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의 이름을 자신의 본관으로 삼아 성씨를 만든 사람이 있다. 영도 하씨의 시조인 하일씨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영도 사랑의 마음을 들었다.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는 지난 1997년 하일로 이름을 바꾸었다. 하씨는 "성을 하(河)로 정하게 된 것은 자신이 지난 92년부터 97년까지 살았던 영도구 청학동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다로 둘러싸인 영도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있던 그가 물 하 자를 성으로 선택한 것. 일 자는 자신이 본관을 영도로 하는 영도 하씨의 시조로 가장 처음이라는 숫자 1의 발음에서 따 왔다. 하일이란 이름은 자신의 미국 이름이었던 로버트 할리와 발음이 비슷하기도 하다.
그는 "지난 97년에 귀화하면서 귀화신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할 때 한국 이름이 필요해 짓게 됐다"며 이름을 바꾸는 것에 대해 아내 명현숙씨도 대 찬성이었다고. 하씨는 "아내가 저를 많이 사랑하니까 한국 사람으로 귀화하며 이름도 바꾼다고 생각하는 듯했다"며 "일종의 사랑의 표현 아니겠냐"며 웃었다.
그는 한국 이름을 갖고 나서는 어디서든 영도 하씨 시조라고 자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하씨가 신혼집을 차린 곳은 아내의 친정이 있는 진해와 부산 가운데인 경남 용원. 그러다 직장이 있던 중앙동과 가까운 가까운 영도로 이사를 왔단다.
하씨는 영도 토박이처럼 영도에 관한 설화를 말해줬다. 영도 봉래산 산신은 여성으로 '봉래산 할매'라고 불린다. 이 산신은 영도로 이사를 들어오는 사람들은 이쁘게 봐 하는 일마다 잘 되게 해주고 성공하게 도와준단다. 하지만 영도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 그 복을 앗아간다고. 더 재미있는 것은 옮긴 장소에서 봉래산이 보이면 화를 입고 아예 멀리 떠나 산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면 그렇지 않단다.
하씨는 "저는 서울에 있고 광주, 전주에 왔다갔다 하니까 아직 할매가 이뻐하는거 같애예"라며 웃었다. "거(영도)서 오래 살면서 방송도 시작하고 여러모로 좋은 일 많았지예. 다 봉래산 할매가 도와주셔서 그랬다 생각합니더"라며 정감있는 부산 사투리로 영도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문제는 모든 신분 증명 문서와 카드. 신용카드, 은행 통장,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 등 모든 카드의 소유주를 로버트 할리에서 하일로 바꾸느라 고생했단다. 게다가 그는 이민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국제변호사로 미국을 자주 방문했어야 했다. 그런데 귀화할 때 영사들이 한국으로 귀화하면 나중에 미국 비자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그에게 충고했었단다. 하지만 정작 귀화후 비자신청하러 가서는 간단하게 받았다고. 개명후 특별히 어색한 것은 없었다. 단지 사람들이 사인해 달라고 할 때 하일이라고 써야 하나, 로버트 할리라고 써야하나 고민된 적은 있었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씨는 "영도는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며 "매일 봉래산 꼭대기까지 운동삼아 등산하면서 점점 영도의 경치에 빠져들었다"며 영도를 그리워했다. 그는 귀화하고 나니 주위분들이 더욱 좋아해주는 느낌을 받아 항상 마음이 푸근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서울 여의도에 살고 있고 여전히 부산도 자주 온단다.
현재는 전라도 광주외국인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좋은 일들을 갚아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국제신문 [출처] 하일(로버트 할리), 영도 하씨 였네?|작성자 뺑기자 |
첫댓글 Robert Holley님의 귀품있으신 모습
감사히 보게 됩니다
늘뫼 시인님 덕분에요
한국을 사랑하는 그 분!
존경스럽습니다
늘뫼 시인님처럼요~
반가워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