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SONG - Before Sunrise (3)
내 손을 잡아주던 온기 가득한 그 사람의 손..
내게도, 나에게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보잘것없는 나에게도 이런 과분한 사람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칠 무렵 그 사람은 살며시 나의 손을 놓았어요.
무언가를 할 모양이에요. 내 손을 놓는 걸 보면..
잠시 후 고소하면서도 뭔가 민숭민숭한 향이 풍겨져 왔어요.
아. 옥수수 수프 인가 봐요.
이제 유영이 천재 다 됐군요. 향만 맡고도 음식을 알아맞히다니..
어린아이처럼 살며시 웃어보았어요.
초라한 나지만 조금의 감사함을 그 사람에게 표현하기 위해..
그럼 그 사람도 피식 웃겠죠.
내 바보 같은 미소를 보고..
예전에 민욱 이도 내가 웃을 때마다 구박했거든요.
바보같이 생긴 것이 웃으니깐 더 바보 같다며 놀리고 그랬는데..
하. 무언가가 아쉽네요.
뭔가가 내 몸 속에서 빠져나간 느낌.
이게 바로 추억이라 하는 건가요..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잠시 후 그 사람은 내 다리를 툭툭 쳤어요.
먹을 게 왔으니 먹으라는 뜻이겠죠.
그 사람이 툭툭 치는 곳으로 난 입을 벌리고 그 사람은 맛있는 수프를 입안에 넣어주고..
그렇게 이번 식사도 끝냈어요.
정말 그 사람은 요리를 잘하는 것 같아요. 나는 고작 라면밖에 못 끓였는데..
그 사람은 여러 맛있는 음식들을 해다 주거든요.
그런 걸로 봐서 나는 행복한 거겠죠.
모두가 나를 버려도 그 사람만은 지켜주니까요.
나는 행복해요. 그 사람만 내 곁에 있다면..
또 그 꿈을 꿨어요.
하얀 천사가 내게 손내미는 꿈.. 요즘 들어 자주 꾸는 꿈이에요.
내 무기력함에 슬프기도 하면서 그 천사의 손을 잡는 순간 편안해지는 느낌.
슬픔이 편안한 느낌보다 길지만 내게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그 느낌.
다시 한번 느껴봤으면..
하며 손을 움직여봤어요.
움직여지지 않는 손.. 무언가가 꽉 잡고 놔주지 않네요.
놀란 난 세게 움직였지만 곧 풍겨오는 민트향에 움직임을 멈추었어요.
그 사람 이였군요.
괜스레 놀라고 말았지 뭐예요.
내가 놀란 가슴에 눈물을 흘리자 포근한 무언가가 감싸 안아왔어요.
이윽고 조심스럽게 퍼지는 그 사람, 특유의 민트향.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자 그 사람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기대었어요.
그러자 더욱더 감싸오는 그 사람의 팔.
포근하네요.
비록 그 사람의 심장소리가 들려오지는 않지만.
편안하네요.
비록 그 사람의 음성이 들리지 않지만.
행복하네요.
비록 초라해진 나지만.
그 사람이 내 곁에 있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난 하늘에 감사할 뿐이에요.
꿈을 꿨어요.
꿈을 꾸면 항상 기분이 좋았어요. 못 꾸는 날이면 더욱더 시무룩해졌어요.
비록 현실은 어둠이지만 꿈에서는 모두다 볼 수가 있었거든요.
엄마도, 민정 이도, [인생무상]밴드도, 또한 그 사람도..
그래서 되도록 자려고 했어요.
조금만, 조금만 더 꿈을 보았으면..
이 현실을 조금만 더 떠나있었으면..
이런 생각을 하며 잠들었던 나예요.
그런데 오늘은 왠지 꿈이 마음에 안 드네요.
오늘도 하얀 천사가 나오는 꿈이었어요.
그러나 사뭇 다른 천사였어요. 처음은 평소에 꾸던 천사였어요. 하얀 천사가 내게 다가와서
난 그 천사의 손을 잡으러 뛰어다니다 자신의 무기력함을 깨달아 울고 그런 내 손을
잡아주던 천사.. 분명 여기까지는 똑같았어요.
잡아주자 마저 사라지는 천사.. 그것이 정상이어야 하는 데, 그 천사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 편안함을 조금밖에 느낄 수 없던 내게는 축복, 그 자체였죠.
그렇게 행복해 있는 날 천사가 하늘로 이끌었어요.
내 손을 잡고 어두운 세상을 버려버렸어요.
환한 하늘 속으로 나를 데리고 갔어요.
순간 당황한 날 보며 살포시 웃더니 사라지는 천사.
그리고 다시 까만 어둠이 찾아왔어요. 꿈이 깬 거죠.
무슨 의미인 줄 모르겠어요.
그 천사의 손을 오래 잡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데 하늘 속으로
올라가자 들었던 불안감. 그 것이 무얼 뜻하는 건가요.
정말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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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민트향이 날 감싸고 있어요. 또 내 곁에 있을 건가 봐요. 또 날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나봐요.
그 사람은 바보예요. 왜 보잘것없는 나라는 존재 옆에 있어주는지..
