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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母酒(모주)
흔히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을 꼽는다. 허나 이것만 먹고 나면 뭔가 허전하다. 그 허전함을 채워주는 것이 모주다. 특히 모주는 전날 술을 마셨을 때 콩나물국밥에 곁들여 마시면 속풀이 술로 제격이다.
이 모주는 전주문화재단이 2007년 실시한 '전주 신(新)8미 조사'에서 막걸리 이강주와 함께 '전주 新3술'로 뽑힌 바도 있다. 그만큼 전주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음료(?)라 할 것이다.
전주 모주는 국어사전에 나오는'밑술'과는 다르다. 밑술은 '약주를 거르고 남은 찌끼 술'을 이른다. 그러나 전주 모주는 이름에 '주(酒)'자가 들어가서 그렇지 실은 '술같지 않은 술'이다. 알코올 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주 모주는 원래 청주를 떠 먹고 난 술지게미에 각종 약재와 흑설탕을 넣고 달였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모주를 빚기가 쉽지 않아 막걸리를 사용했다. 막걸리에 생강 대추 감초 인삼 칡(갈근) 계피가루 등 8가지 한약재를 넣고 은근한 불로 3-4시간 끓인 것이다. '욕장이 할머니'로 유명했던 삼백집에서는 걸죽하게 하기 위해 찹쌀가루를 넣었다고 한다.
모주의 유래는 몇가지가 있다. 하나는 '대비모주'설이다. '대동야승'에 의하면 인목대비의 어머니인 노씨(盧氏)부인이 광해군때 제주도로 귀양가서 술지게미를 재탕한 막걸리를 만들어 섬사람들에게 값싸게 팔았다고 한다. 왕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이라 해서 대비(大妃)모주라 부르다 나중에 모주로 불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어머니의 술'설이다. 어느 고을에 술많이 마시는 아들이 있었다. 아들의 건강을 염려한 어머니가 막걸이에 각종 한약재를 넣어 달여 아들이 마시게 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묘주(卯酒) 와전'설이다. 해가 뜨는 묘시(卯時·아침 5-7시)에, 간밤에 과음으로 불편한 속을 달래기 위해 마시는 해장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주(暮酒)'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
모주는 짙은 밤색에 맛이 부드럽고 달착지근해 술을 마시지 않는 여성들도 좋아한다. 숙취해소는 물론 혈액순환과 감기 몸살에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전주시는 30억 원을 들여 이러한 모주를 산업화하는 '전통모주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월빙식품인 모주가 대량생산될 것이라 하는데 사발에 듬뿍 따라주는 지금의 모주를 따라갈까 모르겠다.
출처:전북일보 글 조상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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