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예비군 불참자 매년 수천명씩 고발…보호는 '전무'
훈련 참가자에 불이익 준 기업·학교 고발 사례없어
예비군 훈련 지난 3월 경기도 안산시 육군 제51사단 상록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시가지전술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군 당국이 예비군 훈련이나 동원훈련에 빠진 사람들을 매년 수백에서 수천 명씩 형사고발하고 있지만, 반대로 훈련에 다녀오느라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때 법적 보호를 제공한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분단국가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는 이들에 대한 보상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군 당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올해 들어 지난달 초까지 일반 예비군 훈련 불참자를 고발한 건수는 968건으로, 상반기에만 1천건에 육박했다.
2019년 9천214건, 2020년 117건, 2021년 38건, 2022년 3천74건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2020∼2021년 훈련 자체가 축소되며 고발 건수도 급감했다가 작년부터 늘어나는 모습이다.
병무청이 최근 5년간 동원훈련 불참자를 고발한 건수도 2019년 3천250건에 달했다. 이듬해부터 2년간은 코로나19로 야외 동원훈련이 실시되지 않아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지난해는 2천342명을, 올해 5월까지는 576명을 고발했다.
과태료만 내면 되는 행정처분과 달리 형사고발의 경우 벌금형이 부과되고 전과기록이 남아 전과자가 된다.
[표] 국방부의 일반 예비군훈련 불참자에 대한 고발건수 (2023년은 6월 9일까지)
※ 출처 =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실
[표] 병무청의 동원훈련 불참자에 대한 고발건수 (2023년은 5월 31일까지)
※ 출처 =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실
이처럼 예비군 불참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 것과 달리 예비군에 참석하느라 사회에서 겪는 불이익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미흡했다.
국방부와 병무청 모두 지난 5년간 예비군 훈련과 동원훈련 참석자들에게 불이익을 준 기업이나 학교를 고발한 사례는 '전무'했다.
국방부는 '최근 5년 예비군훈련 참가 시 불이익을 주는 기업, 학교를 고발한 사례가 있느냐'는 설훈 의원실의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국방부는 지난 2월 28일 예비군이 학업과 관련해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교육부와 전국 대학에 발송하긴 했지만 뒷일을 챙기진 않은 것이다.
현행 병역법과 예비군법은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한 처우를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조항도 두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예비군에 다녀왔다가 학교나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때 이를 신고할 수 있는 일원화된 창구가 없어 군 당국에서도 파악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현황 파악이 제대로 안 돼 현행 형사제재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당정은 최근 한국외국어대학교 재학생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느라 결석 처리돼 장학금을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는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참석해 '예비군 훈련 참여 학생에 대한 학습권 보호' 협의회를 열고, 2학기 시작 전에 관련법 시행령과 대학 학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당정협의, 발언하는 국방장관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예비군 훈련 학생 학습권 보호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