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이루어 높은 경지에 이르면 모든 것에서 벗어난 해탈을 누리게 된다. 거기에는 일체 욕망과 집착이 사라져 버린다. (법구경)
육조단경(六祖壇經)을 보면 혜능스님이 오조(五祖) 홍인대사에게 의발을 전수받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홍인대사가 어느 날 제자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각자 게송을 한 수씩 지어 내도록했다. 만약 깨달음의 대의를 파악하는 자가 나온다면 법통을 물려주겠다는 뜻이었다.
당시 상좌(上座)로 있던 신수는 밤중에 몰래 다음과 같은 게송을 벽에 써붙였다. "몸은 깨달음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바탕일세. 때때로 털고 부지런히 닦아서 먼지 끼거나 때 묻지 않도록 하세."
홍인대사는 이 게송을 보고 신수를 불러 그가 아직 제 본성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으니 다시 게송 한 수를 지어가지고 오라고 하였다. 신수는 며칠이 지나도록 게송을 짓지 못하였다.
곳간에서 절구질이나 하던 혜능은 글자를 모르는지라 글자를 아는 수행자의 도움을 빌어 이 게송을 들어 뜻을 파악하고는 다시 그 수행자의 도움을 빌어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게송을 써붙였다.
"깨달음에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틀이 아닐세.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느 곳에서 먼지 끼고 때가 일까?"
게송을 읽은 대중들이 모두 놀라 탄식하고 의아해 하며 서로 말하기를 '기이한 일이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알 수 없구나. 얼마나 오랫동안 육신보살(肉身菩薩)을 부렸던가' 하였다.
홍인대사는 대중들이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는 것을 보고 누가 해칠까 염려하여 신발로 그 게송을 문질러 없애고 '이것 역시 성품을 보지 못한 글이다' 하니 대중들이 모두 의심을 쉬게되었다.
다음날 홍인대사는 가만히 방앗간에 와서 혜능이 허리에 돌을 달고 방아찧는 것을 보셨다. "도를 구하는 사람이 법을 위해 몸을 저버리는 것(爲法忘軀)이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하리라. 쌀이 익었느냐?"
"쌀이 익은지 이미 오래이오나 아직 키질을 못했습니다."
홍인대사는 주장자로 방아를 세번 내리치시고 돌아가셨다. 혜능은 곧 조사의 뜻을 알아차리고, 그날밤 삼경에 방장실로 들어가니 홍인대사는 가사로 둘레를 막아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고는 금강경을 설하여 주셨는데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는 구절에 이르러 혜능이 크게 깨닫고 모든 만법이 자기의 성품을 떠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홍인대사에게 말씀드렸다. "자성이 어찌 본래 스스로 깨끗함을 알았으리까? 자성이 어찌 본래 생멸하지 않음을 알았으리까? 자성이 어찌 본래 스스로 갖추어짐을 알았으리까? 자성이 어찌 본래 스스로 흔들림없음을 알았으리까? 자성이 어찌 능히 만법을 내는 줄 알았으리까?"
홍인대사는 혜능이 성품을 깨달았음을 아시고 곧 대장부·인천의 스승이라고 말씀하셨다. 삼경에 법을 받으니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하여 돈교(頓敎)와 가사와 발우를 전하시면서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6대조가 되었으니 잘 보호하고 지켜서 널리 중생을 제도하여 앞으로 끊어짐이 없도록 하라."
일자무식 나뭇꾼이었던 혜능스님도 깨달음을 얻어 큰 도인이 되었습니다. 어찌 우리인들 깨달음을 얻지 못하리오? 간절하게 법을 구하면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일대사인연을 깨치는 기연을 얻으소서!
편양언기 선사는 노래합니다. "구름 가엔 천겹으로 쌓인 봉우리 솟아있고 밖에는 개울 물소리 요란하게 흐른다. 만약 장맛비가 아니었다면 어찌 비 개인 맑은 하늘을 알았으리오."
첫댓글 갑진년 새해벽두 큰스님의 귀한 법문 마음에 깊이 새기기를 소망합니다.
더욱 평강하소서. 空印 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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