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향에서는 홍합을 많이 먹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많이 먹은 조개류는 바지락입니다. 바다의 차이인지 아니면 개펄의 차이인지는 모르지만 충청도 해변에서는 주로 바지락이었습니다. 저는 어려서 원산도에 가끔 가서 바지락을 많이 캤고 간혹 대합이라고 하는 큰 조개도 파보았지만 다른 종류의 조개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광천 독배에서 배를 타고 원산도에 다녔는데 나중에는 바다가 메어져서 오천에서 배를 타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오천도 많이 변했지만 그때는 아주 작은 포구였는데 거기에 담치공장이 있었습니다. 담치는 그때는 몰랐지만 홍합의 한 종류라고 하고 그 크기가 요즘 것보다는 훨씬 더 컸는데 더 길쭉하고 껍질도 많이 두꺼웠습니다.
오천에 있는 담치공장에선 그 홍합을 가공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전량 일본으로 수출한다고 들었습니다. 담치는 그러니까 꽤 깊은 바다 속에서 서식한 거 같습니다. 저는 나중에 포장마차 등에서 홍합을 먹었고, 중국집 짬뽕에서 홍합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가을이 깊어가니 홍합이 나올 때가 된 같은데 우리가 홍합으로 알고 먹는 홍합은 우리나라의 토종 홍합이 아니라 진주 담치 혹은 지중해 담치라고 해서 놀랐습니다. 홍합은 깊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양식하기가 힘들어서 외래종인 지중해 담치를 가져다가 길러서 내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홍합은 늘 자주 먹는 종류가 아니어서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을 거고, 또 안다고 해도 국내산과 외국산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예전에 어느 수필에서 읽은 건데 프랑스 파리에 간 필자가 레스토랑에서 홍합탕이 나온 걸 조개만 건져 먹었더니 종업원이 와서 국물을 먹어보라고 권하길래 한 번 맛을 보니 기가 막히게 맛이 좋아서 대체 무엇을 넣고 끓인 거냐고 물었더니 와인을 넣은 거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서울에 와서 홍합에 와인을 넣고 그 맛을 내보려고 와인 수십 병을 없앴지만 그 맛이 나오지 않아 결국은 포기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조개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집에 가며 굴짬뽕이라고 해서 더 비싸게 받는 짬뽕이 있던데 홍합도 굴과 같은 과일 겁니다. 이젠 포장마차에서 홍합을 먹을 일이 별로 없지만 그게 우리 토산인지 외국종인지 알아낸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