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반전의 연속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초반 어려움을 겪었던 LG전자는 후면 홈버튼 등 디자인 혁신과 뛰어난 카메라 성능을 내세운 'G시리즈'를 앞세워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성공도 잠시, 삼성전자 애플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1, 2위 강자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공습 사이에 끼여 다시 한번 시장의 우려를 샀다.
위기의 LG전자호를 이끌고 있는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은 올해 초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보인다고 공언했다. 내외부적 악재 속에서 또다시 반전을 도모한 LG전자는 지난 8일 그 최종 병기를 선보였다. LG전자 'V10'은 그렇게 탄생했다. 기대를 한몸에 모은 V10은 듀얼 카메라, 듀얼 디스플레이(세컨드 스크린), 동영상 전문가 모드 등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혁신 기술을 탑재해 시장과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V10. 그 혁신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LG전자의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 V10의 시작은 1년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G시리즈를 보유한 LG전자는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S 등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 프리미엄폰으로 채울 수 없는 소비자들의 갈증에 주목했다. 최신 칩을 탑재하고 모든 기능을 보통 이상으로 수행하지만 무언가 조금씩 아쉬움이 있었다.
우람찬 LG전자 MC사업본부 스마트폰 상품기획담당 상무는 "녹음 기능을 예로 들면 단순히 목소리를 담는 것이 보통 기능이라면 소비자들은 깨끗하게 자기가 원하는 목소리만 담기고 나머지 소음은 제거할 수 있는 걸 원한다"며 "즉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할 줄 아는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LG전자는 그렇게 '제대로' 할 줄 아는 폰을 콘셉트로 한 신규 스마트폰 개발에 착수했다. 여기서 또 다양한 과제와 직면했다. 무엇이 이러한 콘셉트에 부합하는 혁신인지 찾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수많은 소비자 관련 시장 자료를 분석하고 논문과 보고서 등을 검토했다. 빅데이터 분석도 해보고 소비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살펴보는 등 그들의 반응을 모조리 살폈다. 하지만 뾰족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며 정답을 찾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운 시간이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LG전자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소비자 자료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직접 소비자가 돼 무엇이 필요한지 느껴보자는 것.
상품기획을 책임진 우 상무를 비롯해 프로젝트에 매달린 모든 직원들은 이날부터 소비자 입장을 생각하는 게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행동했다. 경쟁사 스마트폰 제품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TV, 카메라 등 다양한 제품군을 사용해봤다. 심지어 멀티콘센트, 공기청정기 등 스마트폰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 제품들이지만 쓰고 또 쓰고 불편함을 찾아보고 아이디어를 발굴해 냈다.
이러한 인고의 시간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80도, 120도로 서로 다른 화각을 가진 듀얼카메라다. LG전자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셀카봉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길다란 막대기 끝에 스마트폰을 매달아 원하는 풍경과 함께 본인의 사진을 찍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10여 명의 사람을 한 화면에 담는 셀카봉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번거롭게 셀카봉을 들고다니며 일일이 카메라를 끼우는 게 다소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아예 카메라에 셀카봉 기능을 담아보기로 했다. 물론 그 과정은 어려웠다. 얇은 스마트폰에 하나도 아닌 2개의 카메라를 담는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셀카봉 효과를 내는 광각 카메라를 전면에 장착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스마트폰 우측 상단에 위치한 세컨드 스크린 역시 이런 식으로 탄생했다. 스마트폰을 단순히 시간 확인을 위해 껐다 켜면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는 것을 느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냈다. 일반인들이 시간 확인을 위해 하루 150번가량 스마트폰을 켠다는 소비자 조사 결과도 힘을 실어줬다. 운이 좋게도 때마침 LG디스플레이에서 디스플레이를 2개로 나눌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V10 사용자는 시간, 날씨와 주요 앱 알림 등을 본화면을 켜지 않고 상단의 조그마한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어차피 배터리를 소비해야 한다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자는 의도로 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전작 G4에 처음으로 탑재한 카메라 전문가 모드가 동영상으로 확대 적용한 것 역시 사용자 분석에 기반했다. SNS 등 대부분의 모바일 서비스가 동영상 기능을 탑재하면서 이에 적합한 동영상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관련 팀원은 전 세계 모든 동영상 앱을 모조리 내려받아 서비스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일반 사진 촬영 모드에는 있지만 동영상 촬영에 없었던 미백 기능이나 다양한 영상 효과를 넣는 등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동영상 기능을 발전시켰다. 또 동영상에 익숙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50·60대가 보다 쉽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사용자경험을 재편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LG전자의 모든 역량을 결집한 V10은 앞으로 G시리즈와 함께 회사 운명을 짊어지고 간다. 전 세계 제조사들의 각축전이 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LG전자가 생존을 넘어 유의미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선 V10이 좀 더 분발해야 할 상황이다. LG전자는 지난 8일 국내를 시작으로 미국 등 전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V10을 선보일 예정이다.
