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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삶
오전 4시 30분
새벽 기상하여 일기 치는데- 기침이 나온다. 감기가 오려나! 이러면 안 되는데--
어젯밤 세차게 천둥 번개와 같이 소낙비 쏟아지더니 지금은 멈추었다
용각산 한수저 입속에 털어 넣으니 갈아 앉는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꿀 한잔 타서 마신다.
나만의 귀한 시간이다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누구 간섭도 없고 -
내 마음 가는 대로 거미줄처럼 손이 자판의 글을 두드린다
최근 들어 이가 아프고 괴롭다 어금니는 2개가 없다. 몇 년 전부터 아파서 뺐다.
아랫니 임플란트 2대 해 박고 -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입안에서 지하철 공사하듯이 드릴 갈리는 소리 이건 탱크 굴러가는 소리, 조그만 입안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몇 달간 아주 고생 고생하고- 겨우 살아나다. 그런데 요즘 들어 또 데모하네
무장공비 넘어오듯이 심심하면 못살게 괴롭힌다. 아랫니 이빨 속에 음식물이 끼고 - 특히 나물 먹고 나면 그렇다 견디다 못해 아내에게 보이니 아~ 입 크게 - 무슨 치과 의사처럼 -
그런데 이빨이 구멍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충주 윤세섭 치과 병원 예약하고 달려가고 -
어~ 며칠 수리 공사하는구나! 하였는데 -30분도 안되어 다 되었다고 한다. 언제 올가요? 하니 다 되었단다 구멍 난 부분을 때웠다고 한다.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학교 운동장 바닥 부실공사로 인하여 비만 오면 빗물 고이듯이 -
치과 병원 가고 싶지 않은데-자주 가게 된다.
아프면 나도 모르게 병원을 찿게 된다.
살면서 다 그런 거 아닌가 싶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병마는 찿아 온다.
병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아침마다 먹는 약들- 당뇨약 혈압약 이가탄 아내가 보건소에서 타 온 치매예방약. 비타민들 7~8개의 알약을 보약 마시듯 날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는다
약으로 인하여 평균수명이 10년은 늘어났다고 하는 말이 과언이 아닌 듯싶다
그래도 지금까지 큰 수술 한번 없이 살아온 것이 감사하다 허긴 치질 수술을 한번 하였다.
멀쩡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 인생 마라톤에서 밀려나 땅속으로 숨는다 간다는 예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부고장이 뜬다.
고교 동창생 401명 졸업생 중 50여 명이 먼저 사라졌다
20대 암으로 죽어간 친구도 있고 더러는 교통사고로 죽고 -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평균수명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80세 넘는 사람은 30%라고 한다
지금 절친 하나가 강원도 동해에 가서 요양 중이다. 마음이 아프다
그 친구 양평에 귀촌하여 살 때 찿아가서 일박~ 귀촌 실습하고 나서 여기 노은 내려왔는데-
그 친구 동부인하여 우리 집에도 놀러오고 -
내가 착하게 살아서 이렇게 좋은 집 거저 샀다. 하며 좋아하던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날은 노은면 소재지에 와서 나오라 하여 오토바이 타고 달려가서 만났고 -
(예고도 없이 양평에서 노은 면 까지 차를 몰고 왔다)
시간이 없어 우리 집까지는 갈 수 없고 점심이나 먹 자하여 중국집 가서 먹고
자기 손녀가 읽었던 책이라 하며 한짐 주고 갔다. 지금도 손주들 4명이 요긴하게 보고 있다 집에 돌아와 책을 꺼내다가 편지를 발견하다
어디서 공돈이 들어와 너와 나눠 쓰려고 한다 화내지 말고 필요한데 사용해라 --
현금 5만 원 권 빳다로시(새돈) 10장이 들어있었다
각박하고 이 험한 세상에서 이런 우정을 가진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
내가 고작 한다는 일은 여름철 복숭아 한 상자 택배로 보내는 일이 전부다
양평에서 서울 딸 집으로 이사 가고 -
주소도 모르고 전화도 안 받고 - 숨어 살다가 겨우 겨우 통화하니
동해에 내려와 요양 중이다.
