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골 폭포에서 올려다본 산 봉우리들은 화사한 봄볕을 가득 덮어쓰고 있으며 나른해 하고 있었다
완연한 봄이려니 했다
아이젠 어쩌까요 하길레, 내비두고 가도 문제없지 싶어 등짐 조금이라도 덜자며 웃었다 쪼다같이...
수년전 늦가을 이었지 싶다
등산로의 시작점이 정확히 어디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차를타고 좁은 골목길을 구비 구비 치고올라 마을 끝자락에 사는 주민집 마당에 오천원 인가를 주고 주차를 했었다
운문산 등산로의 최 단거리 시작점이라 한다
초장부터 가파른 경사의 사면을 치고 오르기 시작한 산길은 한발 한발 내딛을때 마다 미세한 황토 먼지를 일으켰고 얼마안가 옷에 온통 흙먼지 칠갑이었다
주변은 온통 잔솔들이 흩어져 군락을 이루고 있을뿐이라 풍경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삭막함 이었다
늦가을 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리쬐는 태양의 이글거림은 강렬했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찬바람이 몰아쳐 귓등을 시리게 했다
사납게 뜨거우면서 날카롭게 시리기도한, 유별난 기후의 비탈 지점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어찌 어찌 정상에 오르긴 했지만 그리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고, 다시 오르고싶지 않은 산으로 뇌리에 각인된 산이 운문산이다
재바르진 못하지만 그래도 끝내 완성을 해내고 마는 "느림의 미학자" 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이팔산악회 회원이신 여사1 이시다
환갑이 넘은지도 꽤 됬건만 아직도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계시며 관계된 단체에서 존중받고 대우도 받으시는걸로 알고 있다
그런면 에서는 여사2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난 그러한 사회적 재원들을 따로 격을 올려 대접하지 않았다
사회생활은 사회생활이고 등산은 등산인 것이라 그렇다 영역이 다른것이다
암튼 산행에 있어 느려터진 그녀에게 가혹할만큼의 눈총을주고 구박을 주며 독려했다 드럽고 치사해서 등산 같이 못하겠다는 소리가 목젖까지 올라오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잘 참아주며 견뎌내는듯 하다
그러한 그녀가 올초에 야심찬 등산계획을 세웠다
우리 모두는 그녀의 결기있는 도전에 격려의 박수를 치며 응원 했다 3월 이전
영남 알프스 8봉 도전 이라는 빛나는 과제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다
천황, 재약, 간월, 신불, 영축, 고헌, 가지산 찍고 마지막 운문산이 남았다
석골사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는 예전에 내가 알던 운문산이 아니였다 수정처럼 파랗게 빛나는 계곡의 맑은물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길은 심심히 수려해서 벌어진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인간의 인식이란건 너무나도 단편적이라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 시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수도 있구나 싶어 운문산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 단면만을 보고 대상을 단정지어 버리면 그 결과는 편견으로 남아 좁은 안목속에 갖혀 큰 그림을 보지못하며 살게 되는것이고 쪼잔해지는 것이다
흠~산중 깨달음 이라 해야겠지?
가려佳麗하고 청미靑美한 산등성이를 오르며 즐겁고 행복했다
그런 좋은 기분으로 해발800고지쯤 올랐으려나 군데군데 잔설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까지만 해도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이제 완연한 봄인걸 싶었기에...
하지만 어느 암자가있는 천 고지쯤 되는 지점에서 좌절했다 가파로운 벼랑길에 눈이 덮여 빤지르하게 다져져 있었으며 아이젠을 차에 두고온 우리들은 더이상의 산행은 위험천만 인것이라 포기선언을 하고 하산키로 했다
아쉽지만 뒷날을 기약하고 철수결정을 한것이다 그깓 아이젠 무게가 얼마다 된다고...
한순간의 기분으로 섣부른 판단을 한 내가 죄인 인것이다 많이 부끄럽고 미안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안전이 최우선 돼야하는 등산수칙 아니겠는가
아쉬워하며 망설이는 여사1을 뒤로하고 약간의 하산을 하여 따사로운 햇살 드는곳에 자리잡고 도시락을 펼쳤다
하지만 금새 따라 내려오리라 여겼던 여사1은 보이지 않는다
도시락을 먹으며 기다리다 걱정이 됐던지 여사2 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가 되질 않는다 신호가 잡히지않는 통신장애 지역 이었나보다
한참후에 여사2의 전화기로 문자가 날아들었다 산행중인 청년들에게 아이젠 한짝을 빌어신고 정상 찍고 내려 가겠다는 내용이라 한다
여사2는 어쩔줄 몰라했다
안그래도 걸음이 느린 여사1을 기다리려면 적어도 두시간 이상일텐데 어쩌잔건지 하면서 언짠해 하신다
두분 모두의 심정에 수긍이 갔고 이해도 할수 있었다
영알8봉 완등을 눈앞에둔 지점에서 도저히 멈출수 없는 여사1이나
두시간 이상을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씁쓸한 기분의 여사2나 각각의 심정이 따로 있는것이다
해서 내가 그랬다
지금 당장 나랑 하산하고 차타고 먼저 떠나시라고
내가 차에서 기다리다 태워서 대저역에 떨구어드리고 가겠노라고...
