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더운 하짓날 오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법사위 생방송을 잠깐 보게 되었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군인과 관련자들을 노려보는 국회의원들의 시선은 사뭇 살벌하더군요.
질문은 날카로운데 답변이 두리뭉실하게 이어지니 법을 강조하는 의원님들은 기가 믹한다는 표정이더군요.
말이나 행동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를 흔히 ‘두리뭉실하다’ 또는 ‘두리뭉술하다’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이 말들은 ‘두루뭉수리’에서 비롯하였거든요.
‘두루’라는 말은 “빠짐없이 골고루”라는 뜻이고, ‘뭉수리’는 “모가 나지 않음”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두루뭉수리’라고 하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또렷하지 않은 모양”을 가리키지요.
“구렁이 담 넘어가듯 두루뭉수리로 넘기면 안 된다.”처럼 씁니다.
이 ‘두루뭉수리’를 줄여서 ‘두루뭉술’이라고 하기 때문에,
‘두리뭉실하다’나 ‘두리뭉술하다’가 아니라, ‘두루뭉술하다’고 해야 합니다.
이 ‘두루뭉수리’와 비슷한 경우로,
말이나 행동을 적당히 살짝 넘기는 것을 “어물쩡 넘어간다.”고 하는데,
이때에도 ‘어물쩡’은 올바른 말이 아닙니다.
“말이나 행동을 일부러 분명하게 하지 않고 적당히 살짝 넘기는 모양”은 ‘어물쩡’이 아니라 ‘어물쩍’입니다.
어떤 일이든 두루뭉술하게 대처하거나 어물쩍 넘기게 되면,
결국은 그 일에 빠삭한 누군가에게 꼬투리를 잡히게 마련이지요.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의 거짓 답변은 법에 빠삭한 청문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밑천을 다 털립니다.
‘빠삭하다’는 말은 “어떤 일에 대해 아주 잘 알거나, 통달한 것”을 가리킬 때 쓰입니다.
“마른 잎이나 종이를 가볍게 밟을 때 나는 소리”를 ‘바삭 바삭’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보다 센 소리가 ‘빠삭’이잖아요.
그래서 ‘빠삭하다’고 하면, 아주 작은 소리도 알아차릴 정도로 세세한 것까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는 방송에 빠삭하다.”, “이분은 부동산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꿰고 있다.”처럼 씁니다.
속어나 사투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말은 표준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