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 올드트래포드
Holy Place - Old Trafford
-THIRD STORY-
2006년 12월 23일 BBC뉴스 스포츠소식
지난 11일, 신임감독 로이 킨이 정식 취임한지 3시간만에 홈에서 킨의 감독데뷔전을 가졌던 유나이티드가 방금 끝난 풀햄전까지 내리 3경기 연속 승리하며 순항하고 있습니다. 에버튼과 뉴캐슬이 오늘 경기에 패함에 따라 유나이티드는 리그 4위로 2계단 뛰어올랐습니다.
한편, 유나이티드는 다가오는 26일 화요일, 아스톤빌라와의 칼링컵경기를 앞두고있습니다.
2006년 12월 26일 라커룸, 그리고 벤치
난 이주우, 3주전에 입단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퍼스트팀 훈련에 참가했다. 퀘이로즈 코치님은 내가 아주 훌륭한 선수가 될거라고 격려해주셨다. 그리고 나는 나의 퍼스티팀 데뷔전이 될 빌라전을 앞두고 있다. 교체출전이겠지만...
원래 경기를 앞두고는 모두가 조용한 것인지 아니면 나때문에 다들 어색해 하는건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오늘 경기를 치룰 스쿼드에서 주전급 선수는 스미스와 사하뿐이다. 둘다 나에게 친절하다. 스타팅멤버 11명은 경기장에 입장한다. 나는 벤치로 향한다.
빌라는 주전선수들로 경기에 임하나보다. 앙헬과 바셀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경기는 시작됬다. 벤치에서 보는 경기는 관중석에서 보는 경기보다 박진감이 넘치고 스피디하다. 나도 곧 저렇게 경기를 할거라는 생각을 하니 흥분된다... 15분쯤 됬을까? 빌라의 완벽한 2:1패스에 스펙터와 피케의 수비라인이 단숨에 무너진다. 앙헬의 득점...
그뒤에 우리는 몇번 반격을 시도했지만 효율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종료가 가까워지자 중원을 빼았긴 우리는 당황하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슛팅기회를 주었다. 골키퍼 스틸의 선방이 없었다면 3점은 더 먹혔을꺼다.
2006년 12월 26일 올드트래포드의 벤치
나는 오늘 경기에 앞서서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다. 내가 취임하고 3연승을 거두고 있는지라 나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듯했다. 사하와 스미스 외엔 2군으로 임하는 경기이지만 쉽게 승리를 따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나는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요구했으나 중원을 빼았긴 우리는 질질 끌려다니기만 했다. 1점밖에 실점하지 않은게 오히려 다행일 정도다. 그리고 맞은 하프타임... 감독이 된 이후로 처음맞는 패배위기라 그런지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속이 텅 빈듯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임시 방편에 불과한 전술과 지시사항만을 내린채 후반전이 시작했다. 다행히도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에 들어서 서서히 자신이 할 일을 찾아가는듯 했다. 경기는 대등해졌다. 역전할 수 있다!!!
몇번의 슛팅이 오가고 71분 나는 드디어 두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사실 나는 이주우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그가 어디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 우리는 득점이 터지지 않고있고, 때문에 나는 그를 사하와 교체시켰다. 그리고 오른쪽에 이글스 대신 플레쳐를 투입시켰다. 관중석이 술렁댄다. 처음보는 선수여서 그럴것이다. 난 그를 믿는다...
우리 선수 모두를 믿는다!
2006년 12월 26일 올드트래포드의 그라운드
71분, 나는 사하와 교체되어 투입됬다. 우리편 서포터들이지만 나에게 보내는 시선이 따가운것을 느낄 수 있다. 사하는 득점엔 실패했지만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지금 21번을 달고 출전한 나는 그들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나는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나에게 좀처럼 공을 주지않는다. 믿지 못한다는건가? 조금은 서럽기도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원래 조금 소심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자꾸 눈물이나려고 한다. 힘들다. 괜히 계약을 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래도 일단 그라운드에 들어온 이상 최선을 다해볼 수 밖에...
그때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줬던 스미스가 다가왔다.
스미스: 괜찮아, 힘내라구... 나도 처음 리즈에서 퍼스트팀에 데뷔했을땐 그랬어. 소외된 느낌이었지. 니 마음 잘 알아. 처음엔 다 그런거니까 기죽지 말라고.
그냥 있는 그대로 경기를 즐겨!
그렇다, 나는 축구선수다. 왜 바보같이 눈물이 나려했는지... 나는 공을 달라고 소리도 쳐보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점점 나에게도 공이왔다. 그리고 기회가왔다. 쥐세페 로시가 페널티킥을 얻어낸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감독은 내게 PK를 지시했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다리가 떨린다. 처음 내가 킨과 만났을때처럼 차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축구할때처럼... 시간이 10배는 느리게 가는것 같다. 관중의 함성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주위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골대와 앞에 서있는 골키퍼뿐... 힘차게 도움닫기를 하고 나는 공을찼다. 잘 맞았다. 분명히!
"탕!"
나는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었다. 분명히 잘 찼다고 생각했는데... 신은 무심하시게도 내게 쉽사리 성공을 보장하지 않으셨다. 골포스트를 맞은 공은 튕겨나갔고 빌라의 수비수는 놓치지않고 걷어냈다. 절망적이었다. 관중의 야유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우리팀의 마지막 기회였을텐데... 8강까지 용케 올라왔지만 우리팀은 여기서 이대로 떨어지나보다...
나 하나때문에 팀 전체의 분위기가 죽었다. 단지 주장으로 출전한 스미스가 선수들을 타이르고 이것저것 지시할뿐... 좀처럼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지 않자 스미스가 직접 몇번의 돌파와 중거리슛을 날려본다. 단 5분이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충분하다. 우린 전력으로 공격에 임했다.
인저리 타임에 나는 두번째 기회를 맞았다. 플레쳐의 크로스는 정확히 나에게 날아왔다. 나는 모든것을 볼 수가 있었다. 공이 그의 발을 떠나 나에게 날아오는 그 모든과정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뛰어올랐다. 어제 한건 해보겠다고 밤늦게까지 죽도록 연습한 시저스킥을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실패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골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페널티킥을 찰 때와는 다른 흥분이었다. 공이 내발에 맞았다. 단지 맞기만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나는 있는힘, 없는힘 끝까지 끌어모아 골대 구석으로 밀었다. 덕분에 내 자세가 기울었는지 나는 머리부터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머리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잔디임에도 충격이 상당했다. 어지러웠다. 그 와중에도 난 힘겹게 눈을떴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캄캄한 세상에서 내가 눈을떳을때 우리 편 선수들 모두가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공은 골대구석에 들어가있었다. 관중들의 환호가 귀에 들려왔다. 그리고 힘겹게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눈이 스르르감겼다.
아마도 난 실려가겠지....
하지만 난 이제 슈퍼스타야!!!!
쓰다보면 너무 길어지네요-_-;;; 지루하셨겠지만 읽어주신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첫댓글 아뇨!! 재미있어요!! 주우!! 맨유의 차세대 아이콘이 되어라!!
비즈 님의 말이 100%옳쏘!!
Zizone!!
지루하긴요!너무 재미씀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