■ 세컨드·듀얼…V10 신기술 매직 넘버 '2'
LG전자가 내놓은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V10'이 선보인 신기술은 숫자 '2'와 연결된다.우선 5.7인치 QHD 메인 디스플레이와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세컨드 스크린'을 화면 우측 상단에 장착했다.
'세컨드 스크린'은 메인 화면이 꺼져 있어도 날씨, 시간, 요일, 날짜, 배터리 상태 등의 기본 정보는 물론, 문자, SNS 등의 알림 정보를 24시간 표시해주는 '올웨이즈온(Always-on)' 기능을 지원한다.
단순히 날짜,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하루 150회가 넘게 스마트폰을 켠다고 한다. 세컨드 스크린만 있으면 이런 불필요하게 화면을 켜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세컨드 스크린'은 스마트폰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 놓거나 책상 위에 뒤집어 둘 경우 자동으로 꺼진다.
'LG V10'은 스마트폰 사용 중에 전화나 문자가 오면 세컨드 스크린에 정보를 표시해줘 사용 중인 화면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영상을 시청하다 전화가 올 경우 일반 스마트폰은 전화 수신화면으로 변경되지만, LG V10은 전화 수신정보를 세컨드 스크린에 표시해 줘 보고 있던 동영상을 화면 가림 없이 계속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전면에는 세계 최초로 각각 120도와 80도 화각을 가진 2개의 500만화소 전면카메라를 설치했다. 셀피 촬영 시 더 넓은 배경과 더 많은 인물을 담기 위해 셀카봉이나 셀카 렌즈를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광각 셀피 카메라를 하나 추가한 것이다. 120도 광각 카메라는 같은 거리에서 더 넓은 영역을 사진에 담을 수 있어 셀카봉 없이도 7~8명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LG V10은 G4에 내장돼 호평 받았던 '카메라 전문가 모드'에 이어 영상 촬영에서도 '비디오 전문가 모드'를 탑재했다. 동영상 촬영 시 초점, 셔터스피드, 감도(ISO), 전자식 손떨림 방지(EIS)칩을 별도로 탑재해 전문 캠코더급의 손떨림 보정이 가능하다. 또 기존 16대9 비율뿐 아니라 극장처럼 21대9 비율로도 촬영이 가능해 영화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강성이 뛰어난 스테인리스스틸과 부드러운 실리콘 등 차별화된 소재를 조화롭게 적용해 차원이 다른 견고함을 완성했다.
LG전자는 '스테인리스 스틸 316L' 소재의 듀라 가드를 측면 프레임에 적용했다.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부터 스마트폰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스테인리스스틸 316L'은 내부식성과 강도가 뛰어나 높은 내구성이 필요한 제품에 쓰인다. 특히 인체적합성이 높고 알레르기 유발이 없어 명품 시계나 외과용 수술도구 등에 쓰이는 고급 소재다.
후면 커버에는 실리콘 소재의 '듀라 스킨'을 적용했다. 듀라 스킨은 충격과 스크래치에 강할 뿐 아니라 손에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아 스마트폰을 떨어뜨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