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만들기 선수
수필 / 주현중
감투라는 것은 상한 고깃점 같아서 쇠파리가 날아든다고 여섯의 성인(聖人) 중 장자(壯子)는 말했다. 장자는 공문(孔門)의 무리들은 그러한 쇠파리에 불과하다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그러나 장자는 공자가 권부(權府)에 모여드는 쇠파리를 쫓아버릴 수 있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 했다. 필자가 생각하건데, 공자(孔子)가 설파한 군자는 누구인가? 상한 고깃점 같은 권부를 싱싱한 고기가 되게 하여 국민들이 맛있게 먹도록 요리하는 자이고 싱싱한 것을 상하게 하여 물고 늘어지는 쇠파리 같은 간사한 무리들을 퇴치하는 방패 구실을 하는 자가 바로 군자일 것이다. 이러한 공자의 심정을 몰랐던 걸까? 시비를 말라던 장자도 공문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고 나왔으니 파당을 지은 셈이다. 파당을 지으면 비방하고 모함하는 입들이 기승을 부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군자는 어울리되 파당을 짓지 않는다고 공자는 가르친다.
조선의 궁궐이 상한 고깃간임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당파 싸움의 조짐을 보였던 선조(宣祖)의 조정이라고 보아도 역사적으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필자가 꼭 짚고 가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조선을 흔히 쉽게 부르기를 이씨조선 내지는 이조선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부르는 것은 크게 잘 못 되었다고 본다. 여기서 李씨조선이란 말은 왜구(일본)가 우리 조선을 우습게보고 폄하하기 위하여 불리어진 말인데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부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겠다. 이정도로 하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KBS 1방송의 이순신 장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불멸의 바다”를 보아도 알 것이다.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권부의 상한 고깃점을 좀 더 많이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였던 시절 송응개(宋應漑)의 입은 험하기로 단연 돋보였다고 한다. 이때 여진족(女眞族)의 추장 이탕개(李湯介)가 변경을 침범하자 선조는 율곡을 병조판서로 삼아 병권을 모두 맡기니, 그의 편의대로 일을 처리하여 혹은 먼저 처리하고 나중에 아뢴 일이 있었다. 전사(戰士)의 기마(騎馬)를 마련키 위해 품의도 없이 납마령(納馬令)을 내린 일이 있으며, 어느 날은 선조의 부름을 받고 갑자기 현기증이 나서 정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병조에 누워 있었다. 이를 들은 삼사(三司) 곧 송응개(宋應槪)·이발(李潑)·허봉(許봉)등은 천권(擅權)·교만(驕慢)등의 죄목으로 율곡을 탄핵하였다. 율곡은 이 탄핵으로 일시 퇴직하게 되었던 것이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변변치 못한 신(臣)은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는데는 그래도 밝아서, 주병(主兵: 병조판서)의 직책을 함부로 맡으면 일을 망칠 것이 예상되기에 진심으로 호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건만, 작은 정성이 성상의 마음을 감격시키지 못하여 성상의 유음(兪音)이 끝내 내려지지 않고, 모기더러 산을 지라고만 책임을 지우시며, 그 성패는 따지지 않으셨습니다. 마침 변방의 변란을 만나 그에 대한 대응책이 소홀하였으니, 탄핵소장은 아직 나오지 않으나 공론은 벌써 비등하고 있습니다. 신은 비록 혼매하나 자신을 헤아리는 데는 역시 익숙하므로 전번 탑전(榻前)에서 알맞은 인재를 선택하시라고 미리 청하였는데, 성상께서는 굽어살피지 않고 전처럼 그릇 직책을 맡기시었습니다. 죄려(罪戾)가 이미 누적되자 공론이 이에 격발하고 양사(兩司)는 합사(合辭)하여 '죄주어야 한다'고 모두 주장하였습니다. 비록 이 일에 연루된 동료도 있기는 하지만 수악(首惡)은 바로 신이옵니다. 비록 현저하게 말하는 자는 없지만, 신이 자신의 죄를 감히 숨길 수 있겠습니까. 신은 본래 병약한 몸인데 애써 병약한 몸을 지탱하며 직무를 보아왔더니 오랫동안 누적된 병상으로 현기증이 발작하여 일을 망칩니다. 부르심을 받고 달려가지 못하며 죄범(罪犯)이 더욱 무거운데도 도리어 따뜻한 위문을 주시고 의원을 보내며 약을 하사하기까지 하셨으니 우러러 생각하옵건대 그 은혜 하늘처럼 넓고 커서 분골쇄신해도 보답하기 어려워 단지 감격의 울음만 더해질 뿐입니다. 아!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성상에게 거만을 부리고 임금의 명령을 폐기하는 이 세 가지에 그 한가지 만 있어도 그 죄는 죽을죄로서 용서받지 못합니다. 이러한 일은 역사책에서 보고서도 오히려 한심을 금치 못하겠습니까. 논죄가 파직정도로 그친 것만도 참으로 후하게 보아 준 것입니다. 신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고 망령스러우나 군신의 의리는 약간 들었습니다. 그러나 모책이 얕은 소치로 인하여 이처럼 큰 죄에 빠졌습니다. 법대로 죄를 받는 것은 신이 실로 달게 여기는 바이며 요행히 면죄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신의 본의가 아닙니다. 죄가 있는 사람을 다스리지 않는 다면 어떻게 나라꼴이 되겠습니까. 공론이 있음으로 해서 날마다 엄한 책벌을 기다렸는데 사사로운 은혜로 힘껏 보호하여 끝내 윤허하지 않으시니, 신은 참으로 실망되어 죽으려 해도 죽을 곳이 없습니다. 삼가 비옵건대, 강단(剛斷)을 내리어 신의 죄를 다스려서 조정의 기강을 진작시키고 대중의 마음을 쾌족하게 하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율곡전서에서 발최한 송응개의 상소문] 이상 송응개가 율곡이 1583(선조16) 48세 때 삼사(三司)의 탄핵을 받고 병조판서를 사직하고자 올린 상소이다.