여사1은 여사2의 차를 타고 왔으니 나름 마음속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저녁에 정해진 일정이 따로있어 먼저 가야겠다며 미안해하며 떠났다
두시간 반쯤을 기다려 기진맥진한 여사1을 태워 대저역에 내려주고 왔다
단톡방에 그녀의 완등사진과 인증증서가 올라왔다
안다, 그녀가 얼마나 이를 앙다물었을지
또 안다, 그녀가 얼마나 서러웠을지
그리도 또 안다, 그녀가 얼마나 희열했을지,
참 느리게도 꾸역 꾸역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힘들게 거슬러 올랐으며 해내고 말았다 묵묵히 시찌푸스의 바위를 굴리며 올랐던것이다
작은 감동이 있었다
이로써 일사분기 산행일정은 종지부를 찍었다 삼월 중순부터 각각의 회원님들은 계획된 일정이 있어 사월초 까지는 못보지 싶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못볼수도 있겠다
인연이란건 영원할수 없는것이라 내일당장 떨쳐질수도 있는것이고, 길다 해봤자 수십년 이리라
피로 맺어진 가족간의 인연도 죽음으로 인연을 다할수밖에 없는것이라 만남의 끝은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리라
누구든 인연이 끝나고 나를 기억하는이 있다면, 이런 바램이 있다
그녀석 까칠하고 싸가지 없는 개새끼지만, 적어도 위선적이지는 않았지...
하는 정도면 난 만족한다
변변히 내세울것 없는 개새끼란점
나도 알고 충분히 인정하기에,
첫댓글 산행의..시작부터
소소한 이야기거리를
아주 잼나게 잘쓰쎴네요
산행 후기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산에서의 즐거움을 잘 모르는 저는 어떤 말로 대화를 이어가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여인 1, 2, 분들의 얘기는 생각을 좀 하게 합니다.
퇴원 하셨나요
등산을 하면 자신과의 대화가 많아지면서 성찰이 깊어집니다
정신수양에 이롭지요
미국은 근교산이 드물겠군요 하지만 작심하고 등산을 해보는것도 나쁘진 않을듯 합니다
지금도 가끔 둘이서
사람들과 보조에 신경쓰지 않고
그야말로 느리게 오르는 산행
뿌듯함 환희자체던데
그분 목표
향한 심지 대단합니다
단체서 이탈까지나요
ㅎㅎ
운문산~~♡
추억이 너무 많아
벅찹니다
아버님 홀로이 계셔 틈나면 달렸던 청도길 한재미나리 고로쇠물
아이들키우며 간절함도 많아 손모았던 사리암
이 아침 그립게하네요
그러고보니 청도 운문사와도 관련이 깊은산이군요
운문산 1000고지에 있는 암자가 사리암 이던가요 수일전 다녀 왔으면서도
암자 이름이 가물거려 기술하지 못했네요
요즘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 십분지일도 담아내지 못하고 잊어버립니다
두분, 꾸준한 산행으로 건강 다지시고 오랫토록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길요~^
정아님 뎃글에 청도 라는 지명을 보니 괜한 반가움에 흔적 남깁니다.
친가와 외가가 다 청도 거든요.^^
@리진
아~~리진님도
청도랑 인연이 깊네요
반가워라~^^
시댁이 청도라
자주오가면서
정이 듬뿍든 청도랍니다
감에 미나리에 고로쇠물등등
먹꺼리 볼꺼리도 많고
산새도 참 좋거든요
참 내! 요즘 견베이비들이 얼마나 총명하고 높은 족속인데
그 분들에게 비유하시다니 왜 그러십니까요 헤~
산은 홀로 가던 그릅으로 가던 운동이 목적인데 체력이
꼭 받쳐 줘야 겠지요 너무 무리 하지 마세요
살살 다니시는 우리 동네 80넘은 할머니 이 봄에도
산나물 뜯을 생각에 설레입니다 과거 산은 먹을 거리의
보고였지요 먹을거리 땔감으로 온 산야를 헤매이던 곳
저도 12살부터 산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이젠 평평한 바닥에서
놉니다 함박산님도 살살 다니세요 ~
개를 좋아합니다
다른이들과는 좀 다른방식, 이유로요
세상에는 두종류의 개가 있습니다
묵는개와 몬묵는개
저는 몬묵는개 안좋아합니다
당분간 무리한 산행은 안하려구요
근교산행을 사부작 사부작 다닐 생각입니다
뭐든 무리하면 탈이나기 마련이지요
따숩은 봄 즐기세요~^
또 만나리라고 봅니다.
이젠 좀 쉬운 산행으로요.
당분간 가벼운 산행하며 즐기려 합니다
인연에 있어서는 의연함을 가지려 합니다 화사하면서 깔금히 살고지고 합니다
올려주시는 글 정독하며 읽고 있으며 생각이 짧은 제게 많은 도움이 되고있습니다
건강하시고 건필 하십시오
저도 십여년전 엄니 오시기 전에는 마음치료와 건강 목적으로 다니기 시작했어요.
집근처 도봉산 수락산 그리고 불암산도 있으니요.
사월에 원도봉산을 아이젠 없이 갔다가 혼줄난 경험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이젠 제게 산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추억의 산 일뿐이네요.
꽃구경 단풍놀이 정도만해도 나쁠건 없지싶은데 한번씩 무리한 욕심을 가지고 힘든 산행을 합니다
소식하고 적당히 걷기만 해도 건강지키며 즐거이 사는데는 문제없지 싶습니다
며느님이랑 딸처럼 지내시며 행복 한것 즐기며 사십시오 아드님 결혼 한번더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