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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사진 오른쪽)과 손승락 선수가 지난해 12월12일 서울 수국사를 참배하며 불자로서 신행활동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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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하위팀’ 강팀으로 이끌어낸 감독과 선수
어릴때부터 사찰다니며불교 친숙한 독실한 불자
선수2014년 한국 프로야구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주목 받은 팀이 바로 넥센 히어로즈다. 넥센은 삼성에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올해 창단 첫 정규시즌 2위와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같은 넥센의 돌풍에는 염경엽 감독의 번뜩이는 용병술과 32세이브를 기록한 부동의 마무리 투수 손승락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바쁜 일정에도 틈틈이 인근 사찰을 찾아 신행활동을 이어온 염 감독과 손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불교위상을 드높인 자랑스러운 불자다.
지난해 12월12일 서울 수국사를 찾은 이들을 만나 불자로서 프로야구인으로서 새해 각오를 들어봤다. 우리말 <금강경> 특별기도 정진이 한창인 서울 은평구 외곽에 위치한 수국사 대웅전. 참나를 찾기 위한 구도열로 혹한의 추위를 녹이고 있는 불자들 사이로 넥센 돌풍의 주역 염경엽 감독과 손승락 선수가 눈에 띈다.
올해 모든 일정을 마치고 잠깐의 휴식시간을 맞아 사찰 참배에 나선 이들은 불자들과 함께 기도에 동참하며 경기로 지친 심신의 피로를 날려버렸다.
이어 수국사 주지 호산스님과의 차담을 나누며 그 동안 밀린 회포를 풀었다. “아쉽게 준우승을 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열정만큼은 대중에게 우승 못지않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호산스님의 격려에 염경엽 감독은 “스님의 성원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면서 “감독을 믿고 따라준 선수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화답했다.
손승락 선수도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올해는 못 이룬 꿈을 이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간 날 때마다 사찰을 참배하며 심신의 휴식을 찾는다”는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불교와 인연을 맺어 온 독실한 불자다.
특히 염 감독은 지난 2011년 호산스님이 양평 용문사 주지 소임을 맡을 당시부터 쌓은 친분을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다. 염 감독은 “어린 시절 신심 깊었던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고, 프로야구에 입문한 이후에도 시즌이 끝나면 해인사 등 전국 사찰을 찾아다니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면서 “우연한 기회에 용문사에서 맺은 호산스님과의 인연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스님을 찾아뵙고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만년 하위권이던 넥센을 2012년 부임 첫 해 창단 첫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어 팬들로부터 ‘염갈량’이라는 칭호가 생겼다. 이어 올해 창단 이래 처음으로 팀을 플레이오프에 직행시키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 전통 강호인 삼성을 상대로 명승부를 펼치며 명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염 감독은 평소 불교의 가르침인 하심(下心)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으로 떠올랐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선수들이 해준 것이지, 내가 한 일이 아니다”라고 자신을 낮췄다.
