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 올드트래포드
Holy Place - Old Trafford
-SECOND STORY-
2006년 12월 11일, 올드트래포드로 향하는 차안
나의 이름은 이주우, 한국인이다. 나이는 한국 나이로는 17살... 90년생이다. 2년전에 이곳 맨체스터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 원래 미국으로 보내려던 부모님이었지만 난 끝까지 맨체스터를 고집했다. 그 이유는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직접 경기장에서 내 눈으로 보고싶어했던 그 바람때문이었다. 이곳에 유학오고 약 5~6번 경기를 보러 올드트래포드로 가긴 했지만 경기가 없는날 오는건 처음이다. 맘만 먹으면 올수야 있겠지만 같은 맨체스터라고 해도 외곽부분인 올드트래포드와 내가 살고있는 시내의 거리는 만만치 않다. 하여튼 나는 지금 올드트래포드로 향하고 있다. 그것도 내가 동경했던 선수중의 한명인 로이 킨과 함께...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됬는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 기쁜지 불안한지 모르겠다. 확실한건 나는 지금 떨리고있다. 흥분된다. 난데없이 유나이티드와의 계약을 하러 간다니... 가끔 나는 게임속에서 상상속에서 꿈속에서 붉은유니폼을 입고 올드트래포드를 누빈적은 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진짜 유나이티드 선수가 될거라고 생각한적은 없었다. 하여튼 나는 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예정이다. 부모님이 뭐라하든... 이런 꿈같은 기회를 날려버릴 정도로 나는 어리석지않다. 오늘부터는 나도 레드데블스다!!!!!!!
2006년 12월 11일, 올드트래포드
평일이어서 그런지 드문드문 관광객만 있는 한적한 올드트래포드의 관계자 전용 주차장. 아주 비싸보이는 람보르기니가 그곳에 주차한다. 하지만 차 주인이 험하게 다뤄서인지 문가에 커다란 흠집이있다. 거기서 내리는 두 사람. 그들은 곧장 길 단장의 사무실로 향한다. 나이가 훨씬 더 많아보이는 남자는 확고한 표정을 지으면서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간다. 뒤를 따라오는 앳되보이는 소년은 조금 얼떨떨한 표정이다. 노크를 하는둥 마는둥 하며 앞서가던 남자가 소년의 손을잡고 단장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그 남자의 이름은 '로이 킨', 소년의 이름은 '이주우'
길: 자네 늦었구만... 평소엔 시간을 칼같이 지키더니만... 뭐 나무라진 않겠네... 하지만 앞으론 바빠질꺼야. 그런데 옆에있는 소년은 누군가?? 처음보는 소년인데...
킨: 실은, 이 소년때문에 늦었습니다. 이 소년이 제 차를 엉망으로 만들었거든요. 그것도 이번에 은퇴하면서 산 람보를기니를 말입니다... 때문에 이 소년을 유나이티드와 계약하려고 데려왔습니다. 이 소년은 분명히 제게 어떻게든 배상을 하겠다고 했고, 이 소년에게 람보르기니를 다시 살만한 재정적 능력이 없어보이는 관계로 정식 선수로 계약하고 신임감독 로이 킨에게 충성을 다할것입니다.
길단장은 어이없다는 듯 킨과 소년을 차례로 쳐다본다. 그러더니 다시 조용히 말을 꺼낸다. 소년도 어이없다는 미소로 킨을 쳐다본다. '노예계약을 하러 온것도 아닌데'라는 표정이다.
길: 못본새에 유머가 많이 늘었구만... 그라운드에서도 락커룸에서도 그렇게나 엄격했던 자네가 말일세... 진짜 저 소년을 데려온 이유가 뭔가?
킨: 거짓말이나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나는 이 소년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당장 둘이서 함께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싶습니다. 이 소년은 세계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을 갖추고있습니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전 알수있습니다. 설마 평생을 축구에 몸바치면서 숱한 뛰어난 선수들을 보아온 제 눈을 의심하는건 아니시겠죠? 농담하는게 아닙니다. 이 친구의 계약서도 당장 작성해주시죠.