이처럼 송응개의 입질에 오르내리면 누구든 개망신을 당하게 마련이고 독하기는 독사보다 더 하고 험하기는 태산보다 더 했던 송응개의 입질은 반대편의 거두(巨頭)를 물고 늘어졌다고 전한다. 율곡 선생을 물고 늘어진 송응개의 입질은 미국의 매카시도 따를 수 없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잠시 접고 매카시란 인물을 소개하자면 {1916∼ 미국 정치가로서 미네소타주(州) 출생이며 세인트존스 및 미네소타대학을 졸업한 뒤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가톨릭신학교에서 1년간 배우고, 이어 제 2 차세계대전중 정보기술자로 국방부에 들어갔다. 1949∼59년 미네소타주 하원의원에 선출, 59∼71년 상원의원이 되었다. 68년의 대통령선거에서 베트남전쟁 반대를 내걸고 대통령후보의 지명 획득을 노렸으나, 민주당 전국대회에서 H. 험프리 후보에 패했다. 인도차이나반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중지할 것을 민주당지도부의 정책으로 전환시키는 데 공헌하였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매카시도 못 따를 송응개가 서인의 거두 율곡을 물고 늘어진 상소문을 보면 율곡 선생은 개망신을 당했다. 미친개를 무서워하는 것은 닥치는 대로 목숨을 걸고 물어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남의 약점을 잡아 꼬투리를 삼아 하자는 대로 하지 않으면 폭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의 입은 도둑의 수족과도 같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놈 어디 있느냐고 떵떵거리는 놈치고 뒤가 구리지 않는 놈이란 없다. 이것은 삶의 이치이다. 입심이 좋아 사나운 말을 마구 떠벌리는 입은 먹거리만 적당히 던져주면 어느 누구든 주인이 되어 개처럼 부려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파가 생기면 입심 좋은 미친개가 각 당파의 문턱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내편이면 무조건 칭송하고 상대편이면 무조건 물고 헐뜯어 욕질을 퍼붓는 입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선조(宣祖) 때에만 송응개의 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세(現世)를 보아도 항상 그러한 입들이 있어 세상을 어지럽히고 소란스럽게 하고 있다. 정치판의 입질이 험악하여 국민은 항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진실도 거짓으로 만들고 거짓도 진실로 둔갑시키는 입질 때문이다. 이러한 입질을 하는 입은 사람을 잡는 칼이기도 하고 재롱부리는 고양이와도 같다. 재롱을 부리는 고양이는 귀여움이라도 받지만 사람 잡는 칼은 갈지도 쓰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2004년 한 해 동안 우리 국민의 실망은 장편소설을 쓰고도 부족할 대사건으로 점철(點綴)되고도 남는다고 하겠다. 17대 국회가 구성되기까지 우리 다수의 국민은 큰 기대로, 큰 희망을 품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의 여망에는 아랑곳없고 말 만들어 내기에 급급했다. 개그맨보다도 더 웃기는 말들을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이 수도이면 지방은 하수도냐” “명품좌파” “짝퉁좌파” 라는 등 사전에도 없는 말들을 만들어 낸다. “정규 수업에 땡땡이를 치고 공부를 안했으면 보충수업이라도 하는 게 맞다.” 이 말은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는 말이겠으나 부끄러운 장면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역대 어느 때보다도 더 노골화된 말 만들기 선수들이 만약 “국어편찬위원으로 옮긴다면 따분하지 않은 정말 재미난 코믹스러운 국어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첫댓글 우리 나라사람들이 3자를 좋아하는이유는??? 예로부터 삼한시대,신라 고구려 백제시대부터...셋만모이면 남의험담하는 국민성 ,5섯만 모이면 3패로 갈라지는건어쩔수없는 민족인것같아요..지금두쪽난것도 고마워해야할지경...
죽송님 잘 읽었습니다..말한마디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수도 있고..해악을 입힐 수도 있습니다..어쨋든 중요한것 만은 분명합니다..옛날과 달리 지금은 자기 의견을 PR하는 시기라..촌철살인의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꿀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