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8월10일 새벽3시 땀에 흠뻑젖은 최재욱 박사가
잠에서 급히 깼다. 너무도 생생한 꿈이었다...
옆의 이지연 석사도 무슨 나쁜 꿈을 꾸는지
잠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엎치락 뒤치락 거렸다...
최박사 부부는 결혼한지 2개월 밖에 않되는
새내기 부부 였다..
최재욱 박사도 이지연 석사도 자신들의 공부 때문에
서른이 넘어 결혼 했다.. 같은 대학원에서 우연히
만나 1년의 연애기간을 거쳐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다음날 아침, 아침식사를 하면서 최박사가 새벽일을
넌지시 물었다. " 새벽에 무슨 나쁜 꿈을 꿨어?
잠자리가 불편해 보이던데... " 그러자 이석사가
물을 마시며 이야기 했다... "참... 말도 말아요
얼마나 꿈이 생생 하던지... " "어떤 꿈이었는데...? "
"아..글쎄... 지금도 날짜, 장소,시간 , 이름등을
줄줄히 기억 한다니까요..."
하며 시작한 이석사의 꿈 이야기....
그것은 그들이 깨닫지 못한 전생의 이야기 였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사명을 뛰고 지구로 내려와
죽게되는 어느 여신과 신의 이야기....
그리고 그 뒤를 돕다가 처참하게 죽게되는 자신들...
솔직히 이박사도 같은 꿈을 꾸었었다....
그 꿈이 하도 이상해.... 혹시나 해서 산부인과를
찾았는데...난소이상으로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밑져야 본전이라며 찾아간
무당집에선 꿈 주인공들을 한번 찾아 보라는
황당한 소리만 들었다.... 궁금함과 시묵룩함...
이유 모를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들은 뭔지 모를
끌림에 입양을 결정하게 된다....
1989년 10월 2일 최박사 내외는 경기도 수원의 한
고아원을 찾아 입양할 아이르 고르는 중이었다.
그런데...그 중 한아이가 두사람의 눈에 확 띄었다...
이름은 정대영.... 나이는 16세 자세히 보니 대영은
14세 때 부모님의 사고로 이 곳에 들어
오게 되었다... 최박사부부는 이상하게 너무도 끌리는
그 아이를 보자고 했고... 원장은 곧 대영을 불렀다...
훤칠한 키에 당차지만 부드러움이 배어 있는 인
상의 남자아이 였다...
" 인사 드려라 이제부터 너의 부모님이시다... "
원장이 잠시 흐르던 둘 사이의 어색함을 중재 했다...
" 안녕하세요, 정대영 이라고 합니다... "
이제 막 변성기가 온 듯...약간은 긁지만 자상한
목소리 였다... 이사를 받은 후 최박사는 입양 절차를 밟기 위해... 원장과 나갔다....
이석사는 고아원에 남아 대영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 옛날엔 어디에 살았니? " "서울요... "
"서울 어디? " " 강북쪽에 살았었어요... "
" 으응...그렇구나.... 아직 내가 불편하니? "
" 네, 조금요... " "그래...?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대영이 먼저 이 침묵을 깼다....
" 저...누나에게 잠시 다녀와도 될까요? "
" 누나? " "여기서 집안일을 해주시는 누나요... "
"어..그래...그러렴 " 이 석사는
작별인사나 하려나 보다 하고 허락햇다...
대영은 허리를 꾸벅 숙이곤 밖을 나갔다....
한 10분이 흘렀을까....? 대영이
자그만 쟁반에 김이 보이는 찻잔을 받쳐 들고 왔다...
"이거 드세요, " "어머, 이거 가지러 갔었었니? "
"감사함을... 어떻해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요... "
"어머... 고마워라... " 유석사는 한껏 감동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 아이의 선택에 대한 만족감도
올라왔다... 차를 입에 대자 그윽한
차 향기가 입 가득히 퍼졌다... 지금까지 맛 본 차중에
가장 향기로운 차였다... 차를 거의 다 마셔갈 즈음
최박사가 원장과 함께 들어 왔다... 나간지
40분이 좀 넘은 후였다...
" 자... 1차적인 건 다 끝났다.. 가자, "
최박사가 힘주어 말했다.. 이 석사는
"원장님... 대영이에게 여기서 지낸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시키고 싶은데... 괜찮을런지요.. "
"그러지요, 그렇게 하세요... "
원장이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대영의 손을 잡고 나가려 하자
" 잠깐만요, 원장님... " 하며 이 석사가 원장을
불러 세웠다..."네? " 원장이 돌아보았다...
"제가 데리고 다니고 싶은데요... "
"네? " 이석사의 말에 원장은 아주
적은 당황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곧 " 알겠습니다 "
하고 이박사의 손에 대영의 손을 얹어 주었다....
이 석사는 최박사에게 " 당신도 갈거죠? " 라고 물었다
"그럼... " 최박사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 했다.
그리고 원장에게 "저흰 인사 마치는 대로 떠나겠습니다 "
"네, 그러시지요... 대영아 이제 이분들 말씀
잘들어야 한다 " 원장은 대영에게 섭섭함이
섞인 충고를 했다... "네, 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
대영도 섭섭한 듯 말했다... 최박사 내외는 고아원
구석구석을 다니며 대영이의 작별인사를 도왔다...
순수한 아이들...정말 자상하신 선생님들....
그들은 진심어린 작별을 나눴다... 차를 타고 고아원에 나올 때는 이석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그날 최박사는 근사한 저녁을 샀다....
최박사 내외는 실로 오랜만에 웃었다....
앞으로의 그들의 운명과 길을 전혀 알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