길: 이봐, 그래도 아직은 성인이 아닌듯한데 부모와 상의도 해야하고... 아, 물론 자네의 눈을 의심한다는 소리는 아닐세! 자네가 추천하는 선수이니 당연히 우리에게 득이되는 선수가 되겠지. 하지만 이렇게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네...
킨은 다짜고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낸다. 그리고는 부모에게 전화하라고 한다. 소년은 난처해 하지만 전화를 건다. 국제전화인데-_-;; 어차피 킨은 벌만큼 벌지 않았는가. 소년은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한다. 평소 꽤나 보수적인 아버지이지만 얼떨곁에 1시간여를 밀고 당기고 하더니 결국 허락하시고 만다. 하지만, 최고의 선수가 된다는 조건하에서다. 그렇게 이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고 황당한 계약이 체결되었다. 입단테스트는 물론 가족과 구단측의 공식적은 만남도 없이... 주급 500파운드의 값싼[?] 계약이다.
길: 그나저나, 자네 이름이뭔가?? 동양계인듯한데, 아까 전화할때 하던 언어도 그렇고... 어느나라에서 왔나?
소년: 제 이름은 이주우입니다. 아시아의 작은나라 한국에서 유학왔습니다. 유나이티드 팬입니다.
킨: 이젠 아니지, 자넨 유나이티드의 선수야.
길: 좋네, 이제 자네는 향후 1~2년간 유스팀에서 실력을 키울꺼야. 그뒤엔 리저브팀이나 운이좋으면 퍼스트팀으로 승격되겠지.
킨: 단장님, 선수에대한 권한은 제게 있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저는 되도록이면 빨리 이주우군을 퍼스트팀에 데뷔시키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1년은 늦어요. 1~2개월만 유스팀에서 다듬으면 될겁니다. 이놈은 충분히 퍼스트팀의 일정과 훈련을 소화해낼거에요. 그리고 저는 이 친구를 3주뒤에 있을 아스톤빌라와의 칼링컵경기에 출전시킬겁니다.
길: 음... 좋네! 어차피 칼링컵은 어린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할 생각이니까... 오늘로 정식적으로 감독이 된 이상 팀에대한 전권은 모두 자네에게 있네. 부디 팀을 위기에서 구해주게나. 그리고 호언장담했던 대로 이주우군도 최고의 선수로 키워주고...
킨: 알겠습니다. 맡겨만주십시오!
2006년 12월 11일, BBC뉴스 스포츠소식
앵커: 최근 위기를 맞고있는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차기감독 로이킨과 공식적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오랫동안 앵커의 멘트가 계속된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길단장과 악수를 하는 킨의 모습이 보이고 마지막엔 킨과의 인터뷰가 나온다. 킨에 관련한 장장 4~5분간의 뉴스가 끝나고 마지막에 짧게 언급되는 한마디
앵커: 또한 맨체스터는 로이 킨의 추천으로 17세 동양인 소년과 정식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축구팬중에 앵커의 마지막 멘트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중 단 한명도 유스계약이 아닌 정식계약이란 점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그저 입단테스트를 거친 새로운 어린선수이려니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아무도 그 소년이 3주후에 충격적인 퍼스트팀 데뷔를 치룰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그의 고향인 한국에서도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한국인 선수가 탄생했다는 점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심지어 보도는 2주나 늦었다. 몇몇 축구팬들은 관심을 나타냈으나 한국에서도 정식적으로 축구를 하지 않았던 선수이기에 그 소식은 하루가 지나자 잠잠해졌다.
그리고 3주가 지났다.
그날이왔다.
아스톤빌라와의 칼링컵경기이자 이주우로써도, 로이 킨으로써도 절대 잊지못할 그날이왔다
두번째입니다. 하루에 두개나 썼네요-_-;; 앞으로도 최대한 빨리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첫댓글 브라보 레드데블스
빙고 주우!!
2006년 에서 2002년으로 바꼇어요;;.
너무재밌네ㅎ 나이도 나랑같은 90년생ㅋ
only님 지적감사드려요, 다른분들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오 마무리 '그날이 왔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