고생해도
고마워요
라는 인사마저 하지 못하는 나인데..
정말 바보죠.
쿡.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그 사람은 모르겠죠.
아니. 알 수도 있겠어요.
[ 난 너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있어. 쿡 ]
- 어떻게? -
[ 넌 바보잖아. 어떻게 생각하는 걸 그대로 표정으로 바뀌는지. 연기자해도 되겠다.
어쩌면 그렇게 표정이 빨리도 바뀌는 지.. 시무룩했다가 밝아졌다가 바보처럼 웃다가..
옆에서 보면 얼마나 웃긴 줄 아냐? ]
- 씨. 민욱이 너 나 놀리는 거야? -
[ 하하. 우리 바보, 이제야 알았네.. 하 ]
- 너 죽어! -
그러다 쫓아가는 내가 넘어지자 그런 날 걱정된 눈빛으로 보던 민욱 이..
또 다시 생각 났네요. 쿡.
민욱이 말처럼 표정에 생각이 드러나는 나니깐 그 사람도 바보 같은 날 보며 웃겠죠.
저 아이 또 시작이네.
하며 말이죠.
그래도 난 좋아요.
그렇게 라도 그 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 있으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표정으로 드러나겠죠. 얼마나 그 사람이 웃을까.. 쿡.
손을 내밀어봤어요.
아니. 팔을 뻗어 팔을 내밀었어요.
그러자 민트향을 풍기며 그 사람을 날 안아주었어요.
포근하게 느껴지는 그 사람의 몸..
포근한 데.. 포근한 데..
계속해서 느껴지는 불안감은 무얼 까요..?
나는 그 사람에게, 그 사람은 나에게, 서로 심장을 맞대고 있는 데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내가 느끼는 작은 행복마저도 사라질 것 같은 느낌 말예요.
오늘 그 꿈 때문에 그런가요?
환해 보이지만 불안해지는 그 꿈 때문인가요?
모르겠어요. 혼란스러운 이 기분.. 안고 있지만 없어질 것 같은 그 사람의 체온..
모든 것이 불안해요. 그냥 나라는 존재조차도, 그 걸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도 모든 것이 불안해
요.
손에 느껴지는 그 사람의 옷자락을 잡아봤어요.
아직은 살아있겠죠. 살아있으니깐 옷자락이 잡히겠죠.
그런 거겠죠. 그렇죠.
맞는 데.. 분명히 맞는 데.. 아닌 것 같아요.
무언가가 잘못된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지내던 상식들 모두가..
내가 옷자락을 꽉 잡고 있자 그 사람은 내 손을 아끼는 화초를 대하듯 조심스럽게 풀었어요.
그리고 내 불안한 마음을 봤는지 그 손을 자신의 얼굴에 대었어요.
조금씩 움직이자 그 사람의 얼굴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어요.
우선 조금은 뾰족한 그 사람의 턱 선이 만져졌고, 날 돌봐주느냐 야위어진 그 사람의 볼도 만져
졌고, 볼록 나온 이마, 오뚝한 코, 둥글 한 눈, 말라져있는 입술도..
힘들겠죠.
날 돌보느냐 자신을 돌볼 시간도 없었겠죠.
미안해요. 미안해요. 보잘것없는 내가 당신을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내가 해줄 말은 그것밖에 없네요.
갑자기 내 얼굴을 만지는 무언가.
처음에는 놀라 뒤로 물러섰지만 그 사람이라는 사실에 보이지도 않는 눈을 살며시 감았어요.
나와 마찬가지로 내 얼굴을 만지는 그 사람.
턱을 지나, 볼을 지나, 코, 눈, 입술...
그리고 입술로 느껴지는 까끌까끌한 그 사람의 입술.
보고 싶어요. 듣고 싶어요. 말하고 싶어요.
나,
당신을 보고 당신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미안해요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라며 속삭이고 싶어요.
내 주위에는 까만 어둠이 가득하지만, 민트향이 내 안에 가득한 이 순간, 기적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비록 전달할 수 없는 사랑이지만, 사랑에 대한 욕심이지만, 그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또르륵
떨어지는 차가운 무언가.
이제 가야 하는 거죠.
알아요. 당신이 슬퍼 하지 안아도 나 알아요.
하늘로 올라가는 천사를 보며 알았어요. 예상했죠. 이렇게 될 것 이런걸.
애써 부인하며 모른 척했지만 당신의 눈물로 확인했어요.
영원히 있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란 걸.
그리고..
이 씁쓸한 키스가 당신의 마지막 선물이란 걸.
지금처럼 당신과 단 둘인 이 까만 세상보다 더 외로운 길을 갈 거란 걸.
그런 날 위해 주는 마지막 배려인걸.
아는 데.. 아는 데..
당신도 인정하는 걸 아는 데..
나.. 나..
가기 싫어요.
차라리 당신과 함께인 이 까만 세상이 더 좋아요.
저번에 철없던 소리 했던 거, 이 까만 세상보다 지옥이 낮겠다는 헛소리..
미안해요. 나 안 그럴께요.
날 놓지 말아요. 저번처럼 날 놓지 말아요.
제발.. 나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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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은 cpfldkfma97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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