“평온과 냉철함을 가지기 위해서는 내 자신부터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그는 시즌 중에도 틈틈이 사찰을 찾아 인내와 기다림을 배우고 있다. 바쁜 일정에도 모범적인 신행활동을 이어가는 염 감독에게 화답하듯 호산스님도 그동안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휴식맞아 수국사 참배 호산스님과 인연이어가
아프리카 학교건립 불사동참하며 자비나눔 실천
한국시리즈 당시 삼성과 결정적으로 승부를 갈랐던 5차전 경기도 직접 관람했다. 스님은 “너무 중요한 경기라 현장에서 응원하고 싶어 구장을 찾았다”면서 “당시 8회 말까지 이기고 있어 안심하고 경기장을 나왔는데, 9회 말에 역전패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끝까지 보고 왔어야 하는 후회가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대구 출신인 손승락 선수 역시 독실한 불자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동화사, 갓바위 등 지역 사찰을 자주 다녔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시간 날 때마다 사찰을 찾았고, 염 감독의 소개로 호산스님과 인연을 맺은 후론 불교에 더욱 심취했다. 스님으로부터 받은 단주와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손 선수는 지난 9월 정규시즌 경기 중에 타자가 친 공이 손에 찬 단주를 맞춰 투수에게는 생명과 같은 팔을 지킬 수 있었다. 당시 공을 맞고 줄이 끊어져 마운드에 뿌려졌던 단주는 스님이 불자 선수들에게 주라고 염 감독에게 나눠준 것이다. 손 선수는 “타자가 친 공이 피할 새도 없이 내 몸 쪽으로 날아와 본능적으로 글러브를 댔는데 마침 손목 단주에 맞아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면서 “비록 단주를 버리긴 했지만 팔을 지킬 수 있어 스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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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국사 주지 호산스님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염경엽 감독과 손승락 선수가 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새해각오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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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염 감독과 손 선수는 12월22일 열린 공익법인 아름다운 동행과 불교지도자 네트워크 불교포럼이 주최하는 후원의 밤 행사에도 동참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보리가람 농업기술고등학교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로 넥센 선수들이 유니폼과 글러브, 선글라스 등을 보시하며 자비나눔에 힘을 보탰다. 염경엽 감독은 동행 홍보대사도 맡았다.
새 시즌엔 ‘우승’ 목표로
해외전지훈련서 담금질선전으로 팬들에게 보답
염 감독은 “팀 내 여러 선수들이 취지에 공감하며 선뜻 자신의 용품을 기증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15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하며 우승을 향한 새로운 담금질에 들어간다. 염 감독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해 지난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우리 선수들의 성장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기본에 충실하며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다음 시즌에서도 또 한 번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 선수도 “2, 3, 4등을 모두 해봤으니 이제 1등으로 그 동안 성원해 준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면서 “감독님의 지도 아래 팀 고참 선수로서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당찬 각오로 새해를 준비하는 불자들에게 스님의 덕담과 당부도 이어졌다. 호산스님은 “승패를 떠나 올해 넥센의 투지 넘치는 경기는 국민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면서 “감독과 코치, 선수, 구단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겠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
지난 1991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첫 발을 내딛은 염경엽 감독은 내야수로 활약하며 2001년 현대 유니콘스에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후 스카우트 등 프런트로 활동하다 2007년 현대의 수비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로 들어섰다.
이어 LG 트윈스 운영 팀장을 거쳐 2011년 넥센에서 작전ㆍ주루코치를 맡았다. 이듬해 시즌 중 팀을 도루 1위로 올려놓은 성과를 거두며 김시진의 후임이자 넥센 제3대 감독으로 발탁됐다. 그는 감독 부임 첫 해에 넥센의 창단 첫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올해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팀을 플레이오프에 직행시키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6차전까지 경기한 끝에 삼성 라이온즈에 2승4패로 패해 아쉬운 준우승에 그쳤다. 그는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시리즈 후 계약기간이 1년 남았음에도 3년 총액 14억 원에 감독직을 재계약했다.
손승락 선수는 …
지난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선발투수로 프로무대를 밟은 손승락 선수는 데뷔 초기 팔꿈치 수술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군 전역 후 바뀐 팀 넥센 히어로즈에 복귀해 4년 만에 1군에 합류했다.
이후 선발에서 마무리 투수로 전향한 그는 최다 구원 1, 2위를 다투는 등 구원 투수 중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다. 2012년에는 33세이브를 기록했으며 이듬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국가대표팀에 선발돼 대표팀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특히 2013년에는 46세이브를 달성해 구원왕에 올라 마무리 투수로는 12년 만에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시즌에는 62경기에 나서 3승 5패 32세이브를 기록하며 3년 연속으로 30세이브 달성에 성공했고 2년 연속 구원왕에 올랐다.
이러한 공로로 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했다. 넥센 소속 선수가 이 상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어플레이상은 경기 중 발생하는 판정 시비와 비신사적인 행동을 근절하고 선수들의 페어플레이를 유도하여 스포츠 정신 고취 및 프로야구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