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60대 후반의 송 모라는 3천억 원대의 재력가가 피살되었다. 범인은 새민련 출신의 김형식이라는 서울시 의원과 10년 친구 팽 모라는 친구였다. 송 씨를 살해한 범인은 김형식의 사주에 의해 살인을 했다고 자백했다. 김형식은 살인교사범이 되었다. 죽은 자는 원래 말이 없다. 하지만 고인이 된 송 씨는 매일기록부라는 금전출납부를 남겼다. 송 씨는 그 장부를 치부책이라고 주변에 알리고 다녔다. 비밀은 그 장부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다. 송 씨가 기록으로 남긴 일기 형식의 매일기록부는 판도라의 상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세상이 깜짝 놀랄 각본 없는 드라마 한편이 공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판도라의 상자는 현재 검찰의 손에 넘어가 있다.
김형식은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태연한 척 한다. 김형식은 송 씨를 직접 살인하지 않았다. 살인교사를 했을 뿐이었다. 살인교사란 형법상 공범의 일종으로 특정인을 통해 타인을 죽이도록 시키는 일이다. 특히 자연사에 의한 죽음이 아니고 청부살인에 의해 죽음을 당했을 때는 범인의 자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마련이고 송 씨 주변인의 증언과 정황들이 증거보다 더 진실일 경우가 많다. 새민련 김형식 시의원은 살인교사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자리에서도 태연하게 웃으면서 조사에 응했다고 하여 그에게 표를 던져준 강서구민의 분노를 자아내게 까지 했다고 하니 인면수심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범인이 자백했고 주변에는 정황증거들이 무성하니 김형식이 아무리 태연한 척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이 사건에서 세인을 놀하게 한 것은 룸살롱 향응 접대비로 사용되었다는 금액이 7천만 원이라고 한다.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룸살롱 술값 비용을 태연작약하게 밝히는 김형식의 그 뻔뻔한 낯짝이 소름을 돋게 만든다. 김형식이 받았다는 5억 2천만 원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다. 이만 한 돈으로 청부살인을 했다는 동기가 부터가 석연치 않다.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무엇인가 더 큰 것이 아련 거리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치권이라고 하면 여의도의 주변만 살펴본다. 하지만 여의도는 보스 급이 뛰어 노는 본사라면 소두목 급이 노는 지사급인 시의회와 구의회는 전국 처처(處處)에 널려있다. 항간에는 구의원은 시의원의 밥이고 시의원은 그 지역 국회의원의 집사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된다. 만약 이들 사이에 먹이사슬이 얽혀 있다면 매우 촘촘하게 얽혀있을 것이다.
지방선거는 한 달 전에 이미 끝났지만 당선된 구의원이나 시의원의 이름은 일반 시민들의 뇌리에선 벌써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져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한 달 새 지역의 구의원이나 시의원의 이름조차 생각이 나지 않아 가물거리는 사이, 그들은 지역에서 토호세력의 호위를 받으며 지역의 권력자로서 세도를 톡톡히 누리고 있을 것이다. 일반 주민들은 구의원들이 구의회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시의원이나 도의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가뭄에 콩 나듯 보도되는 언론을 통해서만 어렴풋이 알 뿐이다. 하지만 언론 탓만 할 수도 없다. 언론사들은 경영상 그 많은 구의회나 광역의회에 일일이 기자를 파견하여 취재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이른바 감시가 느슨한 사각지대가 바로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라는 뜻이고 그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지는 일반일들이 잘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감시의 눈길과 통제의 기능이 못 미치는 사각지대에는 비리와 부패가 들끓는 구덩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김형식은 운동권 출신으로 전형적인 좌파정치인이다. 김형식은 그 지역구의 국회의원인 새민련 신기남 의원의 비서를 지냈고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처음 출마했을 당시에는 박원순 후보의 기획위원도 지냈다. 김형식이 서울시 의회의 노란 자위에 해당되었던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을 4년간이나 지냈으니 틀림없이 김형식 뒤에는 모종의 백그라운드의 힘이 작용했을 것이다. 다른 시의원들이 한 번도 들어가기도 어렵다는 그 좋은 위원회에 어째서 4년간이나 있었겠는가, 김형식의 뒤에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은 언론으로부터 늘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 되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은 국회의원보다 훨씬 자유롭다. 김형식은 송 씨뿐만 아니라 철도공사 납품업체로 부터도 수천만 원을 받았다. 얼굴에는 진보라는 가면을 쓴 채, 지역구민들을 만날 때면 자신은 늘 서민인 척했을 것이나, 가면 뒤에서는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엄청난 식탐을 마음껏 누렸다. 문제는 지금까지 나타난 범죄의 일부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는데 있다. 5억 2천만 원이 흘러간 물길을 찾다보면 누군가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이 발견 될 것이다. 죽은 송 씨의 치부책에는 결정적인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김형식의 사건이 공개된 이후, 그를 공천했던 새민련에서는 송구하다고 하는 단 한 번의 언급이 있었을 뿐, 뒤이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는 후속 내용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다. 김형식이 새민련을 탈당했다고 해서 김형식의 원적이 변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새민련의 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으니 엄연히 새민련의 사람인 것이다. 김형식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지금 이 시간에도 지역에서는 토호세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이 서로 어울려 벌이는 기막힌 쇼는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저들이 벌이는 부패와 비리의 버라이어티 쇼는 관피아마저도 울고 갈 정도일지도 모른다. 상류가 썩으면 하부도 썩게 마련이다. 이들의 폐부를 파헤치다 보면 높게는 여의도 정치권에서부터 밑으로는 기초의회까지 성한 데가 단 한 군데도 없을 것으로 보여 진다. 정치권 곳곳이 썩어도 더럽게 썩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따라서 검찰은 송 씨의 치부책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국민은 치부책의 상세한 내용을 매우 알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