야! 인마 나 아직 안 죽었어- 보안관 생활 잘하지?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
눈물이 났다
울 수도 없고 억지 헛웃음 치다
여름방학 때 놀러 오라 한다
그 편지 어디다 두었는지 -
생각이 안 난다.
돈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
모든 것은 지나간다.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
어제 김영덕 장로님(85세) 하관식 참석하여 장례지도사 모습을 보았다
아~ 나도 죽으면 저런 절차를 따라 땅속으로 가는구나!
자식들이 뭘 알까? 나도 모르는데- 보험을 하나 들어야겠구나 싶었다
얼마나 들까? 사람이 죽어도 장례비용이 많이들 것이다
아침이 밝아온다 비가 그치고 수탉은 오늘도 어김없이 꼬끼오 제 할 일을 하는구나!
새벽 5시 15분 2019년 6월 9일 오늘 하루가 열린다 오늘도 좋은 아침 파이팅!
32. 아내의 낙서
어제 지나간 일기장 보다가
일기장 속에 풀로 붙여진 글 한 장 발견하다.
아내의 글이다
아들이 군 입대 후 보내온 옷을 보고 적은 글이다
그 당시 이런 글을 적었나? 기억이 안 나는데-
새삼 아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메모지에 적힌 글이다
모든 엄마의 마음이다
제목 아들
불러보기만 해도 짠한 내 아들. 민철아!
엄마다
여기저기에 들려오는 네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정말 너를 만나는 것 같았어.
처음 편지를 받고, 너의 옷들을 받고, 너의 냄새를 맡으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과 감사함에 보고 싶음에 대견함에
엄마는 울었지.
강한 훈련 속에서도 잘 견디니 고맙다.
잠꾸러기 게으름쟁이의 버릇들이 잘 고쳐지고 있겠네.
아침마다 일어나라 일어나 달리다 꿈.
야 이놈아!
급기야는 욕까지?
아들 사랑한다. 그리고 엄마는 널 위해 기도한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기도와 간구에 힘쓰며
기도 외는 다른 유가 없나니!
엄마는 너를 보내며 이 말씀에 위로를 받았다
100일 휴가 올 때
더욱 성숙해진 너를 기다리며
무지무지 사랑하는 엄마
33. 가족 (7남매)
몇 년 전 산소 벌초 때의 일이다
추석이 임박
7남매 중 6남매가 산소에 모여서
벌초를 하는데--
다섯 살 손자가 하는 말이 -
(지금은 8살 1학년)
똑같은 할아버지가 많네-
어린 손자가 볼 때
할아버지 닮은
형님과 동생이 같아 보이나 보다
어린아이 눈이 정확하다
맞는다
한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으니
똑같아 보인다.
나는 셋째
큰 형님은 나보다 9세 높다
막내는 나보다 15세 아래다
아내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당신 요즘 모습이
형님들 닮아가네-
머리 벗어지는 것
걸음걸이 하며 -
뒷모습 하며 -
큰 형님은 82세
작은형은 79세
위로 누나
아래로 여동생 죽고
7남매 아직 건재한다
큰 형님은 회갑 잔치하고
둘째 형님은 7 순 잔치하고
나는 생략하다
(여유가 없어 생각도 못하고 -)
다음 주 동생 부인(제수)
육순이다
축하한다고 문자나 보내야지
아내가 하는 말이 눈물겹다
당신 8 순 잔치해줄게-
아침 식사하다가 마주 보며
서로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 만나
42년이 되었구나!
고운 정 미운 정들어
잠시 안 보이면 어디에 갔는지 궁금하다.
옷 하나 제대로 사준 적이 없다
자가용도 없이 한평생
큰 차만 타고 다녔다
70 넘으면 머리 염색하지 말라
했는데 줄기차게 한다
나는 염색을 안 해도
반백이라 훈장처럼 멋져 보인다
내가 8 순되려면 7 년 후다
큰형은 89세 작은형은 86세가 된다.
