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렇퀘글쓰능高?二卍'...말할때도 '즐팅' 튀어나와
초등생 시험 답안지에도 "했따, ㅋㅋㅋ"
지난 7월 10일 부천 국제영화제(Pifan·피판) 개막식장. 무대에 올라온 김홍준 집행위원장은 “즐피판 하십시오”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객석에는 ‘부천영화제(피판)를 마음껏 즐기라’는 뜻의 이 말을 못알아들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 어리둥절함은 때마침 터져나온 박수 소리에 묻혀버렸다.
이제 ‘즐팅(즐거운 채팅)’ ‘냉텅(내용 없음)’ ‘二卍(이만)’ 정도는 애교다. 인터넷에 떠도는 ‘ⓔ렇퀘글쓰능高☆로㉯뽀게생각안훼(이렇게 글 쓰는 거 별로 나쁘게 생각 안해)’나 ‘ㅁㅐ흴ぜっじサ㈜入ㄲっズき?(메일 보내줄 거지요?)’ 같은 문장을 읽어내려면 점집을 찾거나 초능력자라도 되어야 할 판이다.
▲ 우리말은 어디에... 외계어들은 인터넷이라는 강둑을 넘어 현실로 범람하고 있다. 언어 분별력이 없는 어린 학생들의 공책과 답안지는 상처 투성이인 21세기 한글의 쓸쓸한 자화상이다.
인터넷 채팅이나 휴대폰 문팅 등 디지털 의사소통 과정에서 속도와 글자수의 제약 때문에 생겨난 ‘변종(變種) 언어’들이 이제는 현실로 튀어나오고 있다. 굶주린 황소개구리처럼 우리말을 마구 잡아먹는 이른바 ‘외계어’들은 비방과 욕설이 끓어넘치는 인터넷 문화를 더 오염시키고 세대 간 소통까지 가로막는다. 그리고 현실이 거꾸로 인터넷을 반영하고 흉내내는 추세에 따라 현실의 화법(話法)도 흔들리고 있다.
“대학교 대자보에도 통신어가 곧잘 등장합니다. 인터넷을 끼고 사는 요즘 학생들은 주목을 끌고 싶거나 오락성 때문에 통신어를 현실로 가져오고, 방송이나 영화 등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비속어나 사투리를 남발하지요. 한글날 일회적인 캠페인으로 그걸 어떻게 막겠습니까?”
이정복 대구대(국문학) 교수는 “중·고교 교과서에 통신어 단원을 넣어 통신어의 범람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과 가상공간이 뒤죽박죽 섞이는 요즘 세상에서 그것은 이 교수 혼자만의 위기감이 아니다.
지난해 등장한 외계어 ‘아??’는 ‘이상한’→‘어처구니없는’→‘달관한’ 등으로 의미를 확장시켰고 올해는 ‘아??’라는 이름의 CD 상표까지 나왔다. 이모티콘 경연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MSN 메신저에는 사용자가 직접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는 ‘셀프 이모티콘’ 기능이 최근 추가되기도 했다.
빠른 의사전달과 보조적 감정표현 등의 긍정적 기능이 오그라드는 가운데 이런 외계어의 상품화는 ‘국어 파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터넷 통신 언어로 인한 국어 파괴’는 1990년대 말부터 이미 대입 수험생들의 심층면접 예상문제가 됐다. 최근에는 외계어를 사용한 회원을 강제로 탈퇴시키는 사이트들이 느는 등 외계어에 대한 항체(抗體)도 형성되고 있다. ‘아이두(www.idoo.net)’ ‘언어파괴를 반대하는 사람들(cafe.daum.net/antioutside)’ 등이 외계어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508개의 외계어가 입력된 ‘외계어 번역기’(http://tongjang.x-y.net/gg/start.php)도 등장했다.
그러나 외계어의 왕성한 번식력에 비하면 이런 움직임은 ‘좋은 우리말을 씁시다’ 정도의 구호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말글연구학회가 묶은 ‘통신언어어휘집’에 나오는 ‘ㄱㅅㄱㅅ(감사감사)’ ‘걸구(그리고)’ 등 2352개의 통신어들이 이미 인터넷에서는 사어(死語)가 돼버렸을 정도로, 우리말 돌연변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형태를 바꾸며 추적을 따돌리고 있다.
종이보다 자판에 익숙해지는 나이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우리말을 다 깨치기도 전에 외계어를 배운 일부 어린이들은 원고지에 글을 써내야 할 때마다 은어와 통신어를 남발하기도 한다. 신윤정(여·14·경기도 고양)양은 “글짓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이모티콘이 튀어나와 깜짝 놀라곤 한다”며 “외계어를 안 쓰는 애들은 대화에 끼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신길초등학교 허승환(36) 교사는 “학교 게시판에서 ‘외계어’를 골라내 지적하고 욕설을 지우기 바쁠 정도로 학생들의 언어가 오염됐다”며 “고학년의 경우 절반 이상이 표준어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민현식 서울대(국어교육학) 교수가 초·중·고·대학생과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맞춤법·표기법 등 국어 사용 능력을 조사한 결과, 1995년 50점대였던 평균점수가 비슷한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2001년에는 30점으로 추락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민 교수는 “‘여쭙다’ 같은 높임법이 ‘골동품’이 되고, 염상섭의 ‘삼대’가 해독불능의 책이 될 만큼 요즘 젊은이들의 모국어 구사력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말은 생각의 도구이기 때문에 우리말의 혼란은 사고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첫댓글초중학생들은 물론이고 대학생들도 아직 즐겨쓰고...아니 습관화 되어버렸죠. '~에여', '~어염', '그리구', '~하구'등은 거의 표준화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워낙에 많은 지성인이라 불리우길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쓰고 있으니까요. '아햏햏'를 표방하는 웃기지도 않는 대학생들도 있잖습니까.
첫댓글 초중학생들은 물론이고 대학생들도 아직 즐겨쓰고...아니 습관화 되어버렸죠. '~에여', '~어염', '그리구', '~하구'등은 거의 표준화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워낙에 많은 지성인이라 불리우길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쓰고 있으니까요. '아햏햏'를 표방하는 웃기지도 않는 대학생들도 있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