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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 때 한 달 동안 피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날마다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던 저는 ‘하느님이 과연 계시긴 한 걸까?’, ‘하느님이 계시다면 과연 나를 사랑하시는 걸까?’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그리고 나를 사랑하신다면 그 답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경을 읽고 있는데, 오늘 복음을 보았습니다. 그중에서 뚜렷하게 제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었는데, 40절의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구절과 45절의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다.”라는 구절입니다. 두 구절의 차이점을 아시겠습니까? 뒤의 구절에는 ‘형제’라는 단어가 빠져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형제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기는 쉽습니다. 그리고 40절에 의하면 바로 그렇게 하는 것이 예수님께 해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형제들에게 잘못하기도 쉽습니다. 그런데 45절 말씀대로라면 우리가 가장 가까운 형제들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 예수님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나한테 하지 않은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는 ‘형제’라는 단어가 없기 때문입니다! 형제들에게 잘하지 못한 것은 예수님에게 잘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합니다. 가까이 있는 형제들에게 해준 보잘것없는 것도 주님께 해주는 것이 되는 반면에, 가까이 있는 형제들에게는 그만큼 소홀하고 못할 수 있기에 형제들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 주님께 해주지 않은 것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살다가 소홀하기 쉬운 가까운 형제들에게 무언가를 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벌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얼마나 놀라운 하느님의 사랑과 배려입니까! 이 말씀이 제 가슴을 파고들어 어떡해서든 우리를 더 사랑해 주시고 끝까지 구원하시려고 애쓰시는 주님의 모습이 떠올라 감격에 겨워 그 자리에 앉아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은 당신의 존재와 당신의 사랑을 저에게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이렇게 주님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모두 구원하기를 원하십니다. 당신 곁에서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를 바라십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당신 말씀에 귀 기울이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성체가 우리에게 내어주시는 그분의 몸이라면, 성경은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그분의 음성이자 그분의 말씀입니다. 이번 사순 시기를 보내면서 성경을 꾸준히 읽으면 좋겠습니다. 성경을 통해 하느님은 바로 지금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주요한 신부(대구대교구 효성중학교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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