그때까지 살아있으려나!
1년에 두 번 기일 때 만나서
추모 예배드리면서
만나는 형제자매들
벌초는 주로 내가 한다
산소가 가깝다
예초기 돌리는 일도 힘들다
막내가 내일 모래 환갑이 된다
세월 한번 빠르네
조카들도 50세가 넘고
서서히 해가 기운다.
그래도 힘든 시절
허리띠 동여매고
고생을 고생이라 하지 않고
모두 모두 열심히 살았다
7남매 부부
모두 살아있어서
눈물이 난다
고맙다
사는 날까지
모두 건강하게 살아요
감사합니다.
형님 동생들
우리 모두 파이팅~
34. 소통
군대 시절
20대 초반 이야기
제대 날자가 얼마 안 남은 시기
공군 L준위님-
159기 동기생
제대를 축하한다며
소주 한잔씩 부어주신다.
양광근 남진우 나 -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예화를 하나 소개하였는데 지금도 귀감이 된다.
회식자리에서 군 상사가 일병에게
내무반에 가서 무얼 가지고 오라 했는데
일병은
분부대로 무엇인가 가지고 왔다
상사가 그거 아니다 야단을 막치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상병 병장은
일병이 가지고 온 물건이 맞는데-
하사는 좀 틀린 거 같다 아리송하고
중사는 틀리다는 것을 알았다
상사가 되어야 이해한다는 이야기
지금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내가 장가를 들고 부모가 되어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그런 거 같다
손주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그 말씀이 더욱 생각난다.
35. 성폭행
나는 닭을 키운다
지난 4/2 부화한 병아리
7마리 중 1마리 고양이가 물어가고
6마리 살아있다
3마리 암놈이고
수놈도 3마리다
태어날 때부터 소아마비 1마리
암놈이다
닭장 앞에 울타리 치고
운동장을 만들어 주고
사료도 주고 풀도 주고 물도 주고 -
다들 문을 열면 나와서 논다
그런데-
소아마비 닭은 닭장 안에서 직감 본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여
잘 자라지도 못하고 -
동료들과 어울리지도 못한다
하도 답답하여
닭장 깊은 곳에 있어서
녀석 갈고리로 꺼내서
운동장에 내놓고
눈앞에 사료 주고
풀도 준다.
그러면 열심히 먹어댄다
그런데 --
수놈들이 수시로 올라탄다.
낮은 포복으로 숨으려 든다.
숨을 곳도 없는데-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싶다
이거 성폭행이 아닌가?
아픈 놈 병든 놈을 이래도 되는가 싶다
동물의 세계는 법이 없다
힘 있는 놈이 왕이다.
첫댓글 므진글
감사합니다.
강원도 동해에서 요양중이시던 역도산님의 진정한 친구분께서는 강건하시지요?
사모님의 메모글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두번째 읽는 글이지만.......
47년전 저가 군에 입대하고 집으로 보낸 옷과 운동화를 끌어 안고 우셨다던 내 어머니....
제 아내 역시 형보다 먼저 자원 입대한 작은 아들의 옷을 만지며 울었었지요....
화이팅 입니다! 역도산님~~
감사합니다
친구는 지난달 요양포기하고 서울로 올라갔읍니다
췌장암인데 - 항암치료 포기하고 하늘에 맡긴 상황입니다
생각하면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작년 12월 29일인가?
미국가서 사는 친구 귀국하기전 동서울 터미널에서
함게 만나고 - 건대 먹자골목에서 점심식사하고
동서울에서 오후 3시20분 고속버스로 충주로 내려오고
그친구는 동해로 오후 3시 30분 차로 가고 -
그이후 서울 딸집으로 갔는데-
전화하기가 두렵고 -
부인과 카톡 주고 받습니다
전화하기가 두렵습니다
생명은 사람의 영역이 아닌듯 합니다
가금 기도하며 지냅니다
미국에 간 아들은 5월 졸업하고 7월에 귀국합니다
살아있읍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