. 소중한 식사를 스스로에게 제공하지 못했다는 허무함? 허망함? 그런 안타까운 감정 말이에요.
식사를 맞이하는 태도는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연관이 있대요. 매번 무시하거나 거를 수 없을뿐더러 순간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볼 수 있겠네요. 그러한 식사를 본인이 어떻게 준비하느냐, 어떠한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현재 삶의 척도를 확인할 수 있겠지요. 오늘의 식사는 형편없어서 스스로 조금 안타까웠어요(웃음). 내 삶이 음식에 비추어진다니 조금 씁쓸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죠.
음식과 삶이라, 미술인으로서 바니타스(Vanitas)가 생각날 수밖에 없었어요. 바니타스 그림 속 썩어가는 과일들! 결국 모든 것이 헛된다는 허무주의적 정물화가 떠올랐죠. ‘이런 허망한 세상 속에서 한 끼니, 한 끼니를 챙겨 먹는 고된 일이 다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을 잠깐 해버렸어요.
생에서 죽음까지...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는 둥근 과일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해진 끝이 있는 삶에 대한 허무함과 절망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죠. 하지만요! 끝이 있기에 소중하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해요. 과일은 썩어 문드러지기 전 가장 멋진 순간에 음미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아니면 좋은 때에 늦지 않게 청이나 술로 만들어 그 반짝임을 담아낼 수도 있고요. 과일을 힘겹고 피 말리게 해서 건조과일로 만들어버려도 좋고요!
저에게 있어서 둥근 맛은 ‘메멘토모오리이이이이 카르페디엠!(memento mor22222 carpe diem!)‘이 아닐까 싶네요. 이치가 담긴 둥근 과일들을 보며 죽음을 느긋하게 곱씹고,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려 노력하니까요! 오늘의 식사는 조금 아쉬웠지만 내일은 ’현재의 나‘를 위해 멋진 식사를 하려 노력하려고요. H도 내일 멋진 식사하시길 바랄게요.
긍정적으로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모난 소리를 한 제 자신이 뾰족하게 느껴지네요. 그런 저를 위해 H가 ‘#원만’을 다루어 줄 수 있을까요? 단어의 해석은 ‘원만~하다’도 ‘only 원’도 될 수 있겠네요! 편한 느낌으로 받아주세요. 그럼 이만!